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제17차 학술대회서 보완 요구

다제내성균의 심각성이 국내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감염관련 학회들과 공동으로 작업한 "다제내성균 감염관리지침"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 차원에서 권고사항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모아왔지만,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수정·보완해야할 부분들이 있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11일 진행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 구현숙 박사는 먼저 "국내 다제내성균 발생률이 OECD에서도 상위권에 속하고, KONIS(전국병원감염감시체계)에서 2006년부터 발생률을 집계한 결과 내성균주 발생률이 미국보다 높아졌다"며 사회적인 관리와 이를 위한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침에 대해 "지속적으로 학계와 논의를 진행해 왔고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의료기관 및 의료진들에게 단순히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일반 권고지침과 강화된 중재지침으로 나눠

이번 지침에서는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된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 반코마이신 내성 황색포도상구군(VRSA), 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MRAB), 다내제성 녹농균(MRPA), 카바페넴 내성 장알균(CRE) 6가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구 박사는 "국내 MRSA는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상황 개선으로 인해 발생률이 약간 감소하고 있지만, MRAB가 급증하는 추세로 MRSA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침은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화학요법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가염관리간호사회 등과 함께 작업했으며,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CDC)를 비롯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지침들을 참고했다.

구 박사는 "외국의지침들 중에서 국내 상황과 실제 수용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CDC의 MDRO가 가장 적합했다"며 이번 지침의 골자를 밝혔다.

지침에서는 "일반적 권고지침"들을 먼저 정리했고, 이로도 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강화된 중재방안"은 별도로 제시하고 있다.

일반적 권고지침은 △의료기관 내 방침 △항생제관리 △감시활동 △환자 및 보균자관리로 나눠져 있다. 의료기관은 다제내성균에 대한 내부지침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행정·인적 지원을 시행하도록했다. 또 환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고, 직원을 교육시키고 실제 감염관리 대책들이 시행되고 있는지 평가해야 한다.

항생제에 대해서는 감수성을 연 1회 이상 통계자료를 점검하고 이를 공유하도록 했다. 이는 감시활동과도 연계되는 것으로 다제내성균 검사는 표준화된 방법으로 하고 내성균에 대해서 실시간, 발생양상, 내성양상, 감수성 등을 관찰하도록 했다. 역학조사 시에는 균주보관에 대한 프로토콜도 가져가도록 했다.

관리 방침 중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환자관리 챕터 중 격리병실에 대해서는 1인실, 코호트 격리, 감염위험도가 낮은 환자와의 격리로 나누고 환자를 LIPS(Lewishan Isolation Prioritisation Scoring System)로 위험도를 평가해 배치하도록 했다.

격리해제 및 퇴원은 환자의 임상상황과 함께 임상부위 보균검사 연속 3회 음성(3일~1주일 간격)일 경우로 했다. 선제격리를 했을 경우에는 감시배양 결과가 2~3회 음성일 때(1~2일 간격)로 했다.

또 환자에 대한 접촉에 대해서도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손위생은 물론 환자 접촉 전 장갑, 오렴 우려 행위 전 가운을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환자주변 환경도 재사용 의료기구 및 공용물건은 반드시 소독하고 되도록 MDR 환자 전용으로 하도록 했다. 또 의료폐기물, 린넨, 환경청소, 환자의 접촉이 빈번한 환경을 소독하도록 했다.

강화된 중재방안에서는 △MDRO 위험도 매트릭스를 통한 관리 우선순위 분야 선정 △위험군 대상 능동감시 배양 △입원 시부터 환자에 대한 위험도 평가 알고리듬 적용 △입원 및 병실배정에 대한 정책마련 △청소를 통한 환경 소독에 대한 교육, 관리, 감시, 확인 등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적 조건과 차이 많아

패널토론에 나선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이번 지침의 실현 가능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번 지침의 적용 대상이 3차 의료기관인지, 전문병원 혹은 요양병원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침을 통한 효과도 명확하지 않고, 시설문제, 인력, 경영에서의 문제, 비용 등에 대한 부분 역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의 MRSA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CDC의 지침이 잘못됐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패널토론 연자인 한양대병원 감염관리실 장윤숙 교수는 "병원공간을 고려할 때 지침이 제시하고 있는 설비를 실제적으로 구현하기에는 제약이 많았고, 코호트 병실도 확보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중환자실에서 환자 접촉 부분을 소독하는데만도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며 현실적으로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와 학회들은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올해 안에 최종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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