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밖의 또다른 경기

2. 운동선수 유혹하는 "스테로이드"

3. 숨은 경쟁자, 심장마비

4. 운동선수, 그리고 근육


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열기만큼 그들의 심장도 뜨겁게 박동친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열기는 되려 심장을 차갑게 식히는 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심장마비로 인한 운동선수들의 사건·사망소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런던 올림픽에서도 심장마비를 비롯한 심장관련 문제에 관련 의료진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런던 올림픽 심장학 팀장 성조지병원 Sanjay Sharma 박사는 "가장 큰 스포츠 행사 중 하나인 올림픽에서 심장 관련 사건이 조명을 받지 않게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많진 않지만 소홀이 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에게서 심장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그리 높지는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운동선수는 4만4000명 중 1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Sharma 박사는 "사전 검사관련 연구에서 높게 나타날 때는 100명 중 1명꼴로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선천적이고 중년이 돼서야 심부전, 심장비대증이 발생할 위험도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급성 사망에 대한 위험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는 "일부 사례에서는 300명 중 1명은 즉각적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있고, 이들 중 20%에서만 증상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심장마비는 통계적으로 드물게 발생하지만 이에 관련된 증상들은 빈번하게 나타난다. 특히 흉통은 심장마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운동선수에서는 심장 외 근골격계의 손상, 늑막염 둥으로 인해 나타날 수도 있다. 단 Sharma 박사는 "감정의 격앙이나 과도한 훈련 등으로 인해 심계항진이 동반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Sharma 박사는 이번 올림픽 준비과정에서 자동제세동기도 적절한 위치에 배치했고 심폐소생술을 할 수 있는 스텝도 함께 대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팀에서는 자국의 심장전문의를 별도로 데려오기도 했다.

또 "최소한 스포츠의학에서는 농구, 수영, 축구, 크로스 컨추리 스키 등의 선수들이 위험도가 높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된 사전검사 권고안 없어

운동선수들의 심장마비에 대한 우선 대응책은 사전검진이다. 최근 수개월 간 4명의 운동선수들이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특히 올해 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볼튼 원더러스 Fabrice Muamba 선수의 심장마비는 사전검진에 무게를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영국의 경우 모든 선수들이 심장검사를 시행했고 잠재적인 위험도를 평가받았다. 그리고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각국가의 보건당국 및 학회들도 이에 대한 권고사항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검진에도 문제는 있다. 이에 대한 통일된 기준이 없는 가운데 심전도 검사(ECG) 여부도 검진 프로그램별로 다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모든 국가에서 운동선수들의 급성 사망 위험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별검사를 제안하고 있다. 단 의무사항은 아니다. IOC는 ECG 결과 12회 리드(lead)가 나타날 경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간주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족력, 운동능력 검사 그리고 12-리드 ECG를 거치지 않으면 마이너 스포츠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영국도 이탈리아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유럽심장학회(ESC)에서도 12-리드 ECG를 권고하고 있다.

반면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운동선수의 심혈관 선별검사에 ECG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심장및뇌졸중재단과 캐나다스포츠의학학회에서도 이를 권고하지 않고 있다.

▲심전도 검사, 비용대비 효과·위험대비 혜택에 의견분분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Domenico Corrado 교수는 지난해 ESC 학술대회에서 모든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ECG가 비용대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학회들은 ECG가 비용, 접근도, 위양성 비율면에서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ACC는 위양성으로 검사결과가 나올 경우 건강한 사람들이 운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예방서비스테스크포스(USPSTF)의 성명서는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USPSTF는 심질환 위험도가 낮은 무증상 성인들에게 정기적인 ECG가 필요하지 않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USPSTF는 2004년 성명서에서도 심전도 검사를 권고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한 바 있다.

USPSTF는 "이제까지의 근거가 혜택 대비 위험도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위험군 카테고리에 대한 재분류를 통해 적극적인 의학적 개입이 혜택으로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로 인해 약물 유해반응, 위장관출혈, 간손상 등의 잠재적 위험도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 중등도의 심질환 위험도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총체적인 혜택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덧붙였다.

스탠포드대학 Allison Hill 교수는 지난해 Journal of Pediatrics에 소아심장 전문가들도 ECG 결과에 대한 잘못된 판독율이 높다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운동선수의 심전도를 분석하는 것은 경험이 많은 의사들에게도 쉽지 않아 위양성율이 10~20%까지 나타나는 가운데 53명의 심장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는 젊은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ECG의 정확도는 평균 69%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민감도는 68%, 정확도는 70%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양성비율은 30%, 위음성율은 32%였다.

캐나다 올림픽팀의 브리티쉬콜롬비아대학 Robert McCormack 교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지만, 가족력, 신체운동 검사보다 더 나은 심장검사 방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며, "이들 검사들이 다양한 급성 심장마비에 대한 위험도를 평가하기에는 명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AC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운동선수의 심장 검사 가이드라인이 인종에 맞게 필요하다는 연구도 발표됐다. 주저자인 영국 성조지대학 Nabeel Sheikh 교수는 검사결과의 위양성 비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종별로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서는 흑인 923명, 백인 1711명, 비대성 심근정 환자 209명의 심전도를 분석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롭게 구분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위양성율은 흑인 운동선수 17%, 백인 5%로 낮아졌다. 단 이전 ESC 기준을 적용했을 때 비대성 심근증을 100% 검진했지만, 새로운 기준은 99.5%의 검진율을 보였다.

연구팀은 "백인 코호트를 기반으로 한 ESC 기준(criteria)을 흑인 운동선수들에게 적용했을 때 심전도 검사의 위양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고, 이 그룹에서는 심전도 검사가 전혀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새롭게 구분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인종의 특성을 고려한 T-wave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고 흑인 운동선수의 위양성 비율이 감소했다.

Sheikh 교수는 2010년 ESC 가이드라인에서는 흑인 운동선수 중 비정상 심전도가 나타난 비율은 45%였지만, 백인에서는 13%만 나타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전 2005년 가이드라인에서는 각각 60%, 50%로 나타난 바 있어 이보다는 향상됐지만, 여전히 위양성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심장상태와 함께 환경도 고려해야

Sharma 박사는 운동선수의 심장건강에 있어서 온도에 따른 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도에 따른 변화는 ECG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마라톤 등 장거리 육상경기의 경우 탈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동맥폐색도 야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사병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심장마비, 횡문근변성 등을 야기할 수 있고, 고칼륨혈증도 심장마비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영선수들은 폐부종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찬물에 오래 있을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심장에 악영향을 주는 원인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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