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를 맞아 전망이 밝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상과 달리 비뇨기과는 최근 의원 경영의 어려움뿐 아니라 전공의 지원률 하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은 2007년 99.1%를 기록한 후 점차 떨어져 작년에는 54.9%, 올해는 임상과 중 최하위인 39%에 머물렀다.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자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힘들게 비뇨기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미래가 어둡다는 데 있다. 비뇨기과 의료 행위는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것에 비해 수가가 월등히 낮아 비뇨기과 개원 의사들조차 전문 진료 행위를 포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비뇨기과학회가 16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여덟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수가 개선 및 정책적 배려

가장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규성 교수는 "비뇨기과 위기상황의 가장 큰 문제는 수가가 너무 낮다는 것"이라면서 "일반외과와 흉부외과에 적용된 수가 가산 수준 혹은 그 이상의 강도 높은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반외과와 흉부외과의 전공의 지원율 하락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로 각각 30%, 100% 수가 가산을 결정한 바 있으나 효과가 미비해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전공의 지원율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수가 가산이 적용된다면 대형병원을 배부르게 하는 수가 가산이 아니라 개원의들의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수가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를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대학병원의 교수직을 바라보고 지원하기보다 해당 과의 수련을 마친 뒤 병원급에 취직하거나 개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요도 수술 및 검사, 비뇨기 질환 처치와 관련된 수가에 대한 전폭적인 가산과 체외충격파쇄석술 수가의 보전, 비뇨기과 전문 병·의원 활성화 등이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기부전 약제 처방 우선권 인정

정신과 약물을 특수성을 고려해 정신과 의원 의약분업 예외를 인정하과 의사의 약마진을 인정하듯이 발기부전 치료 약제에 대한 의약분업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뇨기과에서 상담료도 없는 발기부전에 대해 이런 저런 상담을 받은 후 정작 처방은 타과에서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학회 조사에 따르면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타과 처방률은 이미 50%를 넘은 상태다.

학회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현재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으며, 그 관리도 전혀 되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임에도 이를 선물로 주고 받는 일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원 회장(세브란스병원 교수)은 "얼마전 신문에서 노인이 성폭력을 하기 전 미리 의사를 찾아가 실데나필을 처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면서 "환자에게 실제로 투여가 필요한지 살펴보고 충분히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한 뒤 전문가적 입장에서 검증을 거친 후에 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타과에서의 일시적 소량 처방은 인정할 수 잇지만 장기간 처방이나 지속적 다량 처방은 발기부전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있는 비뇨기과 의사에게 맡겨 발기부전 치료제가 주고 받는 선물로 돌아다니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요양병원 설치 인력기준에 비뇨기과 전문의 포함

고령화 사회가 지속되고 노인 요양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양 시설 노인의 배뇨장애 및 요실금 관리를 비뇨기과 의사가 전담할 수 있도록 노인 요양병원 설치 인력 기준에 비뇨기과 전문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내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요실금 유병률은 42.2~59.2%로 높은 편이다. 지난 수년간 학회에서는 요양병원에 전문 필수과로 비뇨기과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정작 요양병원협회측에서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비뇨기과 전문의들도 고혈압과 당뇨병, 뇌경색, 치매 환자들의 1차 진료 정도는 할줄 알아야 요양병원 측에서 비뇨기과를 원할 것이므로 학회 차원에서 이러한 생활 습관병에 대한 1차적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능검사나 처치 항목 신설

간단한 기능검사나 처치 항목을 새로 신설해 비뇨기과 환자의 진단을 위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또록 각분과 학회에서 새로운 검사나 처치 항목을 개발하도록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예를 들어 비뇨기과 전문의의 고유 영역인 요역동학 검사의 판독료를 신설하거나 성기능 혹은 배뇨에 대한 여러 설문 검사료를 신설하는 것 등이다.


ESWL은 비뇨기과 의사가 관리

비뇨기과 의사가 근무하지 않는 요양기관에서 체외충격파쇄석술(ESWL)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이에 학회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조만간 복지부에서 ESWL 설치 요양기관에 비뇨기과 전문의를 관리자로 두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 고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학회에서는 결석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야간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대학병원 응급실보다 비뇨기과 개원의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환자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ESWL의 야간 및 공휴일 가산을 활성화하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PSA, 국가암 조기검진 사업에 포함

지난 몇년간 추진해왔던 전립선암 PSA 국가암 조기검진 사업을 이번 대선 캠프에 요청해 최소한 50세 이상 성이 남성의 건강보험검진에 PSA를 추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진료영역 확대

타과의 진료영역 침해도 학회에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분이다. 여성 요실금의 경우 환자들이 산부인과를 선호하면서 전체 수술의 80%를 산부인과에서 시행하고 있다. 또 환자들이 전립선비대증 등의 배뇨질환을 비뇨기과에서 1차적으로 진료를 받은 후 투약만 하는 경우 내과 등에서 만성질환 약물과 같이 끼워 처방을 받는 진료행태로 인해 배뇨장애 약제의 내과 처방률도 50%에 달하고 있다.

학회는 이런 진료영역 바로잡기와 더불어 확대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혈액 투석의 70%를 비뇨기과 의사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 경직장 초음파 검사는 비뇨기과에서 하면서 복부 초음파 검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회에서는 복부 초음파 검사로 신장을 조사하는 것은 비뇨기과 의사의 기본 의무이고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쉽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보동영상 제작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비뇨기 질환 환자는 점차 많아질 수 밖에 없지만 의대생들이나 인턴들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비뇨기과에 대한 비관적인 이야기나 의사 구직란에 보이는 취직자리 등을 보고 비뇨기과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학회에서는 매년 3월 이들에게 진정한 비뇨기과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 10분 미만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 각 병원에 배포해 우수한 인력들이 비뇨기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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