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 워크숍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의 1년을 돌아보는 워크숍에서는 쓴소리가 많았다. 발제와 토론에서 제시된 문제들은 고질적인 내용들이었고, 현재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현주소를 짚어내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B&D(bridging & development)를 표방하는 항암신약개발사업단에 거는 기대도 컸다.

▲항암신약의 타깃이 글로벌 시장임을 확인한 1년

김인철 단장은 "시스템통합적 항암신약개발사업단은 기존 제약회사가 직접 후보물질을 찾고 신약을 개발하는 시스템에서, 신약개발에 관련된 모든 시스템과 산학연의 성과로 제시된 물질들을 기탁받아 사업체에 기술을 이전하는 가상의 사업단(virtual model)이다"고 소개했다. 사업단에서는 전임상부터 2상임상까지 진행해 사업체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년 간 3번의 물질 공모를 통해 1차 32개 중 5개, 2차 10개 중 1개를 선정해 6가지 물질에 대한 임상1상과 전임상을 시행 중이다. 올해도 18개 물질이 공모해 선정 중이다.


김 단장은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도 2상, 3상임상까지 진행한 약물들도 낙오가 되고 있다"며 "항암제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First in the class" 약물이다"고 강조했다.

"First in the class" 약물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글로벌 시장 타깃, 제대로 된 임상시험 디자인, 전략적인 적응중 수립, 신속한 약물승인과정, 임상전문가와의 공조, 다국적 제약사와의 협력관계가 제시됐다.

패널발표에서 항암신약개발사업단 임상개발본부 김정용 과장은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선플라, 캄토벨, 밀리칸, 수펙트 등 약물이 개발됐지만, 기존 치료약물을 대체하지 못했고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힘들었다"며 약물의 국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국약대 이 경 교수는 "장기적으로 상품화까지 생각한다면 연구단계에서 특허, 논문, 약물생산을 감안해서 진행해야 하지만 출연연과 대학은 성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초연구에서 약물개발은 응용연구로 분류되고, 전임상 연구사업에서는 이전 단계의 기초연구 쪽으로 분류돼 소외되는 경우 이를 연결해주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초연구는 부족…연계는 되지 않아


발표에서 First in the class의 필요성,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초연구와 임상연구의 연계, 연구를 이끌 전문 사업단의 필요성이 제시됐지만, 패널토론에서는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들이 냉정하게 지적됐다. 특히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방영주 교수의 발표는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방 교수는 "국내 신약개발이 선진국들보다 늦은 이유는 기초과학 등의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국내에도 세계적인 명성의 연구자들이 있지만, 신약을 가장 많이 발표하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그 수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신약은 사업적인 마인드에서 집중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정부가 주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도 많은 연구를 진행하지만, 실질적으로 발표하는 신약은 없다는 것이다.

방 교수는 "정부 주도"가 아니라 "정부 지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의 지원은 단순 자금지원이 아니라 신약개발에 있어서 필요한 사람들과 분야를 엮을 수 있는 벤처를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기초연구자와 임상전문가의 공조와 커뮤니케이션도 "서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고 만날 계기가 없는 가운데 함께 진행하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지 일방적으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도와주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공조가 아니다"며 개발과정에서 상호혜택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유아이 안순길 대표이사도 방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First in class도 좋지만, 현재의 수준을 자각해 현식적인 타깃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맞춤의료가 트랜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Best in the class도 가능성이 있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물이 전체 시장을 점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고 제언했다.

식약청 종양약품과 정혜주 과장은 "국내 제약회사의 항암제 개발의지는 높지만,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해서는 경제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승인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신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2A임상단계에서 라이센스 아웃하는게 도식화 돼있지만,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기 때문에 전임상, 임상1상에서의 라이센스 아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물질과 함께 새로운 제형에 대한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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