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지방줄기세포 연구하는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


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60조개에 이르는 세포 중 어느 조직에 있든지 다른 조직 세포가 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 사용되고 있다. 그외 피부재생, 지방이식 효과의 증대 뿐 아니라 항노화 관리 및 관절장애, 아토피, 뇌질환, 남성기능장애, 탈모 등 만성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돼 그 활용 범위가 넒어지고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를 만나 탈모 치료에서의 자가지방줄기세포치료법의 현황과 과제를 들어봤다.


부작용과 흉터 없는 것은 장점…그러나 아직은 과도기

자가지방줄기세포치료법은 줄기세포가 모근, 모낭으로 재생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줄기세포 배양 과정이 필요없어 편리하며 외래에서 단시간내에 시술이 가능하고, 시술 후 심각한 부작용과 흉터 없이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식된 줄기세포는 두피의 모기질 세포와 멜라닌 색소를 재생시켜 모발의 생장기를 늘려줌으로써 새로운 모발이 나오고, 모발이 검고 두껍게 변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자가지방줄기세포의 41가지 성장인자를 분석한 논문에서는 성장인자들이 저산소증의 환경에서 더욱 증가하고, 따라서 저산소증 환경에서 측분비(paracrine) 메커니즘을 통해 모발의 성장이 촉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 다른 실험논문으로는 자가지방줄기세포가 세포 주기를 조절하여 사람의 진피유두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며, Erk 그리고 Akt 신호체계를 활성화시켜 진피유두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촉진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김 교수는 "자가지방줄기세포가 탈모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학회 발표들이 있으며, 자가지방줄기세포를 쥐에서 피하지방에 주사했을 때 모발을 성장기로 유도하고, 모발의 재생을 촉진한다는 실험 논문이 있지만 지금은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면서 아직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증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탈모가 많이 진행된 경우엔 모발이식 고려

현재 피부과의 치료 영역에서 줄기세포치료는 탈모 외에도 주름, 흉터 등의 성형 및 미용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줄기세포와 성장인자들의 효과와 활성화 및 조절 방법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자가지방줄기세포 시술은 배양과정 없이 대부분 무균상태로 진행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미생물 감염도 거의 없고, 시술부위의 주사를 통해 주입하기 때문에 흉터도 매우 작거나 크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술 후 일시적 통증과 부종, 출혈을 동반할 수 있지만, 빠른 시간내에 호전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각한 전신질환, 두피의 감염성 질환, 면역계 이상 등을 동반한 경우에는 자가지방줄기세포 시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탈모가 많이 진행된 경우는 모발이식 등의 더 침습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가지방줄기세포 치료법은 적응증과 효과 및 시술 후 장기적인 부작용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임상 경험의 축적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상에선 선두지만 기초는 약해

현재까지는 탈모 치료에서 모발이식을 제외하고 약물 요법인 프로페시아의 효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남성탈모의 근본 원인은 유전이기 때문에 모발이식을 제외한 모든 치료법은 평생 지속해야 하고 두피 관리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등 경구약물만으로 충분히 치료되지 않는 경우들도 있다"면서 "기존 방법으로 효과가 없거나 탈모 초기단계에 모근, 모낭을 재생하고자 한다면 자가지방줄기세포나 PRP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이 경우에도 약물요법과 병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국내 탈모치료기술은 임상부분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초연구학문분야는 아직도 격차가 있다"면서 향후 정부적 차원에서 기초연구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