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연일 의료기기 소식을 쏟아내며 고삐를 당기는 모습이다. 지난 2010년, 202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한 5대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이후 올해 들어 눈에 띄는 활동이 많이 엿보인다.

지난달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자회사인 프로소닉이 구미사업장 부지 내에 의료기기 부품 생산설비 공장을 건립, 9월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프로소닉은 사람 몸 속을 진단하는 의료용 초음파기기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미 지난해 삼성이 자회사로 편입시켰으며, 프로소닉은 9월 1일 삼성메디슨에 합병될 예정에 있다.

"삼성" 브랜드를 내건 해외영업력 강화와 유통망 확대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해외법인 간 통합작업도 진행 중이다. 메디슨의 총 9개 해외법인 중 8곳은 통합작업이 완료됐고, 나머지 1곳인 브라질법인의 통합 작업도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향후 메디슨을 모두 삼성전자에 편입할 계획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후속 제품 개발 발표에는 신중하다. 아직 이렇다할 제품의 완성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올 상반기 KIMES에서 디지털 엑스레이(DR)를 개발해 중소 의료기기기업으로부터 대대적인 뭇매를 받은 탓이 크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에서는 "삼성전자 DR 개발 대책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업계의 비난여론을 수렴해왔다. ‘상생’이 화두인 삼성전자로선 방상원 삼성메디슨 사장 등이 조합을 방문해 대화의 창구를 열어두고, 연구인력을 빼가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삼성의 후속 제품 품목으로는 MRI가 유력해 보인다. 국내 MRI 부품회사를 인수한데 이어 MRI 업체와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메디슨에 기반한 초음파 장비와 엑스레이, MRI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려고 한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러나 MRI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순간 뚝딱 개발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업계에 많이 들리는 제품은 보청기다. 수입 100%에 의존하는 보청기 시장에서 수입대체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이미 수년 전부터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연구개발을 거치면서 삼성서울병원 난청연구실 등을 통해 임상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청각 관련 학회에 참석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는 등 보청기 수입업체들은 이러한 흐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한다.

혈액 진단 키트 등의 간편한 진단기기 등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소비재에 강한 만큼, 병원과 의사가 아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 개발이 먼저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아직 구체적인 제품 발표의 뚜껑은 열리지 않은 가운데, 이달 말 현재 개발하는 제품군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별도로 갖는다. "상생"이라는 취지로 조합 비대위를 포함해 국내 제조사들에 한정해 비공개로 진행된다. 업계로서는 100% 믿을 수는 없고 핵심 정보는 감출 것이라며 여전히 왈가왈부가 많으나, 일단 브리핑을 들어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상생이 화두라지만 말 뿐인 상생이 한둘이 아니었다.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어쨌든 대화의 창구 자체를 열어둔 것은 바람직하다”며 "삼성의 의료기기 시장 진출로 시장이 확대되고 이슈화가 되면서 국내 열악한 제조사와 함께 동반성장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삼성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외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수입대체품목과 국내에서 부족한 기술력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멘스, 필립스 등과 경쟁할만한 하이엔드 제품을 구상할 것”으로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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