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국내에서 체질량지수(BMI)가 25 ㎏/㎡ 이상인 사람이 연간 40만명씩 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비만이 사회적인 이슈가 됐다. 그러나 2007년 이후로는 더 이상 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여성에서는 약간씩 줄고 있다. 그렇다면 비만과의 전쟁은 이제 끝난 것일까? 전문가들은 BMI가 30 ㎏/㎡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는 성별에 관계없이 꾸준히 늘고 있어 새로운 비만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30일 서울성모병원 성의회관에서 "고도비만 환자 수술적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주제로 워크샵을 개최해 고도비만 환자 치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는 "비만과 동반질환 빈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분석" 주제발표를 통해 "BMI 30 ㎏/㎡ 이상의 고도환자는 물론 35 ㎏/㎡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도 20~30대를 중심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비만율이 급증할 당시 청소년이었던 비만 환자들이 현재 20~30대로 접어들면서 고도비만이나 초고도비만 환자로 자리잡았다는 것. 우리나라에 패스트푸드가 보급되고 신체활동이 급속히 줄어든 시기가 90년대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오 교수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2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비만 유병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BMI가 35 ㎏/㎡ 이상인 인구는 무려 18만 7503명이나 되며, 이 중 38 ㎏/㎡ 이상인 인구도 4만 7796명에 이른다.

그는 "국민들의 인식도에 비해 상당히 많은 사람이 고도비만인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그러나 사회적인 편견 혹은 낙인으로 인해 이들 환자들은 숨어지내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외과 허윤석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비만과 고도비만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도비만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유일한 방법이 현재까지는 수술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면서 "특히 분과 전문의가 필요할 정도로 오해가 많아 비만 치료에 대한 전문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비만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사회경제적 격차도 무시할 수 없다. 오 교수가 분석한 소득수준별 고도비만 분포를 살펴보면 남성은 큰 차이가 없지만 여성의 경우 저체중 그룹에 비해 비만 그룹의 가구소득이 2배 가까이 낮으며, 비만도가 심각할수록 저소득층이 많았다. 또 고도비만일수록 교육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오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들은 직업을 가지지 못해 우울증을 겪거나 사회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그러나 현재 고도비만 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돼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허 교수도 "고도비만 환자 치료에서 가장 큰 장벽은 보험"이라는데 동의하며 "고도비만 수술에 보험을 적용하면 환자들은 훨씬 더 저렴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국가가 나서서 고도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함으로써 국민들의 인식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비만은 비만 그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합병증으로 인한 어려움도 크다. 오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비만은 전신에 걸쳐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혈증과 같은 만성질환과도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오 교수는 "앞에서 꼽은 5개 만성질환 중 하나라도 나타날 확률이 저체중군에서 100명 중 1~2명이라면 고도비만군에서는 5~7명 중 1명으로 급격히 높아진다"고 그 심각성을 설명하며, "우리나라의 고도비만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심각하며 환자들은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심경원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는 단순히 게으르거나 생활습관이 잘못됐다기 보다 이미 질병의 범주에 들어선 단계"라며 "환자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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