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유통구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간납업체가 대기업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 복수의 임원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A사, B사 등이 의료기기 사업 진출을 위해 시장조사에 나섰다. A사는 중공업, 건설, 정보통신 등을 하고 있으며, B사도 석유화학, 건축 등을 주로 하고 있는 유수의 업체다. 작은 계열사 매출액도 무려 10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삼성, LG 등이 의료기기사업에 진출한다고 하자 급히 ‘뭔가 있다’는 확신을 갖고 시장에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기획팀 등을 이용해 의료기기 시장 조사에 나서고 있으며, B사는 의료기기 관련 임원진들을 다수 만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들이 황당하게도 ‘간납업체’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삼성물산 자회사인 케어캠프와 두산이 일부 관여한 이지메디컴 등을 보고 중간 유통 마진을 위해 간납업체를 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현금을 두고 움직일 수 있는 사업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간납업체는 지난 7월 검찰조사 결과 고질적인 리베이트와 유통구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검찰에서는 국공립을 전담하던 이지메디컴은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업체들은 현실적인 조언을 하면서 간납업체는 시기상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의료기기업체 이사는 “대기업이 진입하면서 시장의 생태계 전반을 고민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곳은 없다”며 “당장 현금화할 수 있고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것만 찾는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의료기기제품을 하나 수입하더라도 국내 허가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제품 개발은 더욱 그렇다. 의료계에 진출한 적이 없다면 임상시험 승인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까다롭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거대 자금을 이용한 의료기기리스, 장비 렌탈, 중간 유통 도매 마진 등이라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다른 의료기기업체 이사도 “대기업은 대기업답게 움직여야 하지만, 대기업마저 당장의 현금화에 쫓기다 보면 영세한 중소기업은 더욱 열악하게 흐를 수밖에 없다”며 “의료기기사업을 쉽게 볼 것이 아니라, 심도있는 고민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납업체에 대한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4개 의료기기 단체 연합이 유통투명화 선언문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의료기기협회가 ‘신중론’을 꺼내들자 무한정 연기됐다.

의료기기협회 관계자는 “4개 단체가 움직이려 했지만, 아무래도 아직 간납업체가 슈퍼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당장의 거래에 부담이 뒤따른다”며 “또한 치료재료 실거래가 상환제를 손보면서 치료재료 수가 삭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다른 단체측은 “이미 공동 움직임을 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돌연 연기하면서 재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목소리를 낼 때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고 그래야 올바르고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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