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전체 적발대상 중 60% 차지

1. 경기밖의 또다른 경기

2. 운동선수 유혹하는 "스테로이드"

3. 숨은 경쟁자, 심장마비

4. 운동선수, 그리고 근육


1974년 캐나다의 토론토 스타지는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앞두고 "아노볼릭 스테로이드가 대회를 위협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약물을 사용하는 선수가 많아지면서 올림픽이 인간의 자연적인 체력이나 꾸준한 훈련의 결과가 아닌 약국과 의사들간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 많은 논란 끝에 197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금지약물에 포함시켰지만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스테로이드는 많은 선수를 유혹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 권오승 센터장은 "2011년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발표한 금지약물별 분류 통계에 따르면, 적발된 전체 약물 중 스테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로 절반이 넘으며, 흥분제 13%, 카나비노이드 8%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스테로이드 중에서는 스타노졸롤과 난드롤론이 전체 스테로이드 약물의 8.3%와 7.2%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그리스의 높이뛰기 선수와 알바니아의 역도 선수가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메달 티켓 대신 고향으로 돌아가는 티켓을 끊어야 했다.

선수들이 도핑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금지약물 부작용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Dick Pound WADA 전 회장의 책 "Inside Dope"에서는 2003년부터 2년간 금지약물과 관련해 사망한 사례 13건을 소개하고 있다. 사인은 모두 심장마비로 사망 당시 나이는 대부분 20~30대였으며, 고작 16살 밖에 되지 않은 선수도 있었다.

WADA는 선수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효력을 가지고 있거나 선수의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약물이나 방법을 선정·목록화해 매년 9월 "금지목록 국제표준"을 발표한다. 2012년판에서는 스테로이드 외에도 약 240여종의 약물 및 방법을 금지하고 있다.



금지약물로는 △비승인 약물 △동화작용제 △펩티드 호르몬, 성장인자 및 관련약물 △베타-2 작용제 △호르몬 및 대사변조제 △이뇨제 및 기타 은폐제 △흥분제 △마약류 △카나비로이드 △부신피질호르몬 △알코올 △베타차단제 등이 있다.

혈소판유도제(PRP)는 성장인자를 포함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중인 연구에서 치료목적 효과 외 경기력 향상에 대한 어떠한 기능성도 입증하기 못해 지난해 금지목록에서 제외됐다.

니코틴, 하이드로코돈, 트라마돌, 부신피질 스테로이드제(Glucocorticosteroids)는 금지약물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약물남용의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 프로그램에 추가됐다.

금지 범위도 광범위해졌다. WADA는 금지약물 혹은 방법을 사용한것 뿐만 아니라 사용행위를 은폐하거나 부정거래를 하는 모든 행위, 그러한 행위를 시도하는 것까지 도핑방지 규정 위반으로 정의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핑은 스포츠에서 빠질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있다. 때문에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도핑척결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John Fahey WADA 회장은 "이번 올림픽에서 도핑을 시도하거나 사용하는 선수가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팀에서 퇴출시킬 것"이라며 척결의지를 확고히 했다. 그 일환으로 대회가 시작되기 6개월 전부터 약물사용이 의심되는 선수들을 조사해 총 107명의 출전자격을 박탈했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도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6250회에 걸쳐 도핑테스트를 실시, 무작위 검사 외에도 모든 메달리스트가 검사를 받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ADA와 IOC의 강력한 의지 아래 선수의 땀과 노력에 의한 공정한 경기가 펼쳐질지 남은 올림픽 기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진화하는 도핑, 앞선 기술로 잡는다
- 권오승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콘트롤센터 센터장


여전히 많은 선수가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도핑양성자 판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다양한 약물 혹은 방법이 도핑에 사용될 수 있다. 신기술로 무장한 도핑을 잡아내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하는 KIST 도핑콘트롤센터 권오승 센터장을 만나 도핑 검사의 최신 트렌드를 들었다.

Q: KIST 도핑콘트롤센터를 소개한다면?

A: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매년 평가를 거쳐 인증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도핑연구소에 공인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공인기관은 기본적으로 WADA가 제시하는 금지약물 목록에 제시된 240여개의 약물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세계 32개국에서 35개의 공인도핑랩이 있으며, KIST 도핑센터는 여기에 속하는 국내 유일의 기관이다.

Q: 국내 도핑검사는 어느 수준까지 와 있는가?

A: 현재 도핑센터의 시료분석수는 연간 5000개 이상으로 2000년대 초 약 700개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성장을 해 왔다. 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혈액 파라미터 및 GC/C/IRMS에 대한 국제실험실공인기준인 ISO17025를 획득함으로써 분석수준의 범위를 확장하게 됐다. 같은 해 다성분동시분석법을 개발해 시료분석에 소요되는 시간과 인력을 효율화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Q: 최근 새롭게 등장한 도핑방법과 검사법은?

A: 대표적으로 혈액도핑과 유전자도핑을 들 수 있다. 혈액도핑이 주로 산소의 운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유전자도핑은 유전자에 직접 유전자에 작용해 운동선수들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키지 않아도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혈액도핑은 혈액파라미터의 변화로부터 수혈이나 적혈구 생성능력을 변화시키는 약물의 복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유전자도핑도 현재 유전자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합성 화합물이 WADA의 금지약물 목록에 포함돼 있어 이를 검사하고 있다.

Q: 약물로 도핑 여부를 숨기는 것이 가능한가?

A: 은폐제 약물군을 이용하면 뇨 중으로 배설되는 약물의 농도를 희석시켜 타겟약물의 검출이나 탐지를 방해할 수 있다. 단백질 약물의 파괴를 유도할 수 있는 단백분해효소(protease)를 첨가해 금지약물인 단백질이나 펩타이드의 구조를 파괴시켜 금지를 피해나가려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은폐제나 단백분해효소의 검출을 통해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으므로 완벽히 숨길 수 없다.

Q: 앞으로도 도핑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A: 도핑 검사를 하는 것은 공정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자신의 능력 향상을 통해 타인과 평등한 조건에서의 공평한 경쟁이 보장되도록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전과 비교해볼 때 도핑교육 및 금지약물 탐지 방법에 발전이 있었고, 운동선수들의 스포츠 정신이 많이 향상돼 도핑금지약물 양성자 수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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