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경영난 반영해 달라"

공단
"합리적인 선에서 악수하자"



2013년도 수가협상의 대단원의 막이 올랐다.

이번 수가협상은 의약계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큰 폭의 인상률이 나올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대선을 앞둔 민심잡기용으로 예년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저수가 의한 진료 왜곡 심화

의약계 단체장들은 "비현실적인 수가는 비양심적인 의료인을 양성하고, 병원의 경영난 가중과 가입자인 국민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면서 "수가도 공무원 급여 인상 폭만큼 올라가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의원 폐업률이 지난해 6%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재정 지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지방 의료기관은 군소도시는 물론 광역도시도 환자 감소, 의료진 부족, 낙후된 시설과 재정난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저수가로 인해 양심 있는 의사들마저 비양심적인 진료를 하고 있으며, 재정위에서 경제적인 문제만 검토하는 데 급급해 질 평가는 하지 않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게 공급자 측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수가 인상에 따른 건보료 상승보다 저수가에 의한 진료 왜곡현상으로 나타나는 비급여 폭탄이 가계부담을 더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수가현실화와 더불어 불합리한 계약 조건 자체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협상이 보험자 틀 안에서 진행되고, 협상안이 공단의 재정위, 건정심 등을 거치면서 결국 공급자의 의견파이가 좁아지므로 의료 질을 담보하는 안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것.

이외에도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면서 결국 데드라인을 넘겨 공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되는 문제도 제기됐다.
공급자 측은 지난해 1분을 남기고 부랴부랴 협상을 완료한 것을 지적하며, "밀고 당기기", "떼쓰면 더 주기" 등 비정상적인 시스템을 타파하고, 원칙 있는 이성적인 협상을 제안했다.

이에 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건보료 단일화 등 부과체계 개편을 비롯한 왜곡된 건강보험의 제도 개선이 있기 전까지는 무조건적으로 의약계가 요구하는 인상률에 맞춰줄 수 없다"며 찬물을 끼얹었다. 이어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사이를 조율하는 보험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형평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안을 함께 내놓자"고 촉구했다.

4조원 흑자, 협상 변수 작용하나

수가협상 사상 이례 없는 공단 적립금 4조원 돌파에 의약계는 "그동안 병·의원 쥐어짜기와 약가인하 등으로 얻어진 산물"이라며 "공급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 흑자가 난 만큼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 측에서는 "연말 진료비를 지급하면 1~2조원은 금방 사라지고, 나머지 재정도 복지부에서 보장성 강화를 조금만 높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재정안정화를 위해 더 많은 적립금을 쌓아둬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흑자를 복지재정 확대에 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의약계 기대를 다시금 누르고 있다.

이러한 반응과 동시에 수면 아래 깔려있던 비관론도 고개를 들었다. 일부 의약계 관계자들은 "정권 말기이자 대선을 앞둔 시기이므로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른 인상률은 평년의 절반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의협의 건정심 탈퇴, 공단-의협의 고소·고발 난무 등 의협과 공단의 사이가 녹록지 않은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이번 협상은 지난 5일 병협, 한의협과의 협상을 시작으로 17일 자정까지 7~8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