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의사회 성명 발표

한국여자의사회, 책임있는 성문화 조성돼야

응급피임약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쉽게 빨리 복용하느냐가 아니라 복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 특히 임신을 원치 않을 때는 정상적인 사전 피임법을 하는 것이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한국여자의사회 (회장 박인숙)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정청이 발표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계획과 관련, 11일 성명을 통해 응급피임약은 성폭행과 같은 경우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명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정확한 사전 피임법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여기에 피임 실패와 무분별한 낙태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어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면 사전 피임율은 더욱 감소되어 피임 실패와 낙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던 나라들에서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낙태율이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거나 성병이 증가했다는 보고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이 여성 건강을 위협하며 낙태 예방에 있어 실패한 정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여자의사회는 정부가 오남용의 우려가 큰 약을 전문 의약품으로 분류하여 국민의 편의성 보다는 안전성을 우선하기로 한 의약 분업의 취지에 맞게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유지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는 건전한 성문화 정착과 사전 피임율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일반 의약품이던 일반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은 환영하고 나섰다.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호르몬제이며 임산부 금기 약품이어서 의약분업을 하는 모든 나라에서 전문 의약품으로 지정된 일반 피임약이 그동안 우리나라만 일반 의약품으로 구분돼 있어 안전성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

일반 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훨씬 적은 폐경기 치료 호르몬제도 전문약일 뿐만 아니라 관련 진료가 보험 급여가 되서 폐경기 여성들이 안전하게 복용하고 있는데 반해 이보다 호르몬 함량이 많으며 임산부 금기 약품인 일반 피임약이 일반 약 이었던 것은 가임기 여성들의 성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일반약 이었음에도 일반 피임약 복용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피임법으로서 효용성을 발휘하지 못해왔다. 이는 피임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본인 건강에 맞는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쉽게 살 수 있어도 여성들이 복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자의사회는 "이제라도 일반 피임약 복용율을 높이면서 여성의 개별적인 건강 상태에 맞춘 안전한 복용이 되도록 의료계와 정부는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피임 관련 정책은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로 한 번의 피임 실패는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로 이어져 여성의 건강과 태아에게 치명적일수 있기에 정부는 더욱 신중을 기해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응급피임약이나 원치 않은 임신에 대한 낙태 결정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책임있는 성관계와 정확한 사전 피임 실천으로 발휘되어야 여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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