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처음으로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 환자의 자매간 조혈모세포이식이 성공했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종욱(센터장, 혈액내과)·정낙균(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난치성 혈액질환인 베타지중해빈혈을 앓고 있는 루다(여,6세)에게 언니인 헤이야(여,11살)의 조혈모세포를 이식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루다는 현지에서 베타지중해빈혈을 진단받고 수혈로 생명을 이어가는 응급한 상황이었으며 조혈모세포이식만이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베타지중해빈혈은 주로 지중해 연안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희귀병으로 적혈구 용혈로 인해 평생 수혈을 받아야 하며 이로 인해 비장이 커지며 간과 심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혈액질환이다.

루다는 현지 의료진의 추천으로 6월 26일 병원에 입원, 이식유전자(HLA)가 일치하는 언니 헤이아의 조혈모세포를 성공리에 이식 받고 3개월 만인 어제 오후(9월 20일)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병원 의료진과 관련부서는 중동에서 처음으로 온 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사전에 모여 철저한 준비를 했다.

소아의 경우 장기 손상이 오기 전 12세 이전에 동종조혈모세포이식으로 치료하면 성공률을 90%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센터 의료진들은 풍부한 조혈모세포 이식경험을 바탕으로 치료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웠다.

치료팀은 이식에 관한 문제보다는 문화의 차이나 의사소통의 문제가 걱정됐다. 이를 위해 국제진료센터, 대외협력팀 등 관련 부서에서는 아랍어 의료 통역사와 아랍어로 된 병원 안내 가이드책자, 중동 식사 등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또한 무슬림 기도실 마련하고 코란, 기도 양탄자 등 기도 물품 배치하여 종교생활 안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루다는 병원에 입원 당시 계속 수혈을 받고 있었고 수혈을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철분중독으로 신체의 여러 장기 손상이 오게 되고 간경화나 심장기능부전으로 사망할 위험이 있었다.

조혈모세포이식을 위한 준비로서 루다는 언니의 조혈모세포를 잘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면역력을 억제하는 강렬한 전처치 항암화학요법을 잘 견뎠다.

7월 11일 조혈모세포 이식이 시작됐다. 동생에게 조혈모세포를 주기 위해 언니는 수술실에서 전신 마취를 하고 골수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아픈 과정을 잘 견뎠다.

채취한 조혈모세포는 당일 20층 백혈병 무균실에 입원하고 있는 루다에게 이식됐다. 이후 소아 혈액종양팀은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 이식편대숙주병, 각 기관의 기능부전 등 이식 후 합병증 발생여부를 관찰했다.

루다의 주치의 정낙균 교수는 “이식 후 성공적인 생착이 확인되었으나 합병증으로 간정맥폐쇄증후군이 발생하여 복수가 차고 잘 먹지도 않아 힘들어했다” 며 “하지만 루다가 잘 견뎌내어 혈액학적 수치들이 정상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에 퇴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퇴원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루다의 아버지 타렉 이즈마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루다를 돌봐준 의료진 및 관계자 등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센터장 이종욱 교수는 “아부다비 환아의 첫 조혈모세포를 성공시킴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 환자, 특히 중동환자가 우리병원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많은 해외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는 국내 혈액암 치료, 그중에서도 조혈모세포 이식 분야의 모든 역사를 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83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종(형제간)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한 데 이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조혈모세포이식을 시술하고 있으며 현재 세계 5위의 이식 건수(총 4650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60례 이식에 이어 올해에는 400례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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