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인츠대학 호흡기내과 Roland Buhl 교수·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유철규 교수

GOLD(Global Initiative for Choronic Lung Disease)가 지난해 말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한 후 세계 호흡기 학계에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전략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단계(stage) 개념 대신 환자군(group) 개념을 도입해 폐기능검사와 함께 증상을 함께 평가, 적절한 치료법을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단 치료 타깃은 증상완화가 아닌 악화(exacerbation)를 포함한 잠재적인 위험도 예방이다. 또 예방, 조기진단, 조기개입도 우선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에 지난달 30일 "Act COPDifferently" 심포지엄으로 한국을 찾은 마인츠대학 호흡기내과 Roland Buhl 교수와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유철규 교수에게 GOLD 가이드라인의 변화와 향후 COPD 관리의 과제에 대해 물었다.


▲COPD 관리 패러다임, 어떻게 변했나


유철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호흡곤란 증상, 폐기능검사 결과 등 증상 관리에서 급성 악화, 이로 인한 사망, 삶의 질 개선으로 COPD 패러다임의 큰 축이 옮겨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질환의 증상완화와 함께 진행 자체를 더디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2000년대 중반 전문가들의 합의도 모였다.

Buhl 교수도 "독일에서도 최근부터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변화의 흐름 자체가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이전에는 호흡곤란에 대한 기관지확장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 약물 치료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대규모 연구들에서는 악화예방을 통해 증상이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잠재적인 위험도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Buhl 교수는 이번 GOLD 가이드라인 업데이트가 이런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적 위험도는 근본적으로는 악화의 예방으로 여기에 금연, 약물의 부작용 예방까지 더해진 것이다"며 악화 예방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여기에 더해 "악화는 COPD 환자의 주된 사인일 뿐만 아니라 수주에서 수개월동안 환자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또 "COPD 역시 천식과 마찬가지로 염증성 질환이지만 스테로이드에 내성을 보여 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Buhl 교수는 이런 의미에서 PDE4 억제제인 로플루밀라스트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COPD 발병기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어, 근본적인 예방책으로의 가능성도 보인다는 것이다. 유 교수도 "금연을 해도 염증이 지속되지만 효과적인 항염증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로플루밀라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상완화에서 급성 악화 및 질환 진행 예방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게 해준 계기라는 것이다.

▲아직도 인지도가 문제

치료전략에서는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가 있었지만 정작 COPD 자체의 인지도는 세계적으로도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유 교수는 "COPD는 진단되지 않고 있다는 점(underdiagnosis)이 문제다. 실제 100명이 있다면 10~20명만 진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40대 이상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폐기능검사 연구에서는 유병률이 20%로 나타났지만 실제 치료받는 환자수는 많지 않았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로 Buhl 교수도 "유럽에서도 COPD에 대한 인식도가 낮고, 낮은 인지도(under-recognize), 낮은 진단율(under-diagnosis), 낮은 치료율(under-treat)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은 어떨까. 유럽과 우리나라 모두 우선 타깃은 흡연으로 두고 있었다. Buhl 교수는 "독일에서는 의사들과 함께 담배업계의 마케팅에 맞서 환자들에게 COPD를 홍보하고 담뱃갑에 경고문구를 넣고 있다. 머지않아 EU 차원에서 사진·그림으로의 경고문구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 역시 금연에 대해서는 노력하고 있지만 COPD에 대해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차원에서 폐의 날을 진행, COPD를 홍보하고 금연연구회 활동을 통해 금연운동도 하고 있다. 또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COPD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COPD에 대해서는 크게 도움을 주는 바가 없다"며 "고혈압처럼 COPD가 금연으로 예방할 수 있고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관상동맥질환자들의 스타틴 복용은 사망률을 16%시켜주고, COPD 환자에서의 금연은 17.7%를 감소시켜 준다"고 말했다. 관리할 수 있고 중요도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또 "고혈압 환자들의 항고혈압제 복용은 심근경색 위험도는 15~20%, 로플루밀라스트,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복용은COPD악화를 15~20%, 일부에서는 30%까지 예방할 수 있다"며 약물을 통한 효과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Buhl 교수는 "캐나다에서는 COPD 악화를 "lung attack"이라며 중요도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회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로플루밀라스트 사용에 있어서 설사, 원인모를 오심, 구역질, 체중감소 등 부작용에 대한 설명도 강조했다. Buhl 교수는 "처방 전 부작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기관지확장제와 다르게 잠재적인 위험도 감소를 위한 약물이라는 것을 설명해 순응도를 유지하도록 해야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심장마비 환자에게 스타틴을 투여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유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로플루밀라스트는 즉각적인 증상개선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작용에 신경을 쓰는 환자들이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GOLD 가이드라인 C·D군에 대해 말하다

