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효과, MRI 변화 세계 최초 객관적 입증


최근 줄기 세포 치료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줄기 세포 치료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는 인체의 발병 원인 및 발생과정을 연구하는 중요한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세포치료제로서도 이용 될 수 있어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며, 특히 대표적 난치성 질환인 척수 손상 치료에 있어서도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가운데 교통사고, 추락사고, 폭행 등으로 사지가 마비된 만성 척수손상 환자에게 자신의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수술을 시행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가 세계 최초로 학계에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용 교수팀은 목 뼈를 다친 만성 척수손상 환자 10명에게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부위에 직접 주입해 장기간 추적 관찰한 결과, 10명 중 3명에서 일상생활이 개선되는 등 증상이 호전되는 변화를 확인했다고 Neurosurgery 최신호를 통해 밝혔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이번 연구는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식한 척수손상 부위의 상처(cavity)가 사라지는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상의 변화가 점차적으로 나타나는 점을 학계에서 세계 최초로 입증해 신경학적 호전 증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보고된 척수손상 치료법은 척추 신경막 내로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방법이 유일했지만, 전 교수팀은 자가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에 직접 찔러 넣어 주입하는 수술 기법을 학계 최초로 새롭게 제시해 영구적인 부작용 없이 시술 가능함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척수 손상 기간이 최소 1개월에서 최대 8년인 만성 척수손상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시술을 진행했다.


먼저 중간엽 줄기세포를 환자 자신의 엉덩뼈에서 채취해 충분한 세포수를 확보하기 위한 배양을 거친 후, 척추 후궁절제술로 신경막을 열고 손상된 척수에 8백 만개의 줄기세포를 직접 주입했다.

이후 척추 경막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신경막 하 공간에 4000만개를 주입하고 수술을 완료했다. 수술 후 4주, 8주째에는 주사기로 척추 요추 천자를 시행해 5000만개를 주입했다.

그 결과 10명 중 6명은 전기 생리학적 변화를, 7명은 MRI 상의 변화를 나타냈다. 특히 이 중 3명은 일상생활의 개선을 가져올 만한 팔의 운동 기능 향상을 보였다. 일상생활 개선을 보이지 않은 나머지 7명 중 3명은 측정상 경미한 팔의 근력 향상을 보였다. 1명이 부작용을 보였으나, 일시적이고 경미한 감각 이상만 관찰됐다.

일상생활의 개선을 가져올 만한 팔의 운동기능 향상을 보인 3명은 스스로 보조기구를 이용해 밥을 먹을 수 있고, 혼자 힘으로 앉을 수 있게 됐으며, 엄지손가락에 힘이 생겨 물건을 잡을 수 있어 숟가락을 꼳 쥐고 음식을 떠 먹을 수 있게 됐다. 이 점은 근력 측정 변화로도 나타났다.

특히 이 중 1명은 미국척수손상협회(ASIA)에서 정하는 척수손상 B등급(불완전한 감각이 있을 뿐 운동기능이 없는 경우)의 사지마비환자였지만 근력 검사 상 손가락 운동 측정이 Ⅰ단계 (수축은 가능하나 능동적 관절 운동이 불가능)에서 Ⅴ단계 (중력과 충분한 저항하에서 능동적 정상 관절 운동)로 향상됐다.

그리고 팔의 운동능력 향상을 보인 환자 3명의 MRI를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촬영한 결과, 손상부위 상처(cavity)가 사라지는 모습이 관찰됐으며, 상처 주위 경계가 없어지고 내부에 길쭉한 실과 같은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연구진은 신경조직이 재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상용 교수는 "현재까지 척수손상 줄기세포 치료 후 신경학적인 개선이나 전기 생리학적 검사에서 호전이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는 있었지만, 줄기세포를 주입한 척수 부분에서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촬영한 MRI 검사에서 척수 변화가 점차적으로 생기는 점을 증명, 신경학적 호전 증거를 제시한 것은 이번이 학계에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기존 치료법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근까지 줄기세포를 이용한 척수 손상 치료에서 후각세포(Olfactory ensheathing cell), 신경섬유초세포(Schwann cell) 등을 손상된 척수 내로 찔러 넣는 방법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손상된 척수 내로 직접 주입하는 방법은 시도되지 않았고, 인체의 척추 신경막 내로 주입하는 치료 방법만이 보고됐다.

또 현재까지 동물 실험을 통해 척수 내 직접 주입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으나, 그 위험성 때문에 사람에게는 시도하기가 어렵다고 알려져왔다.

그러나 만성 척수손상 환자는 척수의 손상된 부위가 안정화된 상태이므로 줄기세포를 혈관 주사나 동떨어진 부위의 경막하 공간에 주입하더라도 줄기세포가 병소로 찾아 들어가는 귀향 효과에 필요한 신호를 내지 않아 병소로 들어갈 수 없다. 정맥 주사의 경우에도, 많은 수의 세포가 폐 조직에 걸러져 병소에 다다르기가 힘들다.

이에 전 교수팀은 신경 조직의 재생이 일어나야 하는 척수손상 부위에 직접적으로 주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또 이후 주입된 줄기 세포가 조직 내 반응을 일으키고 귀향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 예측해, 척추 요추 천자를 통해 추가적 줄기 세포를 주입했다.

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만성 척수 손상 환자에 자가 중간엽 줄기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 영구적인 부작용이 없고 운동기능 향상에 성공했음을 학계에서 세계 최초로 보고한 내용으로, 이 연구는 향후 척수 손상의 줄기세포 치료에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더 많은 연구를 위해서는 줄기세포의 유전자 조작, 주입되는 줄기세포의 최적량 확립, 효과가 더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급성기 척수손상 환자에의 적용, 지지체의 병용, 치료 후 변화 관찰을 위한 영상 기술의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특히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는 입증됐으나, 몇몇 환자에서 팔의 일부 힘만 좋아하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줄기세포의 치료 효율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면서 "향후 이에 대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 교수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가 골수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만성 척수손상 치료의 3상임상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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