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접점 못찾은 전문가들 결국 고성만...정부 결정은?


카바 수술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전문가들의 끝장토론이 벌어졌다. 국내 심장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첨예하면서도 지리한 대립이 이어진 카바는 4시간 여의 토론에도 불구, 입장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이번 토론회는 학회와 송명근 교수가 수년째 이어 온 카바 공방이기에 처음 열리는 전문가 토론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쟁점들만 재확인 할 것이라는 우려가 강력 제기됐던 것이 사실.

실제 뚜껑이 열린 토론회의 모습은 마치 "블라인드 토론회"를 보는 것 같았다. 모여 있으나 절대 모여있다고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대화와 소통보다는 일방적인 자기 입장 전달에만 치우쳐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자 한 노력이 무색케 돼 버린 것이다.

이날 송명근 교수는 발제에 앞서 "토론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석한 것은 후학을 위해서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토론 과정에서는 편파적인 진행에 대해 수차례 이의를 제기하며 "심장학회가 공정히 재조사 할 수 있도록 건국대병원의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키도 했다. 또한 그는 "실제 조사에서 결과가 달리 나타날 경우 사임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학회 관계자는 이같은 송 교수의 약속을 받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얻었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윤리적인 문제는 물론 법적인 문제 등 앞으로 카바를 둘러싼 많은 쟁점들을 정리해 나가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그간의 공방만 반복된 토론회로 인해 부담이 더욱 커졌다. 전문 영역이라는 미명하에 때로는 학회의 뒤에, 때로는 전문인들 뒤에 숨어 "누군가 결론을 내어주기"만을 기다렸던 상황이었기 때문.

결국 학회도 송 교수도, 정부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이날 토론에서의 핫 이슈를 되짚어 봤다.

데이터 부족·무자비한 시술 비난 여론 여전

서울의대 흉부외과 김경환 교수는 "건대병원의 데이터에 대해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적응증이 있는 환자에 대해 수술을 하고, 성적을 얻었다면 완치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송 교수의 주장은 어느것도 명확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돼 온 논란의 쟁점들에 대한 각각의 반론을 들여다 보아도 잘못된 증언이 이어지면서 전문가들의 신뢰만 잃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한민국 정의가 살아있다면 건국대병원의 청구분을 지급해서는 안된다"는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제주의대 조광리 교수 또한 부실한 자료에 대한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그는 "현재 의료계의 관심사는 사망률이 아니다. 수술이 얼마나 잘 되는가를 봐야 하는데 송 교수 논문에는 그 결과가 없다. 판막기능에 대한 추적데이터가 빠져 있다"며 의구심을 품었다.

수술례가 1000건이 넘는다고 하고 10년이 지났다면 적어도 조직판막 수준의 결과는 발표했어야 한다는 것. 그는 "없다는 얘기는 수술 후 관리를 내팽겨친 것이거나 데이터가 나빠서 발표를 안하는 것이라는 의심을 품게 한다"며, "있다면 5년 10년의 데이터를 제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같은 데이터 부족에 대한 지적에는 반론도 제기됐다. 인제대 백병원 김용인 교수는 "데이터의 신뢰도에 대한 문제지적이 많은데 이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관리 방침과 환자의 매니징 기전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으며, 최종범 교수는 "데이터 부족에 대한 지적은 보건연 조사에서 50%가 넘는 미싱 데이터에서 시작됐다"며, 부족한 데이터 문제의 원인은 보건연의 자료수집 불충분에 있다는 불만을 토로키도 했다.

전문가들 요청하는 논문은 안되고 책은 된다?

송명근 교수가 방대한 연구량을 이유로 논문에 다 담을 수 없어 오는 7월 책으로 카바의 이론과 실제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무엇보다도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며 그 방법은 논문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주장에 반하는 송 교수의 주장에 전문가들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삼성서울병원 김덕경 교수는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송 교수가 카바를 주제로 발표한 논문은 단 3편이었고, 그마저도 중복투고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고 꼬집으며, "논문으로 출판 할 수 없는 의학적 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이 아닌 책을 내겠다는 발표는 과학자로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정철현 교수 또한 "과학자들을 대변하는 것은 논문이다"고 전제하며, "펍메드에 카바를 검색하면 논문이 2개 뜨는데 그 중 하나는 건국대병원에서 파면 조치까지 받게 된 유규형 교수의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기존 송 교수의 논문이 석연치 않은 것이라는 코멘트가 적힌 것이었다"고 제시했다.

