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미래 먹거리는?
1. 연구중심병원
2. 산업화
3. 국제화
4. 기부
5. 전문가 제언


국내시장 이미 포화...세계로 눈 돌리는 병원 늘어
의료시장 개방하고 과도한 규제 풀어야
외국인 환자 진료, 병원 전체 노력 필요

"이제 국내 시장은 포화다.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국제화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중반 해외진출 논의부터 시작됐다. 그러다 상당수 돈만 들고 나갔다 망한다는 인식으로 다소 주춤했다. 이후 외국인 환자 유치가 허용된 4년 전부터 다시 부각됐다.

실제 수치상으로 외국인 환자가 다소 늘었다. 보건산업진흥원 집계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전체 외국인 환자는 12만2297명으로 2010년 8만1789명 대비 4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태국, 싱가포르의 70~200만명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으로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병원들은 외국인 환자 유치만이 아닌 현지 진출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서울대병원은 LA에 이어 뉴욕에 사무소를 개소했고, 건국대병원도 LA에 서울사무소를 개소했다. 대전선병원은 몽골에 사무소를 개소해 현지에서의 간단한 진료를 통해 환자 유입을 꾀하고 나섰다.

병원 수출의 기회도 노리게 됐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월 중국 이싱시에 "이싱 세브란스 VIP 검진센터" 합작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시스템 노하우를 토대로 설립과 운영 자문을 제공하며, "세브란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에 관한 자문과 브랜드 제공, 필수 운영 인력 파견의 대가로 5년 동안 총 500만달러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고부가가치 수익으로 연결되면서 다른 병원들로부터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러시아에 병원시스템을 수출하기로 한 A병원은 사업제안에 섣불리 수락했다 50대 50의 투자 원칙에 답보상태에 빠졌다. B병원은 중국 현지 관계자의 한 마디를 그대로 믿고 병원 수출을 발표했으나, 사인으로 이어지지 않아 사업 중단이라는 결과를 맞게 됐다. C병원은 러시아 병원 수출 최종 입찰 과정에서 대기업 컨소시엄에 무참히 패배했다.

이처럼 현지화 준비 부족과 경험 부족에 의한 시행착오가 많은 만큼, 교류를 늘려 나가고 인력의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것부터 차근히 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C병원 관계자는 "우리는 의료 시장을 열지 않으면서 해외시장에 개방을 원하는 것은 이중적인 잣대"라며 "병원이 해외진출을 하기 위해 지나치게 폐쇄적인 의료시장부터 열고 폐쇄적인 조직 분위기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싱가포르병원에는 코리아클리닉이 있지만 몇달 째 한국의사가 공석이다. 한국의사의 면허를 인정해주고 현지인들도 한국의사를 선호하지만 찾을 수 없다. 한국의사들이 원하는 영리병원이자 중상층만이 이용하는 병원이지만, 수입에서 한국과 차이가 없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국제화 실무자들은 "한국이 아닌 무조건 더 넓은 시장, 해외 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의대 교육 시절부터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규제로 인한 장벽도 많다. 태국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관한 한 민간영리병원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모든 규제를 열어뒀다. 싱가포르는 정부 내에 의료마케팅 부서를 두고, 여권수속, 체류기간 연장까지 처리해주도록 했다.

대만, 일본 등의 적극적인 자세도 우리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병원 내부적으로도 아직 해야 할 과제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소장인 이상철 교수(심장혈관내과)는 국제화에 대한 "마인드 셋업"이 병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잘하고 있다는 삼성서울병원의 국제화 마인드 점수는 아직도 절반 정도에 머물러있다.

이 교수는 "러시아, 몽골 등에 물꼬가 트이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국제화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올해 하반기 중 블라디보스톡과 원격의료상담을 진행하고, 몽골의사들의 연수가 이어지고 있는 등 여러가지 활동으로 더 큰 시장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 준비없이 환자를 받으면 결국 제 살 깎아먹기에 불과하게 된다. 한 명의 불만족은 엄청난 국부 유출이 되는 과정인 만큼, 각자 국제화를 위한 마인드를 갖추고 외국인 환자를 위한 서비스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의료기술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병원과 내부 구성원 전체가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외국인 환자에 대해 언제든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경쟁력은 따라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양대 국제병원 김대희 행정팀장도 "국제화 업무를 추진하는 실무자 몇 사람에게만 일을 맡겨선 안 되며, 병원 전체가 미래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움직여야 한다"며 "앞으로 중동 등의 새로운 시장에서 해외진출과 병행해 진정한 전세계의 스타병원이 한 군데 정도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