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환규 의협 회장이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안고 취임한 지 한달이 됐다.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성과를 운운할 수는 없지만 만성질환관리제 시행 등 현안들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떠나 무언가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도록 한 것에는 긍정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전 집행부가 참여한 건정심에서 통과된 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해 전면반대하고 건정심을 탈퇴한 것은 신뢰를 잃게 돼 결국 의료계에 도움이 될 수 없다며 신중을 주장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노 회장은 의협회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5월 1일 집행부를 출범시켰다. 이에 앞서 이례적으로 당선인 신분으로 긴급 시도 의사회장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이에 의사들은 "시작이 반이다"며, 노환규 집행부가 기반다지기를 거치고 나면 만성질환관리제, 의료분쟁조정법 등 현안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고 기존 의협 집행부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다른 면을 보일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을 갖고 있다.

한 의사 단체 임원은 "대정부 투쟁에 대해서는 의협이 적절하게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노 회장 스스로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저지 등을 시험대라고 말 한 만큼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며 의협이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 것에 대해 "여러 의료계 지도자들이 이러한 결정으로 진행될 지 모르고 있었다"며, "대정부 투쟁에는 의료 단체와 회원들의 응집력이 가장 중요한데 이같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 내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의협 집행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문제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의료계를 둘러싼 다른 영역에서는 이른바 사회적 왕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 회장이 의료계 내부 조직 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의견 수렴 과정이라는 절차를 거치면서 큰 힘을 얻을 수 있고 가시적인 성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 집행부는 정책전문가나 전략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여러 곳으로부터 받고 있다. 정책·전략에 능력이 있는 참모진들이 있어야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의료환경속에서 의료계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 노 회장의 개인적 역량은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 있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전 개원의 단체 임원은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면서 갖고 있던 의료개혁 과제들을 현실에서 추진하려다 보니 일부 엇박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사도 "이슈화, 즉 문제 제기에는 성공했다고 본다"고 박수를 치면서도 앞으로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 단계인 대응 방안까지 철저히 사전 준비하는 참모진이 하부 구조를 튼튼히 받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예를 들어 포괄수가제 대처와 관련 "건정심 탈퇴 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밀한 대안이 마련돼 있는지 궁금하고 여기에 소기의 성과도 거두기 전에 "대국민 여론전"이나 "파업"같은 카드를 이미 꺼내 버렸으니 어떻게 대정부 투쟁을 이끌고 나갈 것인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취임 이후 의협 조직을 개편하고, 각 시도 의사회 보험 이사가 참여한 보험위원회와 각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의사단체협의회,만성질환관리제 저지 대책위원회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이 노 회장 취임 100일 후에도 "성공적 출발을 한 것 처럼, 회원들의 높은 호응속에 변화와 개혁을 앞세워 회무를 끊임없이 추진할 계획"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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