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병달 교수

"자전거 국토 종주여행을 보고합니다. 4월 16일 월요일 오전 9시 한강 잠실에서 출발해 양평, 여주, 충주, 수안보, 이화렬, 문경, 상주, 대구, 삼랑진, 부산, 을숙도까지 21일 토요일 16시 50분에 도착했습니다. 자전거에 찍힌 주행거리는 총 597km입니다."

어느날 불쑥 어떤 교수의 지인들은 이런 메일을 받았다. 새삼 놀라울 것도 없었다. "멋진 그의 활동이 올해도 이어지는구나"라는 반응이었다. 그 주인공인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병달 교수는 종류에 가릴 것 없이 운동을 좋아하는 만능스포츠맨이다.

1971년 서울의대 산악회 멤버로 인수봉에서 가장 인기있는 암벽타기 코스인 '의대코스'를 개척한 4인방 중 한명이다. 의대 시절 7000m 이상 만년설 산에 오르는 것이 큰 꿈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암벽등반이고, 곳곳에 등산을 즐겼다.

그러던 중 세월이 흘러 1999년 50세가 되어서야 잊고있던 20대의 꿈이 생각났다.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50대에 마라톤을 시작한 이유다.

그해 바로 마라톤을 완주하니 욕심이 생겼다. 철인 3종경기를 한번쯤 꼭 해보고 싶었다. 철인 3종경기는 바다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17시간 안에 완주해야 하는 극한 경기다. 결국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국내외를 돌며 무려 5번이나 완주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숱한 화제를 몰고와 원장 월례조회 소재거리가 되기도 하고, 주먹 꽤나 쓰겠다는(?) 강한 이미지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는 그렇게 꾸준히 달리기, 수영, 자전거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러다 어깨를 다쳐 지난해 7월 관절을 분해, 재결합할 정도의 큰 수술을 받았다. 이 교수는 "다행히도 우리나라 최고의 스포츠의학 전문가 집단이 모인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니 무사히 재활치료를 받고 거의 회복됐다"며 "무리한 운동에 지친 몸을 재정비하고, 더 많은 운동을 하기 위한 몸을 만드는 시기"라고 웃어보였다.

사실 그동안 운동에 미쳐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0세 이후부터는 끊임없는 경기와 도전의 연속이었다.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하고 출근했다. 주말에도 운동하고 또 운동했다. 경기를 중심으로 하다보니 쉬는 시간 틈틈이 거의 그 생각에 올인했다. 연구실에서도 머리 속으로는 준비를 하며 아령을 들거나 맨손체조를 할 정도였다. 회식이나 골프처럼 남들 다 하는 것은 멀리했다. 출발신호와 결승점만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갔다.

올해는 어깨를 다친 탓도 있고, 한번쯤은 그저 즐기며 다니고 싶었다. 종주에 속도를 내는 MTB 자전거가 아니라 미니벨로를 택한 이유다. 다행히 4대강 자전거도로가 준공되면서 도로가 잘돼 있었다. 이 교수는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이제 꽃이 지고 푸른 이파리가 빼곡이 들어선 시기"라고 소감을 밝혔다.

하루에 150~200km씩 충분히 달릴 수 있고, 주말에 1박 2일씩 끊어서 다닐 수도 있다고 소개했다. 고속버스에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돌아오면 된다.

물론 운동은 조심해서 해야 한다. 이 교수 자신도 운동의 목표치를 높게 설정하긴 했지만, 그만큼 공부를 많이 했다. 크게 망가지고 다치는 이유가 되는 과욕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40대 중반 이후부터는 만성 질환과 심장 질환을 점검한 다음 운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과욕은 둘째치고, 대다수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이상하리만큼 의사들은 더욱 그렇다. 이 교수는 "의사들이 대접받는 환경이다 보니 굳이 고달픈 것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술, 담배, 스트레스 등에 노출돼 환자 건강을 관리하면서 정작 본인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병달 교수에게 운동이란?"을 질문했더니 "밥"이라는 한 단어가 돌아왔다. 그만큼 없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63세가 된 지금, 가을 마라톤을 준비하고 30번을 더 채워 100번의 마라톤을 완주하겠다고 두주먹을 불끈 쥐어보인다. 의대코스도 40년만에 다시 완주해보고 싶단다.

"운동을 한 결과로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도 없고 10살은 동안으로 지내고 있어요. 여러분도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몸에 맞게 매일 운동합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