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심장학회(ESC)가 심질환 예방을 위한 임상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European Heart Journal에 공개했다. 전반적으로 지난 가이드라인과 내용상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광범위한 내용을 대략적으로 다룬데서 벗어나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30대에는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낮지만 35세인 흡연자라면 심근경색 위험이 65세 노인과 동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위험 연령"의 개념을 제시했다. 또 모든 사람이 일생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심혈관 위험도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더불어 고위험군에 속하는 만성질환자들의 예방 및 치료 전략도 상세히 제시했다.


고혈압: 80세 이상 노인 환자도 적극적으로 혈압 관리해야

고혈압은 관상동맥질환, 심부전, 뇌혈관질환, 말초동맥질환, 신부전, 심방세동 등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가이드라인에서는 모든 고혈압 환자 혹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체중, 신체활동, 알코올·나트륨·과일 및 채소·저지방 식품 섭취 등 생활습관을 조절할 것과(B, strong), 목표치 혈압을 수축기/확장기 140/80 ㎜Hg 이하로 설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A, strong).

약물 전략으로는 ACE 억제제, 칼슘 길항제, ARBs, 베타차단제 등 주요 항고혈압제의 혈압 감소 효과는 유사하므로 초치료 약물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A, strong)고 제시했다. 하지만 충분히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에서는 다른 계열의 약물을 병용하는 것이 같은 약물의 2배 용법보다 혈압관리에 5배 이상 효과적이다. 필요한 경우 3가지 약제 병용요법도 시행할 수 있는데, 주로 RSA 차단제, 칼슘 길항제, 이뇨제가 사용된다.

심혈관질환이나 제2형 당뇨병이 있거나 10년 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5% 이상인 고혈압 환자는 모두 스타틴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B, strong).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고혈압 환자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치료가 권고되며(A, strong), 심혈관질환 가족력은 없지만 신기능 감퇴 혹은 심혈관 고위험군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에서도 항혈소판제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A, week).

반면 당뇨병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는 ACE 억제제나 RSA 차단제가 권고되며(A, strong), 다중 대사증후군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는 당뇨병 발병 위험이 있으므로 베타차단제와 티아지드 이뇨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A, strong).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는 80세 이상 노인에서도 항고혈압 치료가 효과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환자의 항고혈압 치료 효과가 젊은 성인 환자에서의 효과 못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항고혈압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젊은 성인과 노인에서 혈압 저하 효과가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는 없어 연령에 근거해 약물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HYVET 연구에서 80세 이상 초고령자도 항고혈압 치료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다른 연령대와 마찬가지로 초치료 약물로 꾸준히 치료하되, 필요하다면 다른 약물을 병용할 수 있으며, 치료 중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다만 grade 1 고혈압 환자일 경우 타깃 혈압을 달성하기 위해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분분하다.


당뇨병: 일차 예방에 아스피린 권고 안해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 위험도를 줄이는데 스타틴 사용이 권고되며(A, strong), 당화혈색소(A1C)도 7% 미만으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A, strong). 특히 저혈당증과 과도한 체중 증가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서 이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B, strong).

가이드라인에서는 특히 죽상경화증이 없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 치료제 복용이 권고되지 않는다(A, strong)고 못박았다.

제1, 2형 당뇨병은 혈전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죽상경화증 위험이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 복용이 도움이 된다. 메타분석 연구인 ATC에서 항혈소판제는 심혈관 사건 위험을 2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스피린의 일차예방 역할이 불분명하고 일관성 없는 가운데 부작용 보고도 있다. HOT 연구에서 아스피린 75 ㎎ 복용군은 혈압이 잘 관리되고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지만 비치명적인 주요 출혈이 현저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ATC 연구에서 고위험군 환자에서 혈관 사건 위험이 근소하게 감소했는데, 이는 당뇨병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무작위 대조군 연구 6건을 메타분석한 결과 당뇨병 환자에서 주요 심혈관 사건이나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 외 가이드라인에서는 DPP-4 억제제나 GLP-1 길항제 같은 새로운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이득이 있을 수 있지만 아직 불명확하다며, 환자의 순응도가 나쁘거나 특별히 금기사항이 없는 한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제로 권고했다(B, strong).


이상지질혈증: HDL 콜레스테롤 타깃 치료 효과는 불분명

혈장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증가는 심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히며, 과중성지방혈증과 HDL 콜레스테롤 저하는 독립적으로 심혈관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감소를 일차 예방을 위한 치료 타깃으로 권고하면서도 HDL 콜레스테롤 치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HDL 콜레스테롤이 주요 위험 요인이긴 하지만 이에 대한 타깃 치료가 심혈관 사건과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메타분석 연구에서 LDL 콜레스테롤이 1 mmol/L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가 20~2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LDL 콜레스테롤을 1.8 mmol/L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은 심혈관 사건에 대한 재발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고위험군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1.8 mmol/L 미만으로 혹은 베이스라인에서 50% 이상 감소시키는 타깃 치료가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A, strong). 또 고콜레스테롤혈증 가족력이 있는 환자도 모두 잠재적 고위험군으로 보고 지질저하 치료가 필요하다(A, strong).

HDL 콜레스테롤 저하는 독립적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데 영향을 미쳐 새로운 진단 기준인 SCORE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남성에서 1 mmol/L 미만, 여성에서 1.2 mmol/L 미만일 경우를 위험 증가 지표로 보지만 치료 목표로 고려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 때문에 가이드라인에서는 이와 관련한 지침은 따로 제시되지 않았다.

더불어 지질저하제 병용요법이나 지질저하 효과가 있는 건강기능 식품이 심혈관 위험을 감소시키는 지 여부도 근거도 부족해 가이드라인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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