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4시간여 토론에도 불구 제기됐던 쟁점만 반복

갈등과 논란 끝에 어렵게 마련된 "카바수술" 전문가 토론회가 결국 기존의 쟁점에대한 공방만 반복한 채 마무리 돼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토론회는 심평원의 건국대병원 대동맥판막성형술 청구분 지급보류와 오는 6월 14일로 만료되는 카바의 한시적 비급여 고시를 앞둔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논란의 간극을 좁혀줄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목이 집중됐다.

20일 오후 대한심장학회·대한흉부외과학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동주최해 부산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카바수술 전문가 토론회에는 카바수술 개발자인 송명근 교수와 성균관의대 김덕경 교수, 제주의대 배종면 교수, 울산의대 정철현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한 토론이 진행됐으나 평행선만을 그린채 마무리 됐다.

이날 송 교수는 "1000례가 넘는 수술례를 수차례 언급하며, 카바는 과거의 판막치환술이나 재건술과는 달리 박동하는 심장에서 움직이는 대동맥근부에 대한 연구를 기초로 해 개발된 새로운 수술법이며, 수술 위험이 낮고 재수술의 위험과 급사의 위험도 적으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뛰어난 수술법"이라고 소개했다.

송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2007년 10월부터 2012년 2월말까지 4년 5개월 동안 건국대병원에서 시행된 카바 수술 또는 새로운 대동맥판막성형술을 받은 환자 701명에 대한 수술 성적을 공개했다.

대동맥판막질환으로 수술 받은 환자 391명(남205명/여186명)의 평균 나이는 54.8세였다. 판막질환으로 수술 받은 환자 중 수술사망 또는 조기 사망자는 없었으며, 4년 5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중 판막문제로 재수술을 시행한 환자는 5명으로 1.27%였고, 연간 재수술률은 0.56%였다.

4년 추적 관찰 중 원인에 관계없이 사망하는 환자는 총 6명으로 1.5%였으며 연간 추적 사망률은 0.67%였다.

대동맥근부질환에 대한 성적도 공개했다. 대동맥 박리증을 포함한 대동맥근부질환으로 카바수술을 받은 환자는 213명(남125명/여88명)이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57.4세였다. 수술사망(조기사망)은 5명이었고, 연간 재수술률은 2.3%였다.

4년 5개월의 추적 관찰 중 사망자는 10명으로 추적사망률은 4.6%였으며, 연간 추적 사망률은 2.1%였다. 4년 5개월의 추적 관찰 중에 재수술을 받은 환자는 6명으로 2.8%이며 연간 재수술률은 1.29%였다.

이같은 결과 발표 후 송 교수는 "기계판막치환술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혈전발생이나 항응고제의 복용이 필요없으며, 조직판막의 문제였던 주기적인 재수술이 없는 수술법"이라며, "이 수술법은 학습커브를 거쳐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술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카바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잇따라 혹평을 쏟아냈다. 심장 전문가들이 공히 지적하는 내용의 핵심은 10년이 훌쩍 넘은 기간동안 1000례가 넘는 수술건을 가지고도 수술의 안전성·효율성을 입증할 제대로 된 논문 한편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보의연과의 공방 및 국감 과정에서 사망례가 0건에서 2건, 12건, 결국 21건까지 늘어난 것을 꼬집으며, 수술 후 환자 추적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카바수술 성적, 무의미 하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김덕경 교수(내과학교실)는 "입증도 안된 치료법에 대해 연구하면서 자기의 방법이 우수할 것이라는 막연한 가설이 문제다"고 총평했다.

김 교수는 전임상 및 임상실험에 관해 ▲식약청의 치료재료 인허가가 곧 임상적용을 허가한 것이라는 논리 ▲전체 환자(40명)의 20%(8명)에서 선정 오류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시험 ▲총 60명의 수술 환자 중 40명만 임상시험 보고서에 포함시킨 점 ▲ 터무니 없이 낮은 수준의 동물실험 등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특히 그는 "의료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경미한 환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시술되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보의연에서 자료 불충분으로 판단을 유보한 218건(55%)을 제외 한 154명만을 가지고 판단하더라도 적게는 10%부터 많게는 3명 중 1명이 수술이 필요없는 경미한 환자였다.

아울러 중증도를 보정한 전수조사를 꼬집으며, "건국대병원에서 추적관리되고 있는 환자들의 합병증 사망률은 실제보다 과소 평가돼 있다"며,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미한 환자를 수술해 타병원과의 합병증, 사망률 비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교수는 "카바수술의 전임상 임상시험은 부적절하며 오류가 있고 조작돼 있다"고 비난하며, "더이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판막질환군 사망률 과소평가 가능성"

보건연의 카바 연구결과로 송 교수와는 날선 대립을 이어오던 제주의전원 배종면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사망률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둔 근거를 나열했다.

그는 연구조작 가능성을 언급하며, "연구과정에서 네카의 자료검토위원회와 건대병원 송명근 교수팀의 수술시 진단명 체계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대동맥박리증을 대동맥근부질환으로 표기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대동맥판막질환 중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도 일부 근부질환에 포함시키는 오류가 발견됐고, 그러다 보니 조작 가능성까지 제기됐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타 연구자나 다른 계기로 사망자가 확인될 때마다 사망자 수가 변했다"며, "수술 후 환자 관리체계의 한계, 수술 성적의 신뢰성 의문 등 은폐조작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다. 아울러 그는 오늘 송 교수의 발표로 인해 고시 위반의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특히 환자 추적관찰에 따른 맹점이 거듭 지적됐다. 울산의대 아산병원 흉부외과 정철원 교수는 송 교수의 환자를 재수술한 경우를 소개하며,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대동맥 근부가 확장된 환자는 일반적으로 증세를 호호하지 않기 때문에 은폐될 우려가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성토했다.

정 교수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면서 "그러나 과학자라면 논문으로, 과학적으로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결정은 청중에 맡기겠다"는 말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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