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없애니… "전혀 다른 제품"
진화하는 의료기기 신기술
 
의료기기는 새로운 제품은 물론, 기존 제품을 개선한 또 다른 제품이 출시되는 사례가 많다.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기기를 약간만 변형하더라도 전혀 다른 제품이 되기 때문. 최근 임상적 안전성과 유효성을 얻은 기존 제품에 연구개발을 거쳐 환자들에 더 편리하고 안전한 방향으로 개발되는 추세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의료기기 신기술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페이스메이커, MRI 진단 가능
 

페이스메이커(인공심장 박동기)는 심장박동이 느리거나 뛰지 않는 환자에게 이식, 환자의 대사요구량에 맞도록 심박동수를 조절하는 의료기기다. 크게 환자의 심박동수를 감지하는 기능과 서맥이 진행되면 적절한 전기자극을 가하는 기능을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본체와 전극(선)으로 구성된다. 본체는 환자의 왼쪽 늑골 아랫쪽 피부 속에 이식돼 전극을 통해 환자의 심장과 연결된다. 전극이 자가 심장의 심박동수를 모니터하고, 본체는 전극이 서맥을 감지하는 순간 적절한 전기자극을 전극선을 통해 심장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만 매년 약 3000건의 이식수술이 진행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300만명의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페이스메이커는 MRI 검진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강력한 자기장이 페이스메이커 시스템의 재질, 회로 디자인, 작동 원리 등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이식된 페이스메이커의 강력한 떨림과 움직임, 기기 오작동, 작동 중단, 페이스메이커 케이스와 전극선의 발열로 인한 조직손상, 의도되지 않은 심장자극 등에 대한 잠재적 위험도가 문제였다.

이에 메드트로닉은 지난 3월 MRI 진단이 가능한 새로운 페이스메이커인 어드바이저 엠알아이(Advisa DR MRI)를 출시, 국내 최초로 허가받았다. 우선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 소재를 최소화했으며, 본체와 케이스의 연결을 차단했다. MRI 검사시 적용되는 MRI 모드를 추가하는 등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통해 MRI 검사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같은 슈어스캔 기술은 1997년 연구를 시작으로 상용화가 시작된 2008년까지 12년의 연구와 시험과정을 거쳤다.

2008년 미국, 캐나다, 유럽, 사우디아라비아의 42개 의료기관 46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슈어스캔 기술의 MRI 환경에서 인체 대상 적용시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됐다. MRI 검진을 받은 환자 211명을 1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MRI 관련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동안 어렵지만 꼭 필요했던 MRI 검사가 가능해졌으며, 보다 연구를 강화할 예정이다. 비용적인 문제가 있지만 급여로 판정된 만큼 국내에서도 사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ICD, 실시간 심장마비 위험 관리
 
이식형 심장제세동기(ICD)는 심장박동원인 흉벽에 심으면 중증 부정맥을 감지, 심장 내의 리드전극에 직류를
유출해 제세동하는 의료기기다. 정상의 심박리듬으로 되돌리게 되는 장치로, ICD를 이식함으로써 부정맥 재발로 인한 돌연사를 2% 전후로, 5년 후에도 10% 이하로 억제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ICD는 박동 생성과 전기 충격을 주기 위한 배터리와 전자 회로로 구성돼 있다. ICD가 심장의 활동을 감지하면서 필요 시 심장에 전기 충격을 전달하게 되면, 전극선으로 제세동기를 심장에 연결하게 된다. 즉 부정맥을 감지하면 전극선을 통해 심장의 근육에 전기 충격을 주고, 전기 충격은 비정상적인 심장의 박동수를 느리게 하면서 정상 속도로 회복시키게 된다.
 
바이오트로닉이 개발한 루맥스(Lumax) 740 ICD는 원격 진료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다. 환자의 심장마비 위험 상태를 관리할 수 있도록 9가지 요인으로 세분화시켰으며, 이 정보가 자동으로 의사에게 전송된다. 이에 따라 부적절한 쇼크 발생률을 감소시키도록 한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폐에 고인 액체 증가는 심장마비의 진전상태를 나타나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 폐에 액체가 고일 경우 역으로 반응하는 "경흉 저항"이라는 항목을 측정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의사는 이 정보를 활용, 액체 수준을 조정하기 위해 즉각적인 약물 치료 등 환자관리를 할 수 있다. 환자 정보는 매일 기기에서 자동으로 전송되며, 환자와 접촉하지 않고도 의사에게 바로 제공되면서 위험을 언제든 파악할 수 있다. 유럽 CE와 미국 FDA를 통과했으며, 유럽 몇 개 병원에서 시범적으로 도입됐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원격진료가 법으로 허용되지 않았고, 수가 인정이 되지 않아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러나 ICD를 이식하면서 불안했던 환자들의 마음을 내심 달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전망했다.