그는 "그나마 카바라는 이름이 확정되기 전 논문 3개(2004년 학위논문, 2006년 유럽논문, 2006년 순환기학회 논문)도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각각 발표된 논문상에서 불일치 하는 데이터가 많고, 성적이 우수하게 나타나도록 데이터가 조작된 흔적과 판막성형술의 경우 수술 직후나 장기 추적 결과가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정 교수는 송 교수 환자의 재수술 실례를 들어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동맥 근부가 확장된 환자는 일반적으로 증세를 호소하지 않기 때문에 은폐될 우려가 있다. 기존 수술과의 비교 결과, 카바수술은 존재 의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덧붙여 그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무슨 책을 읽을지에 대한 선택은 독자들의 몫일 뿐이다. 그러나 논문은 다르다.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에 판단은 각자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치료재료 승인은 곧 임상적용?

"식약청으로부터 치료재료로 사용하라고 승인받았는데 이를 임상에 적용한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송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전문가들은 물론 치료재료와 관련한 시스템을 만든 정부 또한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양의대 김경수 교수는 "식약청 허가가 있다고 인체에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건부비급여와 관련한 심평원 회의에 학회 대표로 참석해 임상 없이 시술이 가능한가에 대해 보의연 원장, 복지부, 심평원 모두에 질의했으나, 아무도 답변을 해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며, "정치적으로나 또 다른 외부의 영향으로 일어난 일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지적에 송 교수는 "이미 허가 받은 재료를 사용하는데 무엇을 더 허가 받으라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치료재료와 수술법을 분리해서 언급해 줄 것을 강력 요청했다. 즉, 치료재료는 이미 허가를 받은 것을 사용했고, 수술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인허가가 필요없기에 카바수술법 자체는 문제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규덕 심평원 치료재료 위원장은 의견이 달랐다. 그는 "치료재료가 안들어간 신의료는 거의 없다. 따라서 재료와 행위를 분리할 수 없다. 카바를 신의료기술로 인정한 것은 혁신적이라서가 아니라 이 재료(링)를 써서 하는 시술은 검증을 받아야한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기자재와 새로운 테크닉 때문에 검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적응증은 이런 과정을 거쳐 넓혀 나가야 한다"며, "치료재료 승인이 곧 임상승인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송 교수는 "행위정의에 대동맥 판막 성형술은 이미 있고, 판막폐쇄 부전증도 해오고 있었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학회에 연구자료 제출 공언...결과 다를 시 사직 "초강수"

송명근 교수는 "이렇게 불신이 높은지 몰랐다. 불신의 정도가 사기꾼 수준으로까지 온 것 같다. 건국대병원 환자 데이터 전체를 오픈하겠다. 심장학회 송재관 학술이사가 조사할 것을 요청하며, 그 결과가 다르다면 얼마든지 사직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2007년 10월부터 2012년 2월 말까지 4년 5개월 동안 건국대병원에서 시행한 카바수술 또는 새로운 대동맥판막성형술을 받은 환자 701명의 전체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그 연구결과가 자신이 발표한 데이터와 다르게 조금이라도 조작·은폐됐다면 반드시 사직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심장학회 송재관 학술이사는 "이것만으로도 이번 토론회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완전한 수술법 "카바"…확산 안되는 이유는 불신 때문?

그렇다면 현재 가장 완벽하다고 하는 수술법인 카바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지부와 심평원의 물음에 전문가들과 송 교수 모두 "불신"을 이유로 꼽았다.

연세의대 흉부외과 장병철 교수는 "8만원이면 쓸 수 있는 기존 치료재료를 두고 자신의 개발상품을 450만원으로 신청했다. 신청한 사람도 문제고 이를 승인한 정부도 문제다"고 지적했다.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의학자로서의 과학적 정직성에 대해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는 대목이라고도 했다.

