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개발 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세계 25개국 의학자, 생통계학자들이 한국을 찾은 가운데 제1차 세계약동력학술대회(World Conference on Pharmacometrics; WCoP)가 5~7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렸다.

박경수 조직위원장(연세의대 약리학교실 교수)은 "전체 개발되는 신약의 절반 이상이 약동력학 모델링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 대회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동력학이 덜 발달된 국가를 고취시키고 전세계 학문 수준을 높이고자 만들어진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보다는 제네릭에 치중돼 있어 선진국에 비해서는 신약 경쟁이나 약동력학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

박 교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2000년 이후 약동력학 모델링 기법을 사용해 승인된 신약 건수가 6배 증가했다"면서 "이는 FDA가 신약 승인 단계의 필요요건으로 모델링을 제시하는 등 스스로 변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FDA는 현재 2020년까지 15개 질환군 임상시험을 모델링·시뮬레이션으로 표준화하고, 모든 임상 설계에 시뮬레이션 기법을 적용해 자체적으로 5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모델링 기법은 2상 및 3상 임상시험을 대체할 수 있어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 전문가가 없고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낮은 편이다.

박 교수는 "룰을 바꾸기 위해서는 허가 관청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면서 식약청과 기업이 신약개발 비용을 줄여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박 교수가 최근 몇년간 여러 굵직한 국제 학술대회를 주도해왔던 경험을 살려 많은 관심 속에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그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대회인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신약개발 종사자들에게 WCoP의 초대 개최국으로서 계속 기억될 것"이라면서 "일분과 중국을 제치고 우리가 먼저 개최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아시아의 선도국가임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학술대회를 계기로 약동력학에 대한 국내 관심이 고조되고 학계, 기업, 식약청 모두가 자긍심을 갖게 돼 연구에 매진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 신약개발의 중심국가로 우뚝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첫 대회인 만큼 특별한 주제를 앞세우기 보다는 현재 약동력학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다뤄져야 할 중요한 분야들을 총 망라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방법론이나 정책, 치료, 소프트웨어, 응용학 등 총 7개 구연발표 세션이 열렸고, 기조강의로는 화이자 Peter A Milligan, 노바티스 Steven E Kem 박사가 약동력학 모델링의 중요성을 크게 두 단계(약물개발 과정, 개발 후)로 나눠 설명했다.

또 전문가를 위한 워크샵으로 6개의 새틀라이트 코스(satelite couse)를 개설해 큰 호응을 얻었다. 워크샵에서는 프로젝트 결과를 어떻게 분석할지 직접 소프트웨어를 시연하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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