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오명, 예측지표로 벗긴다"

학교 폭력에 의한 대구 고등학교 1학년생의 자살, 왕따를 당했다며 세상을 떠난 중학교 2학년생, 경제난에 허덕이다가 가족만 남겨두고 유명을 달리한 가장, 취업실패·애인과 헤어진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젊은이, 유명 연예인의 자살…
 
우리나라는 최근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늘면서 어느새 OECD국가 가운데 최고수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자살자는 1만5566명으로 이는 하루 평균 42명 이상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국내선 자살 예방에 치중
법·제도적 장치 마련해
국민 인식전환 시급


국내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명 당 2000년 13.6명에서 매년 증가세(2006년은 21.8명으로 일시 하락)를 보이다가 2010년 31.2명에 이르렀다. 2위 헝가리 19.8명, 3위 일본 19.4명(2009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OECD 평균인 11.2명에 비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월31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갔고, 복지부가 홍진표 울산의대교수(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를 연구책임자로 한 '자살 예방 연구'를 본격화하면서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날 단초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홍진표 교수를 만나 왜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지, 예방은 가능한 지, 연구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봤다.
 
자살대책 지금이 시작단계
 
보건복지부는 자살예방법 제정을 계기로 관계부처, 학계, 사회의 관심있는 인사들의 폭넓은 협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자살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종합대책에 담겨있는 '자살예방 기본계획(5개년)'은 자살상담 매뉴얼 개발 보급, 자살고위험군 발견ㆍ치료 및 사후관리, 자살예방 교육·훈련, 자살 수단에 대한 통제 등이 다양하게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러 원인에 의한 자살을 예방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단기간에 몇 가지 정부대책만으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따라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개입하고 사후관리를 위해 의료계, 종교계, 사회복지계 등 사회 각계 각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자살예방법 시행은 지금까지 예산지원 사업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살은 일본과 유럽에서는 비난받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예방에 치중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홍 교수는 국민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고,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3조원을 지원한 결과 많은 부분이 좋아졌습니다. 자살은 교통사고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가정이나 사회에 주는 충격이 큽니다. 정부의 지원과 관심, 여기에 국민과 의료계가 인식을 새로이 한다면 자살은 반드시 예방이 가능합니다."
 
우울증은 가장 위험
 
자살연구에 있어 우울증은 매우 중요하다. 서양 연구에 따르면 자살자 심리부검을 하면 90% 이상이 정신질환이 있고 이 가운데 60~7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홍 교수는 상대적으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비율이 낮고 일반인(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포함, 청소년들의 충동적 자살 포함)의 자살이 3배 이상 높은 특징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가 있기 까지는 인터넷이나 언론의 책임이 크다면서 홍 교수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죽는 것이 쉽지 않도록 돼 있는데 자살자들은 언론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는 지 잘 알게 됐다. 자살 방법을 모르도록 차단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자살자 절반 의사 찾아
환자상태·정신적 상담
현장에서 잘 살펴야


그는 자살을 정신적 문제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회적 문제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노인연금이 많은 일본은 노인자살률이 낮으나 9만원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노인자살률이 높다는 것이다.
 
의사·부모 역할 중요
 
외국의 연구를 보면 자살자 가운데 절반은 의사를 찾고 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그렇다. 따라서 의료현장에서 환자가 힘들어 보일 때 왜 그런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면 정신적 상담도 권유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이 함께 상담할 수 있으면 매우 바람직하다.
 
홍 교수에 따르면 자살자 부모를 상담하면 처음엔 모두가 예상못했지만 천천히 뒤돌아 봤을 때 징조가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자녀가 매사에 의욕이 없고, 귀찮고, 하던 것 안 하려고 하거나 감정기복이 클 때는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 위험군은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알콜장애 등이며, 이것이 겹쳤을 때는 더 심해진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어렸을 때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면 안되고 특히 "나가 죽어라" 같은 말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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