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잘 알고 있는 법조인 선배께서 갑자기 전화를 했다.
1차의료기관에서 진료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서'의 작성을 요구해 "거부하면 어떻게 되느냐?"라고 물으니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료거부 아닌가?"라고 다시 질문하자, "진료는 받을 수 있으나,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와 우선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필자는 웃으며 "의료기관에서 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그렇다"고 쓴웃음을 지은 채 넘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학회에서 당사자를 만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에 1차의료기관에서 요양급여의뢰서를 발급, 상급병원에 전원된 환자의 요양급여의뢰서를 상급병원이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당연히 건강보험법의 하위규정인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보존의무 및 기간이 규정돼 있다고 생각하고 확인했지만, 의료인에게 발급의무만이 있을 뿐 보존의무는 물론 보존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과거 보건복지부령인 규칙이 아닌 고시로 요양급여기준이 존재할 당시에는 보존의무 및 기간이 규정돼 있었으나 현재의 규칙에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 제22조의 전체 취지를 살펴보면 의료인 스스로 작성한 기록만을 보관하도록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및 건강보험법 등에 의해 진료전달체계의 유지 및 전원의무을 이행하는 의료인의 발급의무가 있는 진료기록 및 의뢰서 등을 의뢰받은 의료기관이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그렇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물론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제9호에 '진단서 등'이라고 규정돼 보관해야 할 서류 중 유일하게 해석의 여지를 둔 '등'에 따른다 하더라도 의료법 제22조는 의료인 자신이 작성하고 서명한 기록에 대해서만 보관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료기관에서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개인정보보호법 제6조 규정에 따라 다른 법률이 규정한 경우 환자의 동의없이 수집할 수 있으며, 다른 법률이 규정한 경우에는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다른 법률의 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요양급여의뢰서의 보관 및 수집이 가능하지 않다.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6조 제3항 후단에서 '요양기관은 의뢰 또는 회송 받은 요양기관의 요청이 있는 때는 진료기록의 사본 등 요양급여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어 개인정보보호에 규정된 절차에 의한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진료의뢰를 받은 의료인이 직접 작성한 진료기록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진료기록이 환자의 진료에 필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이를 근거로 환자의 진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요양급여의뢰서 등은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적법하게 보관할 수 있다.

환자가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사용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은 환자에 대한 진료 및 건강보험청구 등에 필요한 정보로 법률이 규정한 개인정보는 환자의 진료신청과 함께 정당하게 획득할 수 있다. 이를 법률이 정한 목적 범위에서 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이전에 의료법 및 건강보험법이 우선 적용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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