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술은 '상위' 기증자수는 '하위'

108만 3970명. 2012년 6월 말 현재 장기기증을 희망하고 있는 사람 수다. 매년 장기기증을 희망하는 사람은 10만명 이상씩 크게 늘고 있다. 장기이식의 5년 생존율도 신장의 경우 뇌사 이식자는 92.74%, 생체 이식자는 96.2%로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실제 장기이식 수는 2006년 2346건, 2007년 2368건, 2008년 2857건, 2009년 3187건, 2010년 3137건으로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평균 2년, 길게는 4~5년을 기다려야 하며,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도 현재 2만 3360명이나 된다. 대한이식학회 서보양 회장(영남대의료원 외과 교수)을 만나 우리나라 장기이식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물었다.



생체 장기 의존…연구 역량 강화해야


서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이식 기술은 "톱클래스"라고 소개했다. 특히 생체 장기 이식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그러나 대기환자 수 대비 공여장기가 부족하다는 문제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100만명 당 뇌사자 장기 기증자 수는 5.3명으로 스페인 35.1명이나 미국 25.5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형편이다. 앞으로 이식이 필요한 환자 수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생체장기 기증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의 장기이식 통계에 따르면 2010년 뇌사기증자는 268명에 불과했지만 생존 시 기증자는 1782명으로 8배 가까이 많았다.

서 회장은 "생체 장기 이식은 주로 가족간이나 순수 타인의 기증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기증 수가 한정돼 있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대체방법으로 교환이식을 하고 있지만 이 또한 중개 기구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혈액형이나 조직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항체 제거를 통해 이식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고 있다.

서 회장은 "이식면역 기술이 진보하면서 기존의 이식술과 생존율이 비슷해졌지만 의료보험이 안돼 비용이 5배 가량 비싸고, 큰 병원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항체 제거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외 해결방법으로 이종장기이식도 각광받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서 회장은 "체액성 항체제거 및 새로운 면역억제제 개발을 통해 초급성, 급성 체액성 및 만성 거부반응이나 이종장기이식을 위한 면역체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연구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뇌사자 기증, 버려지는 장기 없도록 해야

따라서 뇌사자 장기 기증이 절실하며, 서 회장은 특히 충분히 이식이 가능함에도 관리가 안돼 버려지는 장기가 없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장기이식법이 개정되면서 과거에 비해 뇌사 판정위원 수가 적어졌고, 뇌사 환자가 발생하면 반드시 발생 병원에서 신고하도록 의무화해 뇌사자의 장기 관리가 더욱 유용해졌다"고 설명했다.

그 동안엔 뇌사 환자의 신고의무가 없어 사전에 기증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장기 관리를 하지 못해 유족의 기증 의사가 있어도 이식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발생 병원이 신청하면 한국장기기증원(KODA)에서 사전관리를 통해 장기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화 됐다.

서 회장은 "작년 6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서 장기기증이 활성화돼 2010년 뇌사기증자 수가 268명에서 지난해 368명으로 37%가 증가했으며, 올해 5월까지는 22%나 증가했다"면서 "학회 차원에서도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회홍보단체를 도와 장기기증에 대한 홍보나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별 장기구득 불균형 해소 필요

더불어 "장기기증을 확산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증된 장기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ONOS는 서울·경기도·강원도·제주도를 1권역, 충청도·전라도를 2권역, 경상도를 3권역으로 나눠 각 지부에서 기증될 장기를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주별로 권역을 나눠 1주당 1개 지부가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규모에 비해 권역이 많은 편이다. 문제는 이식 대기자 등록 및 이식수술 환자수가 1권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KONOS에 장기이식 대기자 등록을 하면 뇌사기증자 발생시 먼저 해당 권역의 등록자 중 적합한 장기를 검색하고, 찾지 못할 경우 전체 권역을 대상으로 검색 범위를 넓힌다.

서 회장은 간이식의 경우 "이식 환자 대부분이 1권역에서 등록하여 대기하기 때문에 현재 시스템 상에서 2, 3권역에서 1차로 적합한 장기기증자를 찾지 못할 경우 장기 검색 범위를 전국으로 넓히면 우선권을 대부분 1권역에 빼앗겨 적합한 장기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하며, 지역 불균형 해결을 위해 1차 검색시 적합한 기증자가 자기 권역내에 없을 경우, 2차 검색시 타 지방권역에 우선권을 주어 검색을 한번 더 거치는 방법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2권역에서 적합한 장기를 찾지 못한 환자가 있을 경우 먼저 3권역에서 추가 검색 후, 전국권역으로 검색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제3권역 이식연구회장도 겸임하고 있는 서 회장은 지난 6월 부산에서 2, 3권역 합동 학술대회를 열고 장기배분에 관한 권역간의 문제를 심도있게 토의했다. 향후 이식학회 이사회를 거쳐 KONOS에 정식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서 회장은 "만약 이 문제가 해결 된다면 지방 환자들도 장기 획득 기회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장기이식을 통해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대한이식학회장이자 이식인으로서 우리나라 장기이식의 문제점을 적극 해결하기 위해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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