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혈우병 캠프서 정부 역할 강조

최근 아시아 태평양 혈우병 캠페인에 참석한 을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유철우 교수가 효율적인 혈우병 환자 관리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는 최근 사회복지법인인 한국혈우재단의 운영을 둘러싸고 환자와 보호자가 고발을 한 사건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가 정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적어도 약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는 없어져야 한다는 점과 입원 환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유 교수에 따르면, 현재 병원마다 쓰는 약이 서로 달라 환자들이 약을 찾아다니는 현실이다. 또 특정지역은 병원이 없어서 환자들이 약을 타러 먼길을 이동해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한다. 이 같은 문제는 혈우병환자 치료가 사실상 한국혈우재단에 맡겨져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 유 교수는 "어느 나라를 봐도 재단이 크리닉(병의원)을 운영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과거에는 지원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치료 체계를 전문 센터위주로 바꾸고 환자 치료에 대한 레쇼날(치료 기준)도 만들어야한다. 재단에 맡기니까 여러가지 폐단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정부가)확신이 없다면 센터 운영 시범사업을 제안해볼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 그는 "소정의 연구비를 받아서 시범적으로 해보고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해봐도 좋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혈우병 입원환자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출혈 등으로 입원환 위급한 환자들의 경우 원래쓰는 용량(유전자재조합)보다 초과해서 쓸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삭감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전 아주대병원은 약 6억원을 삭감통보를 받았다.

유 교수는 "심평원이 입원환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고 있어 많은 의사들이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번 삭감당했다고 소문나면 금세 퍼지고 이 경우 환자치료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아 등 나이가 어린 혈우병 환자들의 경우 혈관이 작아서 중심정맥을 통해 약물을 투여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험적용을 해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제때문에 앞으로의 혈우병 환자치료는 정부가 맡아서 전문 센터방식으로 전환해야한다는게 유 교수의 주장이다. 특히 그는 1년에 혈우병 환자 치료비용만 1500억원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문적인 센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바램에도 불구하고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단체, 혈우병치료의사협의회 등이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관심이 없다는 점"이라면서 "이번에 환자·보호자가 제기한 헌법소원과 같은 큰 사건이 계기가 되서 정부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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