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슈화 안 되면 '모르쇠' 계속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 신생아 중환자실에 비해 성인 중환자실만 전담의사를 두지 않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결과도 받아내고, 보건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을 대상으로 토론도하고 읍소도 하고, 시민단체를 찾아가 호소도 해봤다. 중환자의학회에 소속된 의사들이 10여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증수(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회장의 말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오래 전부터 열악한 중환자실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협상을 해 왔다. 하지만 중환자실의 현실은 여전히 그대로다. 정부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고 의료비용을 낮추기 위해 현재 인턴의사나 전공의가 진료하는 것에서 벗어나 전문의 전담의사를 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주장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실장인 고윤석 교수가 Journal of Critical Care에 중환자실에 전문의 전담의사가 있을 때의 사망률 차이를 논문으로 싣기도 했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에 전담의사가 있었을 때 14명이 사망했고, 없었을 때 72명이 사망했다. 수치상으로 5배 이상 차이다”며 “정부는 사회적 이슈가 돼야 움직이는데 이 보다 더 센세이셔널한 일이 어디 있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중환자실의 전담의가 24시간 근무했을 때 8416원을 받는 문제도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복지부와 심평원 관계자들도 턱없이 낮은 수가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기 때문에 중환자 전문의 전담의 문제는 책상 서랍에서 계속 잠자고 있는 것이다. 담당자가 바뀔 때 잠깐씩 세상 밖으로 나오는 것이 고작이다.

"중환자 관련 이슈가 터져야 문제가 해결된다"
중환자의학을 하는 모 교수는 "중환자실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터져 이슈가 되고 언론이 대대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해결될 것이다"라며 "국민들에게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홍보를 해야 할 지경이다"라고 자조 섞인 말을 했다.

이 교수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이 언론을 도배한 후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이후 정부는 2000억을 올해 말 중증외상센터 건립에 쏟아 붓는다.

또 응급의료전용헬기도 추가적으로 선정해 중증외상센터"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계속 되고 있지만 중증외상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늘 이런 식이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 터지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면 부랴부랴 정책을 세우고 담당하는 부서를 만들고 자금을 지원한다.

그 이후 지원한 것에 대한 경제성 효용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또 다시 점검하고. 몇 년을 똑같은 전철을 되풀이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시끄럽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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