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은 "글쎄"

아스피린과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가 심각한 간문제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대규모 관찰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간질환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다.

미국 국립암연구소 Vikrant V. Sahasrabuddhe 박사팀은 아스피린 복용자는 비복용자에 비해 간세포암(HCC)으로 진행될 위험이 41%, 만성 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4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밝혔다. 다른 NSAID들도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성이 있었지만 간암과의 연관성은 적었다.

연구팀은 미국국립보건원(NIH)-AARP 식습관 및 건강 연구 코호트에 참여한 50~71세 성인 30만 504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했다. 이들은 모두 연구 시작 시점에서부터 NSAID 복용 여부가 확인된 환자군으로 복용 목적은 심혈관 질환 예방이었다.

연구 결과 연령과 성별, 인종, 체질량지수, 흡연여부, 알코올 소비량, 당뇨병 동반 여부 등을 보정했을 때 어떤 종류던 NSAID를 복용하는 군에서 HCC 진행 위험은 37%,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51% 감소했다. 다른 NSAID 추가 복용 여부에 관계 없이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군에서는 두 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가 각각 41%, 45%였고, 특히 아스피린만 단독으로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그 효과가 49%와 50%로 상승했다.

아스피린이 아닌 NSAID 복용군에서 만성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34%였고, 한달에 한번 복용하는 사람보다 매일, 혹은 매주 복용하는 사람에서 더 효과 있었다. 그러나 아스피린군에서는 복용 빈도와 관계 없이 효과가 있었다.

연구팀은 "향후 연구에서 NSAID 복용 혜택이 항염증 작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메카니즘에 의한 것인지 규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아스피린이 아닌 NSAID 복용군 중 달마다 복용한 환자군의 경우 용량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구에서 측정되지 않은 다른 요인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NSAID 복용군에서 간경변증이나 간염 상태 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미국 앨러바마대 Boris Pasche 교수는 "장기간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여러 종류의 암 진행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다양한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간질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오타와대 Isra Levy, Carolyn Pim 교수는 관련 논평에서 "대부분의 만성 간질환과 초기 간암의 원인은 이미 알려져 있다"면서 "NSAID가 아니라도 출혈 위험을 높이지 않으면서 저렴한 좋은 예방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헨리포드병원 Mary Ann Huang 박사는 "간질환 고위험군은 동시에 출혈 고위험군이기도 하다"면서 "HCC는 일반인구집단에서 발병 위험이 낮고 출혈 위험을 고려했을 때 화학적 예방 요법을 사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