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에 이어 신약까지 살고 보자...어려운 상황 실감

제약사들에게 지난 2007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해다. 제약 산업에 파장을 몰고 온 약가제도가 대거 시행된 해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표적인 약가제도는 특허 만료시 오리지널 약가를 20% 내리는 것이다. 더불어 오리지널 대비 90%까지 인정했던 퍼스트제네릭 가격도 68%로 떨어졌다. 이후 등재되는 제네릭은 퍼스트 제네릭 가격을 기준으로 계속 떨어지는 구조였다. 제네릭을 주수익원으로 하는 국내사들에게 치명적이었다.

얼마 있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도도 시행됐다. 이는 예상 사용량보다 30% 증가하거나 전년대비 사용량이 60% 증가하면 추가로 약가인하를 하는 제도였다. 두 제도는 지금도 적용되고 있다.

약가를 통제하는 제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당시 동아, 한미, 대웅, 유한, 종근당 등 주요 제약사들은 영업이익이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충격이 컸기 때문인지 분발하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대거 터져 나올 때도 이때였다.

하지만 다국적 제약사들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당시 제약사들은 약가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배경에는 기존 오리지널 신약에 대한 믿음과 앞으로 나올 다양한 오리지널 신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웃음이 사라졌다. 특허는 모두 끝났고 기대했던 신약도 실패로 이어지면서 5년이 지난 지금은 살기위해 처벌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국내 처방약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았던 한국화이자제약이 제네릭을 판매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서울제약과 제휴를 맺고 비아그라 제네릭도 판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0년대 초반 비아그라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호령했던 한국화이자제약으로서는 자존심을 버린 셈이다.

사노피-아벤티스는 국산신약을 연달아 제휴하며 유례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제미글로와 한미약품의 이베스틴을 판매한다. 플라빅스, 아프로벨 등 굵직한 순환기 약물만 판매해왔다는 점을 보면 파격 그 자체다.

제휴 형태나 방식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이 먼저 제휴를 제안했다면 지금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먼저 연락하는 형태다. 한미약품의 이베스틴 판매도 사노피 아벤티스 측이 먼저 노크했다는 후문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해 영업전문회사(CSO)를 찾는 사례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업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으로 해석했다.

급기야 돈이 안 되는 품목은 철수하는 제품도 생겨나고 있다. 바이엘은 레비트라의 판매를 사실상 중단했으며 릴리도 매출이 적은 휴먼 인슐린을 검토중이다. 또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프로모션을 사실상 중단한 품목이 대거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다국적 제약사들의 입지에 대해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구조조정을 한 제약사만 서너 곳에 이르고 그마나 나오는 신약은 모두 국내사와 공동판매형태를 취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모습이 계속되면서 앞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활동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의 구조조정 바람이 또 한차례 불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지만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나아가 시장철수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감지한 듯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KRPIA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약가제도는 차지하더라도 혁신적 신약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받겠다는 노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협회는 올 초 시장개발전략 및 헬스케어정책부문 책임자로 김성호 전무를 새롭게 영입했고 최근에는 허가임상전문가인 권호훈 전무를 영입했다.

업계는 그나마 신약이 있는 회사도 손에 꼽을 정도라면서 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제네릭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국내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당분간 주요한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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