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철 신임 원장 인터뷰


입보단 귀를 먼저 여는 요즘


“취임한 이후 매일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주로 불만이 많네요. 그들이 병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일 잘 알기 마련입니다. 업무 파악은 곧 직원들과의 교감인 만큼, 끊임없이 이야기를 듣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8월 1일자로 강북삼성병원장에 취임한 신호철 원장은 매일 중장기 발전계획 구상에 여념이 없다. 지난 10년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 대한스트레스학회장, 강북삼성병원 건강의학본부장 등 편안한 날이 없었지만, ‘또 한번의 도전’인 셈이다. 학회 활동과 병원 경영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람을 관리하는 노하우로 입보단 귀를 여는 것을 택했다.

이는 병원에도 도입한다. 공개적으로 병원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기 위해 원장 직속으로 ‘혁신위원회’를 두었다. 단, 위원회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 경영에 참여 하다보면 아무래도 눈치를 보거나,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이 먼저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한 좋은 시도라고 자신했다.

또한 내부 인력에 대한 고민을 하기 위해 대외협력위원회를 두었다. 각종 시스템 지원, 직원 복지, 근무환경 개선 등을 꾀하면서 연구 활성화, 국제교류까지 구상하고 있다. 신 원장은 취임한지 한달여인 현재, 직원들로부터 반성과 도전, 배움을 얻고 자극을 받는 나날이라고 소개했다.

특성화 전략으로 공간 한계 극복

병원 발전에 가장 아쉬운 것은 공간의 한계다. 병원이 시내 한복판, 서대문 바로 옆에 있다 보니 문화재관리법, 조세관리법 등에 묶여 있는 상태. 바로 옆 적십자병원 부지도 매입하는 여건이 되지 못하면서 물리적인 발전에 한계가 따르고 있다. 건물 안의 리모델링만 수차례에 걸쳐 해온 터에 직원들의 피로감만 상당하다.

신 원장은 “규모의 경제가 전부는 아니지만, 700병상을 만들고 나서야 특성화가 가능해졌다”고 아쉬워하며 “빅5 이외의 병원들은 다 느끼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마냥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다. 규모를 키우지 못하는 대신, 특성화 전략을 잘 세우면 되기 때문이다.

유방암센터, 당뇨병센터 등에 이어 또다른 특성화를 구상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 명의인 전호경 교수 영입으로 소화기암센터를 구상중이며, 추가로 2가지 센터 등 총 5가지 센터를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 걸맞는 투자도 뒤따른다. 우선 추가적인 인재 영입을 단행할 계획이다.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도 강화한다. 진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장기 연수 외에도 단기 연수를 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신 원장은 “지식이 함께 가야 브랜드파워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인재 영입으로 내부를 긴장시키는 동시에 내부의 역량을 끌어올리겠다.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실용화 가능한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나 행정직에도 기회를 줄 생각이다. 병원이 발전하려면 의사하나만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병원 냉난방을 위해서도 1~2명의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고 있다. 신 원장은 그들을 찾아가 도시락을 증정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직원이 행복한 병원이 환자도 행복하다. 우리 병원에 일하는 직원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서 고민해보고자 한다. 행복한 조직을 위해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내보겠다. 그래야 직원들의 가족들도 자신있게 데려오기 마련”이라고 피력했다.

삼성 브랜드 파워 '따로 또 같이'

사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병원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됐다. 강북삼성병원 전신인 ‘고려병원’은 당시 초일류병원으로 손꼽혔다. 치료수준도 우수했고 부유층도 대거 몰려왔다. 의대와 함께 발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위기를 맞기 일보 직전, 삼성의료원에 편입되면서 살아날 수 있었다. 해외 학회에서도 '삼성' 브랜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신 앞으론 삼성 산하에서 ‘따로 또 같이’ 간다는 계획이다. 5개 특성화센터 중에서 1~2개만큼은 삼성서울병원을 뛰어넘는 수준급의 진료 영역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강북삼성의 또다른 자랑인 건진도 강화한다. 삼성그룹 검진이 차지하는 비중을 60%에서 30%로 줄이고, 기업검진으로 승부수를 던져볼 계획이다. 다른 병원이 건진센터를 대거 세우면서 도전장을 내밀어도 30여년의 노하우, 750명의 직원으로 자신감이 가득하다.

물론 현재 의료계의 현실이 좋지 않다. 빅5 병원 외엔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원장은 “제도적으로도 일방적인 분위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의료가 갖고 있는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의학의 가치인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병원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가정의학회 이사장으로서, 건강의학본부장으로서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늘 호평이 뒤따라왔던 신호철 원장. 과연 3년의 원장의 임기 중엔 어떤 변화와 발전을 할지, “자신의 이름 걸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겠다“란 한 마디에 직원들의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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