척수자극기 "자세 따라 움직이네"
 

척수자극기는 허리수술 후 발생하는 통증을 비롯해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 만성통증에 사용된다. 척추를 둘러싼 경막에 직경 약 2 mm의 전극을 이식하면, 척수자극기의 본체에서 환자 통증을 감지할 때마다 전기자극을 방출하는 방식이다.
 
기존 척수자극기의 고민은 환자의 자세가 바뀌면 척수의 위치가 하중에 따라 이동하는데 있다. 환자는 일상에서 매우 다양한 자세를 취하면서 각기 다른 강도의 하중을 척수에 가하게 된다. 특히 환자가 누워 있을 때 가장 심하고, 엎드린 자세에서는 그 반대가 된다.
 
기존 척수자극기는 이동한 척수의 위치와 무관하게 동일한 전기적 자극을 환자의 척수 입구에 가하게 되면서 환자의 불편을 유발했다.
 
지나친 전류자극에 환자가 놀라는 등 척수자극기를 이식한 환자 71%가 자세를 바꿀 때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 환자가 척수자극기를 켜놓기를 꺼리는 원인이 되면서 적절한 통증조절이 되지 않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또한 환자는 자세를 바꾸기 전후 일일이 프로그래머를 통해 수동으로 전기자극의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자세감지 척수자극기는 환자의 자세(눕기, 엎드리기, 허리 숙이기, 일어서기 등)를 자동 감지한다. 내장된 센서를 통해 미세하게 이동한 척수의 위치에 최적화된 전기자극을 척수 입구에 가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게임기 등에 적용된 동작인식 기술이 적용된 이 센서는 환자의 활동상의 변화, 자세의 변화, 휴식시간, 움직임의 강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원한다. 즉, 단순히 환자의 자세와 활동의 강도를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상을 데이터화해 병원 방문 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10개 통증진료센터 79명의 만성통증 환자 대상으로 16주간 진행된 임상연구에 따르면, 자세감지 척수자극술을 받은 환자의 86.5%가 고통 경감과 편의성 면에서 향상됐으며 80.3%가 자세를 바꾸기 쉬워졌다고 답변했다.
 
기존 신경자극기에 비해 통증이 증가했다고 답한 환자는 2.8%에 불과했다.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척수자극기가 계속 진화할 예정이다.

각각의 장점만 담아 PET-MR 개발
 
자기공명(MR)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장치를 하나로 통합한 PET-MR이 개발을 완료하고, 이제 막 도입
을 시작했다.
 
PET은 분자를 영상화하는 시스템이며 MR은 인체의 해부학적 정보를 제공한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각 구성요소의 기능을 저하시키지 않고 임상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의미가 있다. PET-CT보다 낮은 방사선량, 높은 연조직 대조도, 동시영상 가능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지멘스는 지난해 11월 북미방사선학회의 RSNA를 통해 PET과 MR 일체형 "바이오그래프 mMR"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인체 조직의 해부학적 영상과 물질 대사 및 기능적 분석이 가능한 MR과 인체의 세포 활동과 대사 상태를 분자 수준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PET의 장점이 결합된 장비라고 소개했다. 이전에는 MR의 강력한 자기장이 PET의 기능을 방해하는 문제로 두 기기의 통합은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자기장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융합의 새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현재 국내 허가을 승인받고, 영남대의료원에 도입됐다.
 
이에 질세라 필립스의 "인제뉴이티(Ingenuity) TF PET-MR"은지난해 12월 미국 FDA의 판매 승인을 획득했다. PET에서 병변의 위치를 탐색할 때 방사선동위원소가 반응하는 시간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방사선량과 검사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을 내세웠다.
 
MR 검사 시 RF 소스를 두 개로 늘려 균일하면서도 선명한 영상을 구현하며, 검사 시간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부산대병원이 처음으로 도입해 가동 중이다. 질환이 진행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영상화할 수 있고, 기존에 암 진단에 많이 쓰였던 PET-CT보다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도 현저히 적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카이스트 연구진에 의해 PET-MR 핵심부품인 실리콘 광증배관(SiPM) 연구과제도 수행 중으로, 국산화 가능성도 제시됐다.

앞으로 PET-MR은 PET-CT와 함께 대표적인 융합영상장비로 널리 사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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