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전국 대의원 설문

지난해 10월 19일 사상 첫 직선제를 실시, 75%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의협 신상진회장이 6개월여간 추진한 회무와 대정부활동 등에 대해 대의원들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아직 평가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그간 숨가쁘게 쏟아져 나온 각종 의료 현안들의 중대성에 비추어 과연 적절하게 대처해왔는지에 의구심을 버리지 못한다는 의견들이다.

본지가 시도 의사회 정기총회 현장에서, 직접(188명) 또는 전화(32명)를 통해 16개 시·도 의사회 대의원 2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이같은 속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신상진 회장 집행부 출범 후 회무 등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 34.5%인 76명이 61∼70점 사이라고 답했으며 30.0%(66명)가 71∼80점 사이라고 응답했다.

또 낙제점에 해당되는 60점 이하가 15.5%(34명)였고 B학점쯤인 81∼90점 사이가 14.5%(32명) 였다.

A학점수준인 91∼100점이라는 응답은 단 한명도 없었다. 무응답 대의원은 5.5%(12명)였다.

이들은 대부분 아직 평가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었다.

"정부의 수가 인하에 대한 의협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물음에서는 절대다수인 70.4%(155명)가 적절하지 못했다는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적절했다"는 반응은 5.9%(13명)로 극소수였고 "보통"이라는 의견은 21.8%(48명)로 나타나 의협의 대응에 실망하고 있었다.

또 기타와 무응답은 1.4%와 0.5%였다.

"의협이 대정부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강경한 투쟁에 무게를 둬야 한다"가 38.6%(85명), "적극적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36.8%(81명)로 투쟁과 대화가 비슷한 양상이었으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응답도 20.5%(45명)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강경대응도 중요하지만 정치적인 협상이나 대화를 통해실익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대의원들의 의견은 저변에 깔린 일반회원들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기타 2.7%의 의견은 "투쟁과 대화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강온 병행의견이 주류였다.

"의협이 모금하고 있는 국민건강수호 투쟁 성금모금"에는 절대다수인 82.7%(182명)가 참여의향이 있다고 응답해 높은 호응도를 나타냈다. "

없다"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3.6%와 12.8%였다.

"국건투 성금액(개원의 30만원, 병원의사 10만원, 전공의 3만원)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70.0%인 154명이 적당하다라고 답했으며 16.8%(37명)는 적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

많다라고 답한 경우는 9.1%(20명)에 불과했다. 기타와 무응답은 각각 1.4%와 2.7%였다.

"의협이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의 행보"에 대해서는 절반이상인 55%(121명)가 불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37.7%(83명)는 보통이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만족스럽다와 기타는 3.2%와 2.7%로 소수였으며 기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같은 설문결과는 의료계 일선의 오피니언 리더그룹인 지역 대의원들의 의협집행부에대한 시각이 긍정보다 부정적인 경향이 앞서는 것으로 평가되며 이는 현 집행부가 주시해야 할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역적으로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미 충남북을 비롯한 각지역의 대의원총회에서 표출됐던 현 의협집행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적인 분위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의협은 성명만 발표하는 곳이냐"는 힐책이 회무평가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은 설문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것이다.

특히 그간의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유가 대부분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수가 때문이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수가인하에 대한 집행부의 대처가 불만스럽다"는 응답이 대종을 이루는 이번 설문결과는 지역대의원들과 일반회원들의 정서의 향방을 짐작하게 한다.

투쟁도 중요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요구하는 적지않은 목소리는 의협을 실익에 비중을 둔 정치세력화로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수준에서 강·온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정부정책에사사건건 맞대응하기보다는 앞선 정책의 제시를 통해 이끌 수 있는 성숙된 자세가 필요한 시기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이번 설문조사결과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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