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주치의 고정아 “야전병원 성격의 응급의료체계 매력

런던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전 선수들만큼 분주한 팀이 있어 화제다. 이는 바로 선수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실력 향상을 돕는 의무팀이다. 이에 선수들의 건강 코치이자 제2의 국가대표인 태릉선수촌 의료진들 중 가정의학과 고정아 주치의를 만나 올림픽 준비과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눴다.

올림픽 코앞으로…"야전병원 꾸리는 심정"


선수들은 요즘 티켓을 따기 위해, 그리고 랭킹을 올려 좋은 대진표를 받기 위해 여러 경기에 참여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 주치의는 “이제 리스트가 확정되면 본격적으로 선수들의 몸 관리와 부상 방지를 위해 힘쓸 예정"이라며 "워낙 고된 훈련에도 단련돼 크게 걱정하진 않으나, 간혹 스트레스나 강화된 훈련 탓에 일시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선수들이 있어 이들을 케어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D-25, 선수들 못지 않게 그들의 주치의도 준비할 과정이 많다. “단체생활을 해서 전염성 질환이 가장 큰 문제이므로 위생에 힘써야 한다"며 그는 "특히 유럽 전역은 최근 전염성이 높은 성인 홍역이 유행 중이라서, 질병관리본부의 감독 아래 예방접종을 시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손 씻기와 같은 감염예방 교육도 수시로 진행 중이다. 더불어 그 나라의 주요 풍토병과 관련된 여행의학 상식과 경기 중 벌어지는 부상을 대처하는 응급체계도 갖춰야 한다"면서 이를 두고 그는 "흡사 야전병원을 꾸리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선수는 무조건 건강?…허약하고 진단도 어려운 편

대부분 선수들은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기 때문에 잔병치레가 없을 것 같지만, 예상과 달리 면역력이나 스트레스성 질환에 자주 걸린다. 태릉이 비교적 기온이 낮은 편이라 새벽이나 야간운동을 할 경우 큰 일교차를 견디지 못해 감기에 걸리는 선수가 많다.

경기종목마다 선수들의 아픈 부위와 특징도 제각각이다. 고 주치의 "유도나 레슬링, 수영 선수들은 디스크 등 허리질환을 잘 앓는다. 이들은 아무리 아파도 경기를 앞뒀을 때는 수술을 미루는데, 만약 수술을 하면 해당 선수는 물론 같은 팀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대부분 주사나 물리, 약물 치료 등으로 통증만 완화시킨 뒤 경기에 임한다"고 말했다. 양궁이나 사격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선수들의 경우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편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극성 장증후군이나 두통, 식도나 위장 장애 등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체급이 있는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몸무게 때문에 늘 걱정하는데, 이들은 일주일만에 10kg 정도를 빼기도 하며 체급을 재고 나면 폭식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위나 장 등이 좋지 않은 편이다.

고 주치의가 선수촌에 들어온 지는 올해 3년째다. 그는 처음 선수촌에 들어왔을 때 복통과 근육통의 진단을 구분하는 데 특히 애를 먹었다. 일반인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근육량이 많아서 누르는 진단만으로 통증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됏다. 누르는 진단보다는 전후사정을 꼼꼼이 물어 발병 요인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대회마다 도핑검사 늘 조마조마…

그가 3년 동안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나가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도핑검사다.

"한번은 약사에게 거듭 금지약물이 없음을 확인한 뒤 안심하고 감기약을 먹은 선수가 도핑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 어처구니 없이 귀국한 적도 있다. 또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먹은 건강기능식품에 금지약물이 들어 있는 것을 경기 당일 알게 돼 검사 날짜와 겹칠까 전전긍긍한 선수도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또 "선수들이 한방감기약에는 금기약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상과 달리 한약에도 금기약물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당한 그녀 "향후 선수들을 위한 경기 후 건강관리 시스템 만들 것"


이처럼 선수들에게 몸은 무기이자 직업이고 생활 그 자체며, 건강은 자산이고 메달이자, 미래다. 하지만 선수 중에는 필요 이상의 영양을 섭취하는 경우도 있고 반면 일반인보다 더 섭취하지 않는 집단도 있다. 필요치 않은 약물을 섭취하면서 꼭 필요한 영양제는 멀리하는 선수들도 있다.

고 주치의는 "선수들을 위해 개인차를 고려한 영양제를 정리하고 싶다”며 수년내에 영양관리체계를 정리할 계획을 밝혔다. 이어 선수들의 영양은 물론 심리도 관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보통 시합 전날 기록에 대한 압박과 불안에 시달리는 선수들을 위해 심리상담가를 투입하는데 이는 일회성에 불과하다"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해 누구보다도 그들을 잘 이해하는 주치의로서 심리도 치유해 주기 위해 공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에서도 경기 후 선수 관리 체계는 미흡한 편이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호르몬 관리를 하지 못해 생리불순이나 생리양이 과다해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며 고 주치의는 “경기 전에는 선수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해주지만 끝나고 나면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애로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국가대표 주치의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선수들 기량에서 98%는 선수의 노력이고 2% 정도만 스포츠 의학의 도움"이라는 말이 있다. 보통 2%는 별 게 아닌듯 보이지만,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선수촌에서는 메달 색깔이 바뀌는 엄청난 수치다.

고 주치의는 "선수가 아플 때 회복을 위해 무조건 쉬는 것이 맞지만, 선수의 경력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를 앞두고는 많은 고민에 빠진다. 이는 코치와 선수진, 의료진 누구나 겪는 딜레마"라며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낳는 스포츠 의학의 종사자로서 책임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정아. 그녀도 런던 하늘 높이 태극기가 휘날리도록 오늘 뛰고 또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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