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

새로운 항혈소판제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대규모로 진행된 메가 트라이얼을 근거로 저마다 강력한 혈소판 억제 효과와 출혈 안전성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전문가가 있다. 바로 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드문 항혈소판 분석 전문가다.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는 혈소판 기초 연구 분야에 지난 10여년간 심혈을 쏟았다. 미국에 가서도 혈소판 분석 연구에만 몰두했다. 이런 노력끝에 2011년 미국심장학회(ACC) 젊은 연구자 업적상(Young Author Achievement Award)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국내에서 가장 혈소판 억제제 연구를 많이한 연구자로 꼽히고 있다.

정 교수가 미국에서 업적상을 타게된 배경은 ACCEL-DOUBLE 연구다. 이 연구는 PRU 값에 따라 클로피도그렐을 증량해 사용해도 환자가 CYP2C19 등 약물대사를 저하시키는 요소가 있다면 약물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CYP2C19의 LOF(lost of function)는 클로피도그렐의 항소판반응을 감소시키는 대표적인 유전자다. 정 교수는 연구를 통해 이 유전자가 서양인에서는 25%인 반면 동양인에서는 47.1%로 더 많이 나타다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게다가 이 유전자는 약물을 증량해도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CYP2C19*1의 경우 증량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동양인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2, *3의 경우 LOF 효과가 더 크다는 점도 알아냈다. 나아가 이는 출혈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는 "아스피린으로 인한 출혈은 일본환자에서 0.1~1.78%였지만, 서양환자에서는 0.17%였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서양환자들보다 우리나라 환자들의 PRU이 전반적으로 40~50 정도 높다는 점도 찾아냈다. 일반적으로는 PRU가 높을 경우 심혈관 사건 위험도가 높게 나타나지만, 우리나라 환자들은 PRU가 높아도 심혈관 사건은 낮게 나타난다. 또한 와파린 사용에서도 서양에서는 2~3을 치료범위로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8~2.3을 적정 범위로 보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정 교수는 이를 "East-asia paradox"로 규정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합의된 고PRU(HPR) 기준은 VerifyNow로 평가했을 때 235지만, 우리나라는 250~290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응고능력이 단순히 혈소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언급했다. 혈소판을 포함해 피브리노겐, Xa 요소, 콜라겐, 조직요소, 트롬빈 등 혈관건강 및 순환정도, 응집정도 모두를 아우르는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그는 두가지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치료전 항혈소판 분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는 주장이다. 그는 "분석에 대한 인지도도 낮고 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하지만 사전 분석이 진행되면 맞춤형 치료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하나는 글로벌 메가 트라이얼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많은 연구를 해본 결과 인종마다 혈소판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직접 확인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연구라고 해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면에서 정 교수는 "최근 여러 제약사에서 새로운 항혈소판 제제를 출시하고 있는데 이런 제제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동양인(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별도로 시행해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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