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이사장 김선행)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OTC) 전환 계획에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결국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나라들은 이미 오남용 문제로 인해 계획성 있는 사전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오히려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

예를 들어 노르웨이는 2000년 응급피임약이 OTC로 전환된 이후 판매량은 30배 이상 늘었으나 낙태율은 감소되지 않았다. 스웨덴에서는 2001년 OTC 판매 허용 이후 2007년까지 응급피임약의 매출액은 3배 가까이 성장한 반면 낙태율은 17%나 증가했다. 중국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자유로이 구입한 경우 처방한 경우보다 응급피임약을 2배 더 사용했으나, 임신율이나 낙태율에는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응급피임약이 접근성을 높여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나 낙태의 비율을 크게 감소시키는 통계적인 결과를 얻지 못하며, 응급피임약을 사전 지급하거나 약국에서 무상 지급해도 응급피임약 사용율만 증가하고 처방할때보다 임신율은 변화없고 성병은 증가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광범위하게 응급피임약을 사전 보급하는 것이 영연방국가에서 준비되지 않은 임신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학회는 "쳬계적인 피임의 필요성과 실천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보다는 낙태의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응급피임약이 마치 원치 않는 임신방지의 대표적인 해결책인 양 오도해 잘못된 환상을 일반인들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응급피임약은 실패율이 15% 내외로 오히려 낙태 위험이 증가하고 콘돔 사용의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으며 이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성문화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응급피임약까지 자유롭게 접근하게 함으로써 벌어질 의학적 문제와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그동안 이 같은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음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며,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면담을 요청했다. 또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조속히 재개해 전문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적극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이 응급피임약의 사후 피임 효과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가지지 않도록 대국민 교육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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