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간 지놈 지도가 완성된 지 10년만에 세밀 지도가 완성돼 화제가 됐다. 6개 학술지에 연결논문 형태로 발표된 "DNA 구성요소 백과사전(ENCODE)" 프로젝트에는 전세계 32개 연구소 과학자 442명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정크 DNA가 각종 유전자의 기능을 멈추게 하거나 활동하게 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져 각종 난치병 치료나 맞춤 치료에 가까이 다가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양한 역할이 규명된 만큼 유전자 분석을 임상에 적용하는 데 회의적인 사람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의학적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의대 시스템바이오정보의학 국가핵심연구센터 김주한 소장은 분석 비용과 속도, 질 문제를 한계로 꼽았다. 현재 250만원 대인 전체 분석 비용이 100만원 이하로 낮아지고 검사 시간도 6시간 미만으로 줄어야 한다는 것. 또 아직까지는 분석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질이 부족해 신뢰성 담보가 어렵다.

김 소장은 "분석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대한 맥락을 이제 막 고려하기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향후 1~2년 안에 가격과 속도 문제가 해결되고 데이터도 완벽한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의 응용범위는 매우 다양하지만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약물 부작용 및 반응, 독성 평가와 암 예방 및 치료 등이 꼽힌다.

김 소장은 "암의 경우 유전자의 역할이 워낙 많이 밝혀져 앞으로 암환자에서 유전자 검사는 필수"라면서 "그 외에도 신약 개발에서도 이미 일부 적극적인 기관에서는 임상에 적용하고 있으며 희귀질환도 진단적인 차원에서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분석 서비스 시장은 이미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바이오정보 육성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전자 정보 분석 서비스 산업 시장 규모는 2007년 이후 매년 약 25%씩 고속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정부에 신고된 유전자 검사 업체는 의료기관 98곳, 비의료기관 88곳으로 모두 합해 186곳이나 된다. 이번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런던올림픽에도 유전자 분석을 통한 맞춤형 훈련 시스템이 소개됐으며, 질병예측 상용화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업체들의 움직임도 발빠르다.

김 소장은 "많은 비즈니스 모델에서 제시되고 있는 정보들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과장된 면도 많다. 이에 대한 규제를 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있다"면서 "전문가 없이는 오용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정보의학 전문가는 양손으로 다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하다. 유전자에 대한 전문가도 없고 유전자 정보를 아는 사람도 없다.

김 소장은 "유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는데 정작 대학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의대에서도 해부학이나 생리학처럼 유전자도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직접 유전자 분석을 하지 않더라도 다루는 방법이나 해석하는 방법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는 것.

미국에서는 유전자 분석에 대한 세부 전문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네틱 카운셀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비의사지만 사회적, 심리적, 생물학적으로 유전자 분석 데이터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주는 카운셀러들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병리학이사회(ABPath) Betsy D. Bennett 부회장은 "유전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정보의학 영역의 세부전문의가 되는 의사들은 전자의무기록, 진단, 맞춤의학 분야의 발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전문가 양성을 위해 대한의료정보학회에서도 정보의학 인증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의대 정보의학실에서도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면서 "워크숍의 경우 600명 정도가 참석할 만큼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더불어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약물 반응은 검사를 통해 명확하게 알 수 있지만 단순히 확률만 제시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어느 정도 위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질병에 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김 소장은 "알면 방어할 수 있고 좋은 점도 있지만 모르고 살아갈 권리도 있다"면서 "유전자 분석 서비스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싶은지 답할 수 있는 문화적 수용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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