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고혈압제 병용요법 확대 크게 기여"
치료환자 혈압조절률 2001년 45% → 2010년 60%


미국이 항고혈압제 병용요법의 확대에 힘입어 고혈압 환자치료의 고질적 병폐였던 절반의 법칙을 극복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 저널 Hypertension 2012;126:2105-2114에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고혈압 환자의 항고혈압제 사용율과 혈압목표치 도달률(이하 혈압조절률)이 지난 10년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연구팀은 혈압조절률 상승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다제병용요법의 확대가 있어 가능했다"며 적극적인 약물치료의 이점을 설파했다.

▲항고혈압제 치료환자 절반 이상 목표치 달성

고혈압은 절반의 법칙에 지배를 받아 온 대표적 심혈관 위험인자 가운데 하나다. 환자의 절반 가량은 자신이 고혈압인지를 모른다. 알더라도 절반은 치료를 받지 않는다. 치료한다 해도 절반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 종합하면 고혈압 환자의 극히 일부만이 성공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Aiuping Gu 연구팀은 지난 2001~2010년까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18세 이상 성인 고혈압 환자 9320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인의 고혈압 치료결과가 개선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2003년 JNC 7차 가이드라인 발표를 전·후해 항고혈압제의 사용률과 혈압조절률의 변화를 들여다 본 결과다.

지난 10년간 전체 고혈압 환자의 혈압조절률(140/90 mmHg 미만, 당뇨병·신장질환 환자 130/80 mmHg 미만)은 28.7%(2001~2002)에서 47.2%(2009~2010)로 유의하게 상승했다(P<0.01). 특히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혈압조절률은 44.6%에서 60.3%로 증가, 2010년 현재 절반 이상이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파악됐다(P<0.01).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는 임상시험에서조차 목표치 도달률이 70%를 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임상현장에서의 이같은 성과는 상당한 진전이다.

▲절반 가까이 항고혈압제 병용···단독 대비 혈압조절률 ↑

같은 기간 항고혈압제의 사용률은 63.5%에서 77.3%로 역시 의미있는 상승곡선을 그렸다(P<0.01). 변화는 병용요법이 주도했다. 다제병용요법의 적용률은 2001년 36.8%에서 2010년 47.7%로 증가해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절반 가까이가 두 가지 이상의 약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P<0.01). 반면, 단독요법은 전반적으로 비중이 낮은 가운데 미약한 증가에 그치거나 약제에 따라 사용량이 감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구팀은 단독요법에 비해 병용치료 환자들의 목표치 달성률이 유의하게 높다는 데 주목했다. 하나의 약제만을 사용하는 경우와 비교해 변동용량 병용요법(약물 별도로 다중투여)의 혈압조절률이 26%, 고정용량 병용요법(단일 복합제)은 55%나 높았던 것.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혈압조절률의 개선이 다제병용요법의 보다 확대된 적용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JNC 7차 가이드라인의 역할

미국내 전문가들은 JNC 가이드라인이 병용요법 확대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 발표된 JNC 7차 가이드라인(Hypertension 2003;42:1206-1252)은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들에게 이뇨제 일차선택과 함께 혈압목표치의 달성 및 유지를 위해 계열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혈압이 목표치보다 20/10 mmHg 높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병용요법으로 시작하도록 적극적인 치료를 지지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 75% 이상 병용 필요"

미국고혈압학회(ASH) 역시 병용요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2010년 발표된 "고혈압 환자 병용요법(J Am Soc Hypertens 2010;4:42-50)"에 관한 권고성명에서 ASH는 "한 가지 루트만 표적으로 공략하는 항고혈압제 단독요법으로는 혈압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며 "상호보완 작용이 있는 계열을 병용할 경우, 단일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에 비해 5배 정도의 강압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병용요법, 특히 복합제는 내약성과 순응도 면에서도 이점을 갖는다. ASH는 성명에서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볼 때, 고혈압 혼자의 75% 이상에서 혈압목표치 달성을 위해 병용요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더불어 충분한 추가 혈압강하 효과를 낼 수 있어 선호되는 병용조합으로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 이뇨제와 ACEI 또는 ARB + 칼슘길항제(CCB)를 권장했다.

▲사용률 이뇨제, 증가율 ARB 1위

이같은 조합은 지난 10년간의 항고혈압제 사용패턴 변화에서도 그대로 관찰된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항고혈압제는 병용과 단독요법 모두 포함해 이뇨제로 밝혀졌다. 이뇨제의 사용률은 지난 2001~2002년 전체 항고혈압제 가운데 30.0%에서 2009~2010년 35.8%로 상승하면서 꾸준히 1위를 유지했다. JNC 가이드라인의 일차선택 권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뇨제는 단독요법(2.7% → 3.3%)보다는 병용요법(27.3% → 32.5%)에 훨씬 많이 사용됐으며, 이는 모든 계열 약물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병용요법에 사용되는 빈도의 증가가 사용률 전체를 견인한 것이다. 이뇨제 가운데서는 티아자이드계가(22.4% → 27.6%)의 사용이 가장 많았다.

2001~2010년 사이 사용률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계열은 ARB(10.5% → 22.2%, 100% ↑), 베타차단제(20.3% → 31.9%, 57% ↑), ACEI(25.5% → 33.3%, 31% ↑), 티아자이드계 이뇨제(23% ↑) 순이었다. 이들 또한 병용요법에 적용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사용률이 증가했다. 병용요법의 필요성이 증대되면서 이뇨제에 더해 강압효과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계열, 즉 혈압조절과 더불어 심혈관 보호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약물조합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사용된 항고혈압제는 리시노프릴

개별약제를 보면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사용된 항고혈압제는 ACEI 계열의 리시노프릴(lisinopril)이었다. 리시노프릴은 2001~2002년 10.4%에서 10년 후 20.1%로 두배 가까이 사용량이 증가하며 가장 높은 빈도를 기록했다.

이어 2009~2010년 현재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분석에 따른 약제별 사용률은 메트로프롤롤(metroprolol, 15.1%), 하이드로클로로티아자이드(hydrochlorothiazide, 10.7%), 암로디핀(amlodipine, 10.4%), 아테놀롤(atenolol 8.5%), 프로세마이드(furosemide 7.0%), 발사르탄(valsartan 5.2%), 카베딜롤(carvedilol, 4.3%), 로사르탄(losartan 4.1%)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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