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에 정부 지원 반드시 필요”
강윤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거대 외국계 제약사가 의뢰하는 임상시험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제약사가 하지 않거나 하길 꺼려하는, 그렇지만 국민의 건강이나 의약발전을 위해 중요한 과제는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연구 결과 효과가 없는 약은 퇴출시키고, 과한 치료가 되는 약은 줄이는 등의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의 말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이성위장관기저종양(GIST) 연구의 선두주자다.

GIST 글로벌 임상 학술추진위원은 고작 8명. 이 위원회에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초 멤버로 참여하는 인물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회장이기도 한 강 교수는 정부가 연구자 주도 임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돋운다. 그가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들어봤다.

Q. 우리나라 임상 연구는 이미 활성화된 것 아닌가?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만 절대 아니다. 우리나라의 임상 연구는 빅 파마가 의뢰하는 것들만 활성화 돼 있을 뿐이다. 제약사가 의뢰하는 연구는 스폰서에게 유리한 연구만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필요한 것은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연구다. 그래서 우리나라 연구자 주도 임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Q. 정부가 연구자 주도 임상에 지원해야 하는 이유는?

제약사가 하는 임상연구는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는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연구도 하고, 또 필요 없는 치료는 하지 않게 하는 연구도 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악화되는 보험재정과 연계될 수도 있다.

결국 정부가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연구비를 투자하면 재정적으로도 플러스가 될 수 있는데 정부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또 우리의 연구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거나, 표준 치료법으로 채택되면 우리나라 의학의 위상이 올라가는 길이기도 하다.

Q. 우리나라보다 연구자 주도 임상이 앞선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
일본은 크게 일본임상종양그룹(Japan Clinical Oncology Group : JCOG)과 서일본종양그룹(West Japan Oncology Group : WJOG)이 있다.

JCOG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고, WJOG는 국가지원은 없지만 제약사들이 기부를 통해 연구자 주도 임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암 정복과제 등 정부 지원이 조금 있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으로 제약사의 긍정적인 후원까지 모두 막고 있어 연구자 입장에서는 진짜 어려운 실정이다.

Q. 열악한 상황에도 우리나라 임상연구 수준은 높아졌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연구자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또 우리나라 교수들이 환자를 많이 진료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임상연구의 질이 높아지기도 했다. 단점이 곧 장점이 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외국은 한 센터에서 많은 환자를 등록하는 곳이 별로 없다. 그런데 임상연구의 특성상 많은 환자가 등록되면 빨리 끝나기도 하지만 연구의 퀼리티도 많이 올라간다.

외국의 빅 파마가 우리나라를 임상연구로 선호하는 이유가 대형병원들이 몰려있고, 또 환자들이 많아 임상시험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Q. 연구자 주도 임상을 위해 모인 대한항암요법연구회를 소개해 달라.
1998년 종양내과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101개 참여기관의 460여 정회원이 참여하는 다기관 암 임상시험그룹이다. 위암, 대장암, 유방암, 폐암 등 고형암에 대해 10개 질병 분과위원회로 나뉘어 임상시험 안건을 토의하고 확정해 연구하고 있다.

우리의 활동이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활성화하고 글로벌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또 우리나라 암 환자의 새로운 치료를 찾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