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오 대한심폐소생협회 사무총장 / 연세원주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본지-대한심폐소생협회 공동 기획


1 CPR 교육의 필요성

2 CPR 활성화 위한 정책·제도 개선사항

3 CPR 활성화 위한 의사·의료계의 역할

4 국내외 사망 현황·CPR 관련 교육 보급현황

5 인터뷰 - 김성순 대한심폐소생협회 이사장

다른 질환에 비해 관심 낮아


급성 심정지(심장돌연사)는 그 발생을 예측할 수 없고 가정, 길거리, 공공장소 등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응급의료체계가 발달한 국가에서도 심각한 공공 보건 문제가 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만 연간 약 200만 명이 급성 심정지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의 발생률은 연간 약 2만5000명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사망수를 줄이기 위하여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 연간 1만 명 이하인 것을 고려하면,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급성 심정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교통사고, 외상, 또는 암에 의한 사망에 비하여 극히 낮은 편이다.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 급성 심정지의 발생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급성 심정지가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급성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의 약 삼분의 일 정도는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등 심각한 심장질환의 병력이 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이전에 아무런 질환을 앓은 적이 없거나 고혈압 등의 단순한 만성질환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급성 심정지가 발생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심정지가 발생하기 이전에 의사의 진료를 받아 심정지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의사로부터 사전에 경고될 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의 급성 심정지 생존율은 3%에도 미치지 못하며, 심정지로부터 소생된 사람 중에서 정상 생활로 복귀하는 경우는 1%도 되지 않는다.

즉, 급성 심정지는 의사가 없는 장소에서 발생하고, 급성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을 의사가 사전에 경고할 수 없으며,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도 의사의 추적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급성 심정지에 대한 의사의 관심은 다른 질환에 대한 관심에 비하여 낮다.

급성 심정지의 발생 특성 상 급성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이 소생되려면, 병원 밖에서의 치료, 응급실에서의 치료, 병원 내에서의 치료를 포함하는 소위 '생존 사슬'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생존 사슬은 목격자에 의한 심정지의 확인 및 구조 요청,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심폐소생술, 자동 제세동기를 사용한 심실세동의 치료, 효과적인 전문 소생술, 통합적 심정지 후 치료로서 구성된다. 생존 사슬을 효율화하려면 모든 국민, 응급의료체계를 운영하는 국가, 의료인, 의료기관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의사와 의료계는 심정지 환자의 생존을 위하여 여러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다.

의사 먼저 인식전환 나서야

의사와 의료계의 심정지에 대한 인식은 국민의 급성 심정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반 국민은 의료인보다도 심정지에 대한 인식을 가질 기회가 적기 때문에 의료계의 인식이 변하지 않고, 심정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단체가 심정지의 위험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려야 심정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심정지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은 암, 교통사고, 외상 등에 비하여 터무니 없이 낮으며, 거의 일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면서 대한심폐소생협회 등의 활동에 힘입어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심폐소생술 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목격자 심폐소생술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의 교육 상황으로는 목격자 심폐소생술 비율을 응급의료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에는 10년 이상이 경과할 것이다.

의료계가 앞장서서 심정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심폐소생술 보급의 중요성을 알림으로써, 국민의 심정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많은 국민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게 될 것이다.

최신 지침으로 교육

국제적인 심폐소생술 기구의 활동을 통하여 심폐소생술 지침은 5년마다 개정되고 있다. 개정된 심폐소생술 지침은 심정지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대한심폐소생협회를 중심으로 심폐소생술 관련 모든 단체가 참여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심폐소생술 지침을 발표하였고, 2011년에 심폐소생술 지침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개정된 최신의 심폐소생술 지침을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국의 연구에서도 새로운 심폐소생술이 발표된 이후에도 최신의 치료를 적용하는데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정지에 대한 의료계의 관심이 낮은 우리나라의 의료현장에서는 아직도 이전의 지침 또는 의사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이미 이전의 심폐소생술 지침에서 심폐소생술 약물 목록에서 사라진 칼슘, 중탄산나트륨을 사용하는 경우, 심폐소생술의 순서, 가슴 압박 깊이 및 속도 등을 이전의 지침에 따라 하는 경우, 뇌소생에 중요한 심정지 후 치료에 대한 최신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다. 각 전문분야마다 최신의 치료가 강조되고 있는 의료현실을 고려하면, 심폐소생술에 대한 의사들의 접근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심폐소생술을 보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지 않는 일부 의사들은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조차 낮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다.

급성심정지 정책 수립 과정 참여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은 사망자의 숫자가 많기도 하지만 발생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개인 및 그 가족이 받는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크며, 국민의 사망에 따른 국가의 사회 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

따라서 의료선진국에서는 급성 심정지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하여, 대국민 심폐소생술 교육, 응급의료체계의 강화, 자동 제세동기 보급, 심정지 전문치료기관의 지정 등 다양한 대책을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을 통하여 심폐소생술 교육, 선한 사마리아인 행위의 보호, 자동 제세동기의 보급을 위한 제도적 발판을 마련해 가고 있다. 심정지 소생율을 높이는 데에는 상당한 국가 재원과 국민의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 제도를 통한 지원 대책과 한정된 재원의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의료계는 심정지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가 심정지 소생율을 높이기 위하여 수행해야 할 제도를 제안하고, 투자 우선 순위에 대한 조언을 하여야 한다.

심정지에 대한 국가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심정지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한 생존사슬의 모든 과정에 관여되는 정책과 제도는 단순히 의학적 내용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 정책 수립 과정에 의료계가 효율적으로 참여하려면, 심정지의 소생 과정에 대한 다양한 요소를 파악하고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의료계 내에 심정지에 대한 전문 기구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의사와 의료계는 급성 심정지가 국민 건강에 미치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민의 건강 수호자로서 급성 심정지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도록 심폐소생술의 보급, 심정지환자의 치료, 심정지 관련 정책 수립과정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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