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폐부종 악화 원인 밝혀내

서울의대와 하버드의대 연구팀이 장기 구조의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장기칩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허동은 교수(서울의대 의공학교실)팀과 Donald Ingber 교수(하버드의대 비스 연구소)팀이 폐포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장기모사 시스템을 이용해 중증 폐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개발했다.

또 이 칩을 통해 항암치료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알려진 폐부종의 새로운 원인을 처음으로 알아냈으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가 폐부종 치료에 효과적인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폐포의 기능을 재현하기 위해 메모리카드만 한 크기의 투명한 플라스틱 칩 내부에 두개의 미세 세포배양 공간을 형성해 위에는 공기가 지나는 폐포 세포를, 아래에는 혈액이 흐르는 모세혈관 세포를 배양한 후 두 세포 사이는 물질 이동이 가능한 분리막을 만들었다.


분리막 양쪽에는 주기적으로 진공상태를 만들어 칩 전체가 주기적으로 수축 운동을 하게 하여 우리 몸이 호흡할 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폐포의 모습을 동일하게 재현했다.

연구팀은 이 칩을 통해 항암제에 의한 폐부종의 발생과정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연구팀은 칩 하단의 모세혈관 채널에 피부암, 신장암 항암제인 interleukin-2(IL-2)를 투여했더니 IL-2가 모세혈관 세포와 폐포 상피 조직을 손상시켜 모세혈관 채널 속 체액이 폐포로 침투하기 시작했으며 실험 4일 째에는 공기로 차있던 폐포 전체가 체액으로 채워졌다.

또한 이 과정 동안 폐포에서 자주 관찰되는 섬유소의 형성을 성공적으로 재현했다.

연구팀은 우리 몸의 호흡과정에서 생기는 폐포의 수축이완 작용이 항암제에 의한 폐부종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대조군에는 칩의 수축운동 없이 모세혈관 채널에 IL-2만 투여했고 비교군에는 칩의 수축운동과 함께 IL-2를 투여했다.

그 결과 비교군에서 더욱 많은 체액이 폐포 채널로 침투했다. 이는 폐포의 수축 이완 과정이 세포 사이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그 틈으로 항암제가 들어가 폐포 상피조직을 더욱 손상시켜 폐부종이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한 장기칩을 이용해 현재 개발 중이 폐부종 치료제가 치료효과가 있음을 입증하였다.

연구팀은 비교군에서는 모세혈관 채널에 IL-2와 함께 Angiopoietin-1이나 GSK에서 개발 중인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4 (TRPV4) ion channel inhibitor를 투여하고 대조군에는 IL-2만 투여한 후 비교 관찰했다.

6시간 후 대조군에서는 조직 투과성(Barrier permeability)이 정상상태와 비교했을 때 15배까지 증가했으나 비교군에서는 통계학적으로 유효한 투과성의 증가가 측정되지 않았다.

허동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마이크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 중인 장기모사시스템들이 난치성 질병발생과정의 메커니즘의 규명하는 기초의학연구나 새로운 치료약, 치료법의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이 개척하고 있는 장기칩(organs-on-chips) 기술개발은 인체의 생리학적 현상을 정확히 재현하고 예측할 수 모델시스템이 없는 의학계와 의료업계의 현실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연구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연구주제는 최근 미국의 식약청(FDA), 국립보건원(NIH), DARPA(국방성) 등과 같은 핵심 정부기관에 의해서 앞으로 5년 내에 의학계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에 하나로 선정돼 막대한 정부 지원이 뒤따르는 차세대 융합연구의 중점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Science의 자매지인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11월호에 커버 논문으로 선정됐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