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대킨대학교 순환기내과 John Amerena 교수

'포스트 와파린'으로 불리는 항응고제 신약들의 논의 주제가 '효과와 안전성'에서 '실제임상적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항응고제 신약들이 대표 랜드마크 연구들을 근거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위험대비 효과, 최적의 환자군, 맞춤투여전략 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다. 이에 11월 초에 진행된 미국심장협회(AHA) 연례학술대회는 물론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이에 대한 강연들이 진행됐다.
본지는 대한심장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을 위한 항혈전 치료' 강의를 한 호주 대킨대학 John Amerena 교수에게 항응고제 신약들의 투여전략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었다.



▲항응고제 신약별 임상결과, 신중한 비교를

Amerena 교수는 논의에 앞서 "와파린 대비 항응고제 신약의 효과는 이미 입증돼 있다"고 전제했다. 와파린은 출혈 위험도, 좁은 치료범위, 빈번한 관찰의 필요성 등 고질적인 문제점을 노출시켜 왔고, 항응고제 신약들은 랜드마크 연구들에서 와파린 대비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과 출혈 위험도 감소에서 효과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명확한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는 약물로는 Xa 인자 억제제인 리바록사반, 아픽사반과 직접 트롬빈 억제제인 다비가트란이 있다. Amerena 교수는 "기전에 따른 효과와 특성이 다르고, 리바록사반과 아픽사반도 각각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약물에 대한 심도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항응고제 신약 간 직접 비교 연구(head-to-head)가 없는 상황에서 "각 약물들의 주요 임상시험의 해석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merena 교수는 대표적인 부분으로 출혈 위험도 평가를 꼽았다. 그는 "ROCKET-AF 연구에서는 리바록사반이 와파린과 유사한 출혈률을 보여 타 약물들보다 전반적인 출혈률이 높게 나타났지만, 환자군을 CHADS₂점수로 평가했을 때 더 고위험군이었고, 출혈사건 세부 분석에서 치명적인 장기 출혈, 두개내 출혈, 치명적인 출혈은 적었다"고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각 임상시험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출혈의 정의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RE-LY 연구는 헤모글로빈 수치 2 g/dL 이상 강하로, ARISTOTLE 연구에서는 국제혈전지혈학회(ISTH)의 기준을 사용했고, ROCKET-AF 연구에서는 더 넓은 범위의 기준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하루 두번·한번 복용법 일장일단

약물별 특성은 처방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처방과 관련해서 그는 "복용전략, 반감기, 신장 대사율 등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환자에 맞춰 약물을 처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능이 나쁘거나 고령인 환자에게는 약물별로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리바록사반의 경우 용량감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비가트란과 다르게 소화불량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복용전략은 현재 1일 1회와 1일 2회로 나눠진 가운데 환자 순응도 측면에서 일장일단이 있다고 평했다. Amerena 교수는 "두 전략 모두 와파린보다 편한 것은 사실이지만, 와파린과 달리 약물 복용 시기를 한 번 놓치게 되면 약물의 공백기가 길어진다"며 신약을 사용할 경우 환자의 순응도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맞춤치료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인종간 차이와 유전자형 변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인종간 차이에 대해서는 "ROCKET-AF 동아시아 코호트 하위연구 결과 뇌졸중, 출혈 위험도는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결과는 ROCKET-AF 전체 연구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 연구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전자형 변이에 대해서는 현재 다비가트란만 연구를 발표한 상태다. 연구에서는 유전자 변이에 따라 출혈 예후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효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CES1 SNP rs2244613으로 RE-LY 연구 참가자 중 32.8%에서 나타났고, 출혈 발생률을 27%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Amerena 교수는 "ROCKET-AF 연구를 대상으로 한 분석연구가 진행 중이고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Amerena 교수는 "현재 항응고제 신약에서 위장관출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 모두에서 유의하게 나타나고 있어 원인규명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고 덧붙였다.

▲시장 더 치열해질 것

항응고제 신약들뿐만 아니라 항혈소판제 신약에 대한 자문위원으로 활둥 중인 Amerena 교수는 앞으로 항응고제 시장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최근 유럽에서 심방세동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받은 아픽사반이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적응증에 대해 자료를 검토 중으로 내년 3월 즈음 승인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최근 관련 학회들에서 이름을 보이고 있는 Xa 인자 억제제인 에독사반도 임상시험을 위한 환자 모집은 종료된 상태다. 2개의 용량 비교 연구가 진행 중으로 내년 즈음 연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간결과에서는 뇌졸중 또는 일과성허혈발작 예방에서 우수성을 보였고 안전성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Xa 인자 억제제 신약으로 관심을 모았던 베트릭사반은 해독(antidote) 효과를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현재 추가적인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로의 적응증 확대도 눈여겨 볼만하다. 아직 ACS 환자를 대상으로한 연구 중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 건 리바록사반의 ATLAS-ACS2 연구뿐이지만, Amerena 교수는 "항응고제 신약들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했다.

연구에서는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에 리바록사반 2.5 mg을 추가 투여한 결과 사망률과 허혈성 사건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FDA의 승인은 못받았지만 내년 내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다약물 투여다. Amerena 교수는 "대부분 환자들이 고령 또는 고위험군임을 감안할 때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리바록사반 3제 요법과 아스피린과 다른 항혈소판제들인 티카그렐러 또는 프라수그렐을 투여하는 전략 간의 비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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