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폭 CT ↑ MRI-PET ↓…절감액 총 1억원 조정에 그쳐

병협, "터무니 없는 인건비·장비가동실비 반영은 수용 불가"

지난해 소송으로까지 번진 영상장비수가 인하가 재조정 과정에서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수십억을 들여 소송까지 제기한 건임에도 불구 정부가 단 1억원이 절감된 재조정안을 들고 나오면서 병원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8일 의료행위 전문평가위원회에서는 지난 논의에서 지적된 의료계의 요구를 반영한 정부안이 제시됐으나,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장비사용에 따른 인건비 및 장비 유지 보수비나 업그레이드 비용 등 장비가동실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의-정 간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지난 5월 정부의 수가인하 조치 후 병원계가 효력정지 및 처분취소 소송을 내 승소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의 회의를 통해 의·병협 및 영상의학회, 핵의학회, 심평원, 복지부 등이 참여한 재논의가 시작했다.

당초 수가를 재평가 한 조정방안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고가 의료장비로 장비의 유지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 등을 감안해 기 반영된 유지보수 비용을 당초 안 보다 인상하고 업그레이드 비용을 추가 반영키로 했다.

즉, 장비의 직접비용을 조정하는 것이며, 이외의 비용은 현행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고가 장비인 점 등을 고려해 기 반영된 유지보수비용의 일부를 인상하고, 내용연수는 5년으로 설정해 5년을 초과한 장비의 직접비용은 산정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었다.

이와관련 재논의를 통해 병원계는 인건비 등 간접비 인상 필요는 물론, 장비의 업그레이드 비용 반영, 5년 지난 장비의 유지보수비용 추가 인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제안된 정부안은 종전에 CT, MRI, PET 등에 대해 각각 14.7%, 29.7%, 16.2%를 인하해 1291억원을 절감하겠다는 안과 비교했을 때, 절감액(1290억원)에서 큰 변화가 없어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수십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의료계에서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절감 내용을 지적했으나, 기존 인하안에 비해 단 1억원이 줄어든 조정안이 대안으로 제시되자 병원계는 허탈을 넘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CT의 경우 MRI, PET과는 달리 오히려 인하 폭은 더 커진 결과로 제시됐다. CT의 경우, 사용량 연동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

이와관련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보험부회장은 "건수와 관련한 부분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반영해줘야 할 부분들 조차 제대로 반영해주지 않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즉, 의-정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건비"와 "실비 보전의 부분"이 지적된 것이다.

심평원은 2003년 수가책정 당시 이미 인건비가 수가에 녹아들어간데다 매년 환산지수를 통해 인상률을 반영해오고 있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병원의 입장은 다르다.

2003년 당시 병원 운영비 가운데 인건비 비중은 30~40%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운영비의 절반을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2003년과 비교하면 인건비가 얼마나 많이 늘어났겠냐"고 반문하며, "검사건수가 늘었다는 논리로 수가를 낮추는데 건수가 늘어나면 인건비 측면에서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장비 유지보수비나 업그레이드 비용 등 "장비가동실비"의 반영 폭도 의-정 간 간극을 넓히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는 "생각보다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실비에 있어 수가 반영의 폭이 너무 낮다"며, "실제 병원에서 장비 유지보수를 위해 사용하는 운영비의 10~20%를 넘는다. 프로그램 추가하고 업그레이드 안하면 못쓰니까 그에 대한 보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헀다.

이 밖에도 내용연수를 5년으로 설정해 5년을 초과한 장비의 직접비용은 산정하지 않은 문제도 꼬집으며, "장비를 5년쓰고 버리라는 얘기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부분들을 제대로 반영해준다면 절감액을 절반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 온 부분을 전혀 반영해 주지 않은 현 조정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의료행위 전문평가위원회 차기회의는 15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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