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들의 리베이트 대비도 양극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올초부터 끊임없이 리베이트 수사를 압박하면서 의료기기를 걸고 넘어지고 있다. 이미 검찰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의 기간이 연장했으며, 단속 대상을 확대해 의약품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치료재료 등에 대해서도 기획조사를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

급기야 14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에서는 의료기기 납품과정에서의 리베이트 혐의와 관련, 강원도 내 3개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의료기기 구매 담당자들이 업체로부터 수백억을 공급받았는지의 여부를 조사 중이며, 동시에 해당 업체도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은 리베이트 조사 분위기에 대해 중견업체, 특히 외국계는 철저한 사전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계인 A업체 관계자는 "이미 공정경쟁규약이 만들어지기 전 윤리 규정을 선포하고 내부 규정을 훨씬 더 까다롭게 만든 상태"라며 "사내 변호사와 함께 내부 규정을 재정비하고 철저히 규정에 따라서만 후원을 하는 등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 역시 "일단 문제가 될만한 것은 모두 버리거나 없애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은 상세한 자료를 일단 기록하고 보관하는 것이 위주였으나, 여러 각도의 자문과 제약업계 선례에 따라 재개정하고 증빙서류를 갖춰놓는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사인 C업체는 시스템을 갖춰 영업사원들이 리베이트를 주지 못하게 했다. C업체 대표는 "외국계 기업 시스템대로 규정을 숙지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범위에서는 후원이나 기부, 거래를 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당장 눈앞에 이익이 아닌, 멀리를 바라보면 지금 고객들이 서운하더라도 이렇게 가는 방향이 맞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영세업체들은 이렇다할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눈앞에 판매망으로 인해 인건비, 운영비 등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병원에선 몸사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리베이트를 소홀히 하면 거래를 끊겠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D업체 대표는 "아무래도 제품의 경쟁력보다는 영업력으로 승부해온 터라 리베이트를 완벽히 제거하면 판매가격 인하밖에 제시하지 못한다"며 "이미 마진을 최소화하고 판매수량으로 보존하고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업체 관계자도 "대형 업체들 위주로 모여 있는 의료기기산업협회 등에서는 영세업체의 현실을 알지 못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없으며, 심지어 관련 간담회에 참석할 인력조차 없었다"며 "이렇다 보니 실질적인 상황과 괴리감이 생기며, 대비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리베이트를 조사하면 할수록,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 여러가지 대비를 하고 리베이트 아닌 리베이트(?)를 주는 외국계와 대형업체에 매출이 쏠릴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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