이어 장 교수는 박동하는 심장에 펠트를 넣고 꼬매면 5~10년이 되면 굳는다. 나중에 재 수술 할 때는 그것을 떼지 못해 더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환자를 셀렉션할 때 시술자가 아니라 심장내과의 의견을 묻고 학회의 가이드에 따라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점, 또 판막수술은 적어도 3~5년이 지난 다음에 평가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한계 등을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제 우리나라는 사망률이 아니라 장기결과로 얘기해야 한다"고 전제하며, "15년에 접어드는 카바가 이제는 장기결과로 전문가들의 수긍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개발자가 주인인 제조사와의 이해상충 관계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카바가 아닌 수술은 1980년대부터 계속하고 있다. 기존의 것을 섞은 수술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카바가 확산되지 않는 것은 의사들이 향후를 생각해 조심스런 접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김덕경 교수는 프랑스 란삭 교수의 비교 스터디를 예를 들며, "신의료기술의 핵심은 신의료기술을 신청했을 때 처음부터 없던 것을 직접 넣어서 하는 것"이라며, '막연히 우수한 것이 아니라 기존 수술과의 비교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평행선 달린 토론…논란의 마침표는 정부 몫

=>심장학회 송재관 학술이사(좌장)_"자료를 오픈하겠다는 것 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송명근 교수_"이런 식의 토론 진행 실망스럽다."
=>토론회가 탐탁치 않긴 마찬가지였었는지 질의 응답 시간에 복지부와 심평원의 질문이 쏟아졌다.

어렵게 마련된 카바 전문가 토론회의 간략한 스케치다. 끝장을 보겠다던 카바 토론회는 결국 평행선을 달리다 끝나 버렸다. 토론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마주 앉은 것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인 채로 공론의 장이 마무리 되면서 심평원과 복지부는 더이상 갈 곳이 없어졌다.

4시간여의 논의 과정에서 송명근 교수의 입장과 전문가들의 입장은 무언가를 더이상 명확히 확인 할 수 없을 만큼 확인됐고, 이제는 책임있는 결단만이 남은 것이다.

사실 정부측의 책임있는 태도는 진작에 마련됐어야 했다. 전문분야라서 행정가가 결정내릴 수 없다는 명분으로는 숨을 만큼 숨었다. 지극히 전문 분야가 전문가들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발단이 정부 결정(한시적 조건부 비급여)에서 기인했기에도 그러했고, 국민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에 더 그러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종일관 각 분야의 전문가들만 사각의 링 위에 올려두고 행정적 컨트롤러의 역할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보의연의 연구결과가 어이없이 언론 공개되었을 때에도, 정부기관으로서 연구결과의 신빙성이 난도질 당할 때에도, 연구자가 일방적으로 고시철회를 선언했을 때에도 그저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또한 연구자가 일방적으로 고시철회 의사를 밝히고 카바를 대동맥판막성형술로 청구할 때는 어땠나?

토론회에서 심평원 강지선 수가등재부장은 "지난해 10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흉부외과 분과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한 11건의 청구건 중 전건을 카바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이 난지 5개월이 지난 기간동안 심의 전 지급 보류 결정을 한 것 이외에 실무부서인 심평원은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강 부장은 "청구 들어온 것에 대해 전문 분과위에서 논의를 했고 심사조정은 어디까지 할 것인지와 법률 자문 등을 얻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내부적으로 심사-조정에 대한 프로세스를 다 갖추고 있는 심평원에서 이것이 충분한 설명은 될 수 없다.

심평원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동안 건국대병원에서 들어온 청구건은 6월에 7건, 7월 12건, 8월 15건, 9월 10건 등으로 늘어 총 79건에 육박했다. 고시와 관련 시술이 금지된 건임을 알고서도 눈 뜬 장님으로 보낸 5개월에 대해 심평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복지부는 어떠한가?

이제 6월 14일이면 카바 고시가 만료된다. 그에 앞서 공론의 장은 만들었으나 오고간 내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시 만료 전까지 송 교수가 전향적 연구를 할 일도, 전문가들이 다시 모여 공론을 벌일 일도, 양측에서 제시된 쟁점 이외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제시될 일도 없다.

ESD 때 손발이 묶인채 고스란히 수모를 당한 복지부가 카바를 어떻게 해결해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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