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실행으로 혁신 이끈다
1.해외기업 사례 2.국내기업 사례 3. 병원에서의 적용

병원에서는 기업과 같은 아이디어의 실행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일단 기존의 틀을 한번에 바꾸기가 어렵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외형이나 시스템을 갑자기 뜯어고치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결정이 느리다. 병원은 의료서비스업종으로 분류되는 만큼 다양한 직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의견합치가 어려워 보인다.

대신 병원에서의 기회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다. 병원은 각계각층의 전문가 집단으로 똘똘 뭉쳐있다. 병원의 현실적인 혁신 아이디어 적용 사례는 바로 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 나온다. 또다른 한가지는 비용 투자에 머뭇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장비 구입이 아니라 환자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혁신이 가능할 것이다.

"아이디어 모으기"가 경쟁력

조선대병원은 지난 1월부터 교직원 대상으로 "아이디어 뱅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이디어 뱅크는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장려하고 창의적인 제안을 병원정책에 반영, 행정 효율성 제고와 예산 절감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직원이면 누구나 병원 내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제출할 수 있으며, 병원발전에 공헌할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포상금이나 인사고과에 우선적으로 반영된다.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총 100여 건이 접수됐으며, 채택되거나 심사 중인 아이디어는 30여 건이다. 이 중 채택된 아이디어는 "지능형 순번대기 시스템 및 접수창구 중앙모니터 설치"와 병원 내 문환공간을 대여해 주는 "외래복도 환경개선 사업" 등이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모습을 보게 되니 아이디어를 고민도 하게 되고, 제안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활동을 아예 정착시키는 병원들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6시그마 과제를 실천하는 분당서울대병원으로 꼽힌다. 현재 7개의 과제 발표 및 총 29개의 부서별 QA 혁신활동 과제와 40개의 창의학습 과제를 실행 중이다.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도출된 올해 중점과제는 ▲뇌신경병원 진료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토대 구축 ▲CT중복 검사를 최소화해 환자의 방사선 피폭선량 최적화 ▲퇴원예고제 활성화를 통한 내외부 고객만족도 향상 ▲핵의학 검사실 효율 향상 ▲병리검체 관리 프로세스 개선 ▲응급실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재내원율 감소 ▲수술실 혈액관련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수술실 혈액 반납 및 폐기량 감소 등 7개이다. 연말에 성과를 발표하고 포상도 지급한다.

분당차병원도 직원들의 머리를 빌렸다. 절약(Reduc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의 "3R" 기본 개념 실현을 위한 비용절감 캠페인인 "크리에이티브 코스트 커팅 캠페인"을 실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진료과 및 부서별로 총 23개 팀이 독창적인 절감 기획안을 제출했다. 여기서 도출한 내용을 토대로 직원들에게 생활 속 에너지 절약 행동 지침인 "절약 10계명"을 제정해 전파하고 ▲개인 머그컵 사용하기 ▲업무 외 시간에는 모니터 전원 끄기 ▲퇴근 시 사무기기의 플러그 뽑기 등 자원 절약 운동을 독려했다.

물론 "당근" 정책이 있기에 한층 수월했다. 절약콘테스트 활동의 실제 절감액 중 일부분을 인센티브로 제공, 교직원의 사기증진 및 경비절약을 통한 경영수지 개선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알리면서 호응을 얻게 됐다.

원장 등 보직자가 아이디어를 개진하면 비용이 소요되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쉽다. 건양대병원은 의약품 안전한 관리를 위해 32억5000만원을 투입, 내년 2월까지 "의약품 RFID"(무선인식시스템) 시스템을 구축한다. 마이크로 칩과 안테나가 내장된 태그를 사물에 부착하고 주파수를 이용해 사물과 리더 사이에서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첨단기술이다.

병원으로 납품되는 모든 의약품에 태그가 부착돼 검수 절차도 간편해지고 효율적인 재고 관리도 가능하게 되며, 병원약국에서 조제되는 약은 의사 처방 내용과 동일해야만 조제가 가능해 환자들에게 약이 잘못 투약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문제로 지적된 마약류나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서는 안전관리 프로세스가 더욱 강화돼 ID카드를 이용해야만 입·출고가 가능하고, 사용 때마다 실시간 체크가 가능하다.

박창일 원장은 "병원에서 가장 중요한건 무엇보다도 환자 안전이기 때문에 의약품에 RFID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게 됐다. 앞으로 병원 전 분야에 RFID 시스템을 도입해 글로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의 혁신, 왜 어려운가?"

사실 혁신 사례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곳곳에서 포괄수가제, 응당법 등에 이은 정책들로 인해 숨통조차 트일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부에서도 이렇다할 수를 쓰지 못하고 손을 놓을 수 밖에 없다는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 대체 왜 병원에서의 혁신이 왜 어려운지에 대해 물었다.


A대학병원 원장 "직원들의 마인드가 문제다. 직원들은 우리 병원이 그저 Big 5에 밀려서 모든 것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 안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혁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직원들의 마인드를 어떻게 바꾸고 혁신에 한발짝 더 나서야 할지, 우리 병원도 규모에서 밀리더라도 오히려 Big5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고민하고 확신을 심어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B병원 교수 "병원장과 보직들이 문제다. 재단에서 의지도 중요하다. 일단 병원은 정치가 아니다. 그저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과가 없는데 포장해서 보고하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진료과만 내세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밑에 교수들의 생각을 들어봐야 하고, 직원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안된다고 말하거나 비판의식을 가지고 접근하면 외면하는 보직자들, 그들끼리 병원 전체의 전략을 세우려 한다면 분명 실패다."

C병원 행정팀장 "병원은 너무 의사 중심의 사회다. 100명의 의사는 곧 100명의 CEO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 않던가. 분명 병원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의사들이 경영과 행정까지 다 욕심내려 한다면 무리다. 진료와 연구에 집중하고 경영은 별도 분리된 구조여야 혁신이든 발전이든 가능하다. 경영을 잘 모르고 경영지표와 친하지 않은 의사들이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사실 기존의 틀을 바꾸는 혁신이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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