이번 GOLD 가이드라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단계로 환자를 구분하지 않고 폐기능(FEV1/FVC), 환자의 증상, 악화 병력으로 환자군을 구분한 것이다. 그리고 중증도가 심한 C, D군에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약물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악화를 예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Buhl 교수는 "일부에서 C군이 많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A, B, D군 만큼 많은 것은 아니지만, 폐기능이 낮고 악화빈도가 높음에도 증상이 많지 않거나 나타나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은 폐기능 저하, 높은 악화빈도와 함께 증상이 나타나 D군으로 분류된다.

이에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기관지확장제,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로플루밀라스트 등 4제약물 요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유 교수는 "흡입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LABA·LAMA 3제 요법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여기에 로플루밀라스트를 더한 4제요법의 경우는 만성기관지염증상, 과서 3·4기 환자, 2회 이상의 악화병력이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환자군은 이전 3제 요법에서도 큰 효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Buhl 교수는 "이번 GOLD 가이드라인의 환자 구분으로 인해 이제까지 진행된 ECLIPSE, TOUCH, UPLIFT 등 장기간 대규모 연구들이 재분석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A, B, C, D군에 대한 구분율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환자 평가 방법에 따른 역학연구에의 변화

이번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폐기능검사와 함께 환자에게 직접 질문해 반응을 평가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모든 의사들이 폐기능검사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질환에 대한 환자의 반응을 통해 추가적인 정보를 얻도록 한 것이다. 반면 임상연구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Buhl 교수는 "기존에 진행됐던 대규모 연구들이 이전의 기준으로 진행된 가운데 현재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의미를 해석하기가 힘든 상황이다"며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폐기능검사에 악화, 환자들의 증상 등 다각도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에 대해 반대의 우려를 제기했다. 폐기능검사가 중요하긴 하지만 우선,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 증상이 있어야 하고 흡연, 바이오메스 등 위험인자가 있는 가운데 폐기능검사 결과가 COPD 진단 신뢰도를 높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COPD 유병률에서 환자의 증상, 위험인자들을 고려하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다는 측면보다 오히려 폐기능검사 없이 증상만으로 진단하는 것이 더 문제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예를 들었다. 필리핀의 경우는 폐기능검사기가 없어 임상적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고, 중국도 폐기능검사기가 부족한 가운데 흡연, 기침 등 증상을 보이고 X-ray에서 폐기종 소견이 있을 경우 COPD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임상연구에서 증상으로만 진단한 것인지, 폐기능검사를 함께 시행한 것인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Buhl 교수는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흡연자는 위험군으로 분류해야 한다. 또 COPD 환자에 대한 위험도 프로파일을 만들어 환자들의 악화 여부, 폐기능이 감소하는 환자군, 흡연에의 영향여부 등을 환자별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질환에 대한 내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Buhl 교수는 "GOLD 가이드라인에서는 COPD가 독립적인 폐질환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흡연으로 인해 심혈관 예후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 최근에는 우울증도 폐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도 제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흡연자 중 심혈관질환이 있다면 COPD를 가지고 있을 위험도가 높지만, 이들이 진단되지 않은 상태로 있을 확률 역시 높다"고 말했다.

한편 폐기능검사의 기준에 대해 유 교수는 "GILD에서는 고정된 FEV1/FVC 0.7 미만일 때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미국호흡기학회에서는 연령에 따라 나눈 LLN(Lower limit normal)로 평가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EV1/FVC 기준에서는 노인들이 COPD로 진단되는 비율이 높아지지만, LLN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Buhl 교수는 "독일에서는 진단은 간단하게 하자는 원칙이 있다. 이에 고정된 0.7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또 우선 의사들이 폐기능검사기를 갖추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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