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요인이 없는 정맥 혈전색전증(VTE) 환자에서 항응고 요법은 딜레마다. 와파린을 중단하면 20%에서 2년 내 재발하고, 계속 복용하면 출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아스피린의 VTE 재발 예방 효과를 확인한 연구 결과가 NEJM에 발표돼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페루지아대학 Cecilia Becattini 교수팀이 다기관 이중맹검 연구 결과 와파린을 중단한 VTE 환자에 아스피린을 사용하면 출혈 증가 없이 VTE 재발을 47%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는 VTE가 처음 발생한 환자 중 6~18개월 간 경구 항응고 요법을 완료한 환자를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대상자들에게는 2년간 아스피린을 하루 100 mg 또는 위약을 투여한 뒤, 환자의 선택에 따라 연구 치료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의 일차 종료점은 VTE 재발로, 안전성의 일차 평가기준은 대출혈로 정했다.

그 결과 VTE가 재발한 환자 수는 아스피린군 205명 중 28명(연간 6.6%), 위약군 197명 중 43명(11.2%)으로 위약군에서 2배 가까이 많았다. 대출혈은 각 군에서 1명씩 발생했으며 이상반응도 두 군간 유사했다.

미국 듀크대학 Richard Becker 교수는 관련 논평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눈에 띄는 진보지만 출혈 위험이 높은 환자군에서 매일요법으로 아스피린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와 유사한 디자인의 연구(ASPIRE) 결과가 올해 중 발표될 예정이라면서 후에 두 연구를 메타분석해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는 VTE가 처음 발생한 환자에서 아스피린의 효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Becattini 교수는 최근 새롭게 출시되고 있는 항응고제와 비교한 연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리바록사반과 다비가트란의 경우 각각의 연구에서 VTE 재발 위험을 8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VTE 예방 측면에서 아스피린과 비교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Becattini 교수는 "아스피린은 저렴하지만 VTE 예방에서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면서 "새로운 약물 전략에서 아스피린의 역할을 어떻게 위치시켜야 할 지는 앞으로의 연구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