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분만의사 감소로 고위험 임신 관리 능력 떨어져

우리나라 모성사망비가 2008년 분만 10만건 당 8.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불과 4년만에 분만 당 17.2명으로 2배 증가했다. 분만 후 출혈, 임신중독증 같은 고혈압성 질환, 양수색전증 등 직접 모성사망에 의한 모성사망비는 1.6배, 고령임신 등 고위험 산모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간접 모성사망비는 6배나 증가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모성 사망비를 분석해 6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산모 연령에 따른 모성사망비는 2008년 대비 2010년에 35세 이하의 산모에서는 모성사망비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35세 이상의 고령산모에서 모성사망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는 산부인과 전공의와 분만의사 감소로 고위험 임신관리 능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학회는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산부인과 전공의와 분만의사 수가 감소할수록 모성사망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고령 산모 관리에 대한 인프라가 매우 약화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2010년 Lancet에 실린 전 세계 국가들의 모성사망비를 비교한 논문을 보면, 2008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는 출생아 10만명 당 모성사망이 1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OECD 국가 평균(출생아 10만명 당 11.5건)보다 낮은 수치였으며, 미국의 모성사망비(17건) 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다. 그러나 불과 4년만에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최근 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에 따른 모성 사망비 불균형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서울 지역 모성사망비는 10.8명인 반면, 강원 지역은 34.6명으로 그 차이가 세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현재 강원도가 국내에서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고, 대학병원으로의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곳임을 감안할 때, 결국 산과적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능력과 신속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모성사망비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차이는 백인 여성에 비해 흑인 여성의 모성사망률이 3~4배 높은 미국의 보고와도 비교할 만 하다"고 했다.

의료소송의 위험성, 응급 진료의 기피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한 산부인과 기피현상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 수련병원들의 산부인과 전공의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산부인과 전공의를 마치고 신규 배출되는 전문의 수가 2001년도에 270명에서 올해 90명으로 대폭 줄었다.

고위험, 고령 산모관리를 맡아줘야 할 대학병원 산부인과가 전공의 없이 교수들로만 운영이 되다 보니, 분만장을 폐쇄하거나 진료기능이 약화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국립대병원에서조차 전공의가 없어 개인병원 산부인과로 산모를 전원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김선행 이사장은 "2008년도까지 OECD 평균 보다도 낮은 모성사망비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열악한 분만환경에도 불구하고 밤낮으로 분만장을 지켰던 산부인과 의사들의 투철한 희생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제는 젊은 의사들에게 오로지 의료인으로서 사명감 만으로 의료소송에 대한 정신적인 부담과 산부인과의 특성상 일상인 응급 진료에 대한 육체적인 부담을 이겨내라고 강요할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서울·경기 지역에서도 분만의사나 전공의를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하루속히 국가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모성사망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