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살릴 수 있는 중환자실 시스템 절실

중환자의학회 화났다

1. 사회적이슈 안되면 정부는 강건너 불구경

2.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 고윤석 실장

3. 정부, 알지만 나몰라라?!

4. 신증수 중환자의학회장

중환자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꼽는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담 전문의 없이 인턴이나 전공의들이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중환자의학회가 낸 백서에 따르면 전국 220개 병원 중환자실 중 64곳이나 중환자실에서 전담의사가 없다. 또 전담의사가 있는 중환자실 156곳 중 118곳이 인터의사가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환자실에 전담 전문의가 없어 생기는 부작용은 중환자실 환자 사망률 증가로 이어진다.

중환자의학회가 25개 대학병원 28개 중환자실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담 전문의가 있을 때 사망률은 18%였던 것에 비해 없었을 때는 무려 41.6%였다. 이를 수치적으로 계산하면 더 극명하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09년 심평원 자료에 따르면 패혈증 환자수가 3만 1541명이다. 이를 전문의가 없었을 때(3만 1541명×41.6%=1만 3127명)에서 있었을 때(3만 1541명×18%=5661명)를 빼면 7466명이나 된다.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부작용뿐만 아니라 의료 비용의 비효율성도 전담의사가 없어 생기는 일이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병원의 중환자실을 맡고 있는 실장이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들이 국내 전체 의료비의 약 25%를 사용하고 있고, 이들이 퇴원하기 전 1개월 내 사망률이 30%에 이른다"며 "중환자실에서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효율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라고 현재 중환자실 진료 시스템을 비판했다.

전담의 가산금 하루 8416원
중환자실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이유는 낮은 수가다. 현재 중환자실은 9등급으로 나눠어져 있는데 등급을 올릴수록 적자폭이 커져 병원들의 동기부여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다. 1등급을 받으려면 10병상당 간호사 20명이 필요하다. 이때 환자의 하루 입원료는 14만원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신증수 회장(세브란스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병원이 1등급을 받으려면 한 병상에 간호사 2명이 필요하고, 간호사 근무를 4개조로 계산하면 간호사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턱없이 낮은 비용이다"며 "병원들은 등급을 올리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등급 상승을 위해 노력하지 않게 된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중환자실 전담의사에게 주는 가산금도 중환자실의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 전담의사의 가산금은 8416원이다. 하루 24시간 온전하게 중환자실에서 환자를 치료했을 때 가산금으로 주는 비용치고는 턱없이 적다.

신 회장은 "원가보전에 못 미치는 수가, 등급간 부적절한 수가 차액, 전담의 가산금 8416원 등을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며 "신생아 중환자실과의 형평성 문제도 중환자실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문제 알지만 '강 건너 불 구경'

현재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중환자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두는 것이 첩경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중환자의학을 전공하는 의사들은 전담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면 패혈증 등 사망률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윤석 서울아산병원 내과 교수가 Journal of Critical Care에 발표한 논문도 이러한 상황을 뒷받침 한다. 중환자실에 전담의사가 있었을 때 14명이 사망했고, 없었을 때 72명이 사망했다. 수치상으로 5배 이상 차이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에 전담의사를 두면 연간 예방 할 수 있는 패혈증 사망자 수가 7466명이나 되다며 중환자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전담의사를 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중환자실에 전담의를 두려면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가 법률 개정이다. 현재 '중환자실 시설 규격에 대한 규칙에 따르면' 중환자실에는 전담의사를 둘 수 있다. 다만, 신생아 중환자실에는 전담 전문의를 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바꿔야 한다는 것.

신증수 대한중환자의학회 회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조항이 중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증명해줬지만 복지부 등 정부는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제대로 훈련받은 의사가 중환자를 볼 수 있는 법률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담의 낮은 수가 해결 방안 없어
낮은 수가를 해결하는 것 또한 중환자실의 문제를 푸는 열쇠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치 않은 듯하다. 복지부와 심평원 등은 중환자실의 전담의가 8416원이라는 낮은 수가로 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평원 수가등재부의 강 모 부장은 "중환자실의 수가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 전담의가 받는 8416원도 턱없이 모자라는 것도 인정한다"며 "심평원에서만 동의 한다고 수가를 올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복지부 보험급여과도 같이 움직여야 해결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심평원 내에서 중환자실 수가를 변경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복지부에서는 중환자실 전담의사에 대한 문제를 담당하는 부서가 여러 번 바뀌면서 현재 이 문제는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상태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또 문제가 생겨야 담당하는 부서가 생기고 대책을 강구하는 이런 행태는 시대가 지나도 여전히 반복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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