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평가, 인센티브 지급 등 기전 없어...의료사각지대 한계 여전

발제 및 토론자들, 이제라도 원점에서 재논의 요구 빗발쳐

4월 1일부터 시행된 "만성질환관리제"가 알맹이 없는 제도로 낙인찍혀 버렸다. 공급자와 가입자의 입맞을 맞춰줃 보니 오고 가는 지불제도의 변화만 있을 뿐 정작 질 관리 기전은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오후 3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40주년 보건의 날을 기념해 개최한 25회 심평포럼에서는 "건강보험에 기반한 만성질환 관리방안"을 주제로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만성질환관리제도가 가진 맹점을 조목조목 꼬집으며 원점에서 재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만성질환 관리의 필요성 및 체계"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김재용 교수는 “실패한 정책에 대한 개선 학습 프로세스가 필요한데 만성질환관리제는 이런 절차 전혀 없이 그간의 실패사례가 담고 있는 모든 것이 총동원 된 것으로 디자인됐다”며,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만성질환관리를 포기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즉, 그는 먼저 만성질환자들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전제조건부터 잘못됐다고 꼬집으며, 실제로는 만성질환관리가 잘 되지도 않고, 객관적인 성과도 좋지 않으며, 이를 당사자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안을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원책과 개선책 마련 후, 평가도 하고 모니터링도 해야 하는 것인데 현재와 같이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를 대상으로, 그것도 환자들에게 처방된 약만을 분석해서는 만성질환관리에 있어 아무런 문제도 발견할 수 없고 질관리 또한 요원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김 교수는 "이제까지 심평원에서 한 관리는 "관리를 위한 관리"였다"고 지적하며, "검증된 새로운 상품(서비스)" 또는 알맹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요 선직국 제도들의 겉모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이나 관행, 사회적 합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차의료를 표방했던 ▲가정의학을 본연의 모습으로 복원하거나 공동개원과 팀 접근법을 지원하는 것, ▲간호사와 약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보건소의 포괄적 진료-사업 기능을 살려내는 것, ▲과학적 근거와 검증된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제도화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구조 마련에 정부의 보조금이 필요하며 이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 디자인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 현재까지도 국가 전체를 아울러 실효를 담보할 장치는 어디에도 없다는 데는 토론자들도 공감했다.

울산의대 이상일 교수는 "만성질환관리제의 필요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로는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을 케어할 수 없고, 오는 환자에 대해서도 처방이 어떻게 되는지만 보는 것이지 실제로 환자들의 컨트롤 정보는 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제도 자체가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질 관리 기전이라고는 볼수 없는 한계를 염두에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앞서 진행된 제도변화들에 대한 실례를 들어, 제도 시행 전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부재를 꼬집었다.

이에 "가입자도, 공급자도, 심지어 제도를 추진한 정부까지도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재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도의 효율성에 대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만성질환관리제를 하면 관리가 더 잘된다는 근거를 가지든지, 맞춤형 정보제공을 통한 투약성 지속성 향상에 대해서도 기대가 아니라 실제를 검증하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효과에 대한 근거를 갖추고 사업을 해야 한다. 또한 효과가 있다면 그에 따른 비용대비 효과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며, "인센티브에도 근거를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김경자 민주노총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 위원장은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단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문제지적에는 공감한다"며, "의료계의 요구를 거의 수용하다보니 선택의원제로 시작했던 배경에 담겨있던 건강관리와는 달리 전체적인 질관리가 아니라 환자 진료비 인하와 공급자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장치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규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위원도 "의사든 환자든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며, "외국에서 보면 실제 등록된 환자 중 몇%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가지고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든 마지막에는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입원율이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냥 약만 주고 있는 실정에서 통계로는 전체의 80%가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데 고혈압, 당뇨병으로 입원율이 높다는 것은 외래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이라는 것.

이어 이 위원은 "현 제도권에서는 심평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일부다. 본인이 만성질환자인지도 모르는 30%의 대상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것이 심평원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복지부와 의협이 불참한데 대해 이들 단체에 책임감 있는 행보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기도 했다.

김경자 위원장은 의협을 향해 "집행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당초 반대이유와 동떨어진 이유로 논의조차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복지부를 향해서도 "제도를 디자인한 책임부서로 끝가지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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