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에 대한 성명서
전국민을 대상으로하는 정신건강 선별검사는 잘못된 낙인찍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가정의학회(이사장 김영식)는 17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을 깨닫고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을 수립하려는 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히고 다만, 전국민 대상 정신건강검진을 성급히 시행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성명서에서 학회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우울증 등 정신건강검진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권고하지 않고 있으며, 우울증 유병률이 우리나라 보다 높은 선진국에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공식 승인한 우울증 선별검사에 관한 권고안에서 "우울증에 대한 진단, 치료, 추적이 가능한 의사에 한하여 우울증 선별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며, 선진국과 같이 병·의원을 찾아온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인에 의해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한가정의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직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낙인찍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확진검사로 환자가 아님이 밝혀지더라도 질병이 의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시간적 손해를 볼 가능성이 많다. 또한, 검진과정에서 비의료인이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의 일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정보가 비밀보장에 대한 법적인 책임이 있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다루어질 수 있으므로, 비밀보장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확실하여 이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우편 설문은 개인의 중요한 정신건강에 대한 정보의 비밀보장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설문 작성에 있어서의 원칙도 보장되기 어렵고,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이 있는 경우 이러한 우편 설문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증상이 없는 정상인을 포함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의 낭비가 심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정의학회는 우울증은 매우 흔한 질병이고, 경증에서부터 자살에 이르는 중증까지 광범위한 경과를 보이기 때문에 전체 의료계가 동참해야 하고, 비정신과 의사와 정신과 의사간에 역할 분담 및 정신질환 진료 전달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국민 대상으로 확대하기 전에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에서 일부 연령층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우울증 선별검사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성과평가 및 비용효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중증의 우울증을 제외한 대부분의 우울증은 일차의료 의사들이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신과 의사에 대한 항우울제(SSRI제제 등) 보험급여 제한은 우울증환자 치료에 있어서 커다란 장애요인이며 전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잘못된 정책이므로 철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회는 검증되지 않은 우울증 등 정신질환 선별검사를 전체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에 대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전 국민의 정신건강관리를 위한 안전하고 근거 있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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