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도약, 어디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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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중소병원들은 웃을 날이 별로 없었다. 인증제는 인증제대로 준비하면서도 각종 수가차등화에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해야할 일은 많지만, 여전히 의사인력과 간호인력 부족에 앓는 소리를 냈다. 수익마저 감소하는 현실에서도 어렵게 경쟁력을 찾고 있는 중소병원들을 찾아봤다. 크게 전문화와 지역거점병원으로의 역할에 무게감을 두고 있는 모습이었다.

힘든 중소병원, 한숨소리만…

중소병원들은 인력 부족에 허덕이지만, 인건비 부담이 상급종합병원보다 많은 실정이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0년 병원경영통계집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 1인당 평균 인건비는 9192만 8000원. 5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이 7313만~7760만원이었다. 그러나 100~300병상의 종합병원은 1억2584만원, 300~500병상은 1억2480만원으로 오히려 병상수가 적은 중소병원이 인건비 부담이 높았다. 일반 의사도 각각 5137만원~5995만원과 1억307만원, 9162만원으로 중소병원이 부담이 컸다.

그럼에도 중소병원들은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게다가 병원의 각종 진료실적지표는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급 순으로 중소병원의 경영 어려움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영욱 중소병원협의회 전 회장은 여러 차례 "서울의 몇몇 수련병원은 모르겠지만 중소병원, 특히 지방 병원은 고액의 연봉에 아파트를 제공한다고 해도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문병원 등 진료의 질로 승부

중소병원의 가장 큰 희망은 전문병원에 두고 있었다. 중소병원도 "진료의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초 병원급 의료기관 중 99개 병원을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특화,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병원을 지정했다.

그 결과, 관절 분야는 연세사랑병원 등 10곳, 뇌혈관 분야 명지성모병원 1곳, 대장항문 서울송도병원 등 4곳, 수지접합 신촌연세병원 등 6곳, 심장 세종병원 1곳, 알코올 다사랑병원 등 6곳, 유방 부산의료선교회세계로병원 등 1곳, 척추 의료법인우신향병원 등 17곳, 화상 베스티안병원 등 3곳을 선정했다.

진료과목별로는 산부인과는 미즈메디병원 등 13곳, 소아청소년과 소화아동병원 등 2개, 신경과 의료법인문성의료재단문성병원 1개, 신경외과 에스포항병원 1개, 안과 누네안과병원 등 8개, 외과 민병원 등 2개, 이비인후과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등 2개, 재활의학과 서울재활병원 등 10개, 정형외과 서울성심병원 등 4개다.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기관은 3년 간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전문병원으로 지정되지 않은 병원은 "전문병원"이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전문병원을 수련병원의 자병원으로 지정시 우대하는 등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렇다할 혜택도, 인센티브도 지지부진한 상태. 이에 지난 4월 전문병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대한전문병원협의회가 창립됐다. 협의회는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들은 환자구성비율, 진료량, 필수진료과목, 의료인력 및 병상 등의 지정기준에 따라 심평원의 평가를 받아 진행되는 만큼 뒤지지 않는다"며 "특화된 진료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한 인센티브 등의 대책으로 특화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들은 2014년까지 의료기관평가 인증제 통과 의무화가 되면서 인증에도 나서고 있다. 인증제 열풍은 다른 중소병원에도 확대되면서 인증제 교육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A중소병원장은 "인증 통과를 계기로 환자들과 직원 안전, 의료의 질 등 우리의 실력을 전국에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중소병원들도 이젠 질적인 성장으로 무장하고, 상향평준화되어야 하는 시기지만, 수가 인정 등이 받쳐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역 거점병원으로 규모 확장

지역 거점병원로의 도약을 위해 한층 규모를 확대하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인천 한림병원은 지하 3층, 지상 12층 규모의 3관을 준공해 500병상 규모로 확장했다. 특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언제든지 신속하게 응급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응급의료센터에 6명의 응급의학 전문의와 2명의 흉부외과 전문의를 포진시켰다. 정영호 원장은 "24시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중증응급질환인 심혈관질환·뇌혈관질환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다"며 "멀리 가지 않아도 되게 할 만큼 인천북부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양 윌스기념병원도 척추·관절센터 확장 운영에 들어갔다. 척추센터는 신승호 윌스기념병원 수원 척추센터 과장이 안양으로 옮겨 총 6명의 신경외과 전문의가 진료하며, 관절센터의 경우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외래교수인 조양범 정형외과 전문의를 최근 영입했다. 현재 50병상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입원실은 입원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이달 중 50병상을 추가 오픈한다는 설명이다.

심정현 원장은 "짧은 시간 내에 환자가 급증하다보니, 대기시간이 길어져 의료진을 추가 영입하고 센터를 확대하게 됐다"며 "더 나은 의료서비스로 지역 환자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뒤지지 않는 서비스

대학병원 못지 않은 서비스도 내세우고 있다.

강남병원은 지식경제부가 지정한 디지털병원 시범병원으로 업무 처리 속도를 대폭 개선했다고 소개했다. PACS, EMR, OCS 등을 갖춰 종이차트를 없애고, 병실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환경도 구축했다.

양지병원은 입원과 재활치료를 받는 모든 환자에게 태블릿 PC를 제공하는"환자중심 스마트 서비스"를 중소병원에서는 처음으로 시작했다. 개인 침상에 거치대를 설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도 누운 상태에서 태블릿 PC를 이용할 수 있게 배려했다. 김상일 원장은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이 실시간 의료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태블릿 PC 제공 서비스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트로병원은 대학병원에 보통 있는 것으로 여겨지던 임상시험센터를 개소했다. 대다수의 임상시험센터가 대학병원에 포진해 있지만,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충실하게 경력을 쌓아왔고, 대학병원들보다 더 환자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대한병원협회 김윤수 회장은 "중소병원은 각자 알아서 경쟁력을 찾기엔 열악한 환경이며, 전문병원과 지역거점병원으로 나누어 육성 발전시키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더 큰 걱정은 전문병원도 지역거점병원도 아닌 진짜 소규모 병원들이며, 이들 중소병원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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