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플랫폼 수출의 기회
1.현황과 필요성
2.몽골의사가 본 한국의료
3.아랍의사
4.러시아의사

이제 병원들은 해외환자 유치를 통해 벌어들이는 약간의 수수료로는 큰 시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생각보다 유치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거품도 꺼졌다. 국제수가 단일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비급여로 받는 것도 능사는 아니었다.
이에 부가가치가 높은 병원 수출과 해외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시장에서의 가능성과 기회도 엿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현황과 필요성을 짚어보고 몽골, 아랍, 러시아 등 신흥국가 의사들로부터 조언을 구해본다.


중국·러시아…해외로 손 뻗치는 병원들

최근 병원들이 잇따라 병원 수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2월 중국 이싱시에 "이싱 세브란스 VIP 검진센터(가칭)" 합작경영 계약을 체결했다. 의료시스템 노하우를 토대로 설립 및 운영을 위한 자문을 제공하며, "세브란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에 관한 자문과 브랜드 제공, 필수 운영 인력 파견의 대가로 5년 동안 총 500만달러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보바스기념병원도 지난달 중국 중대지산 그룹과 재활병원 및 실버타운 등 재활의료 인프라 건립계약을 체결했다. 이싱시에 조성되는 주거복합시설에 건립되며, 실버타운과 요양원, 호텔도 함께 들어선다. 5년 이상 병원을 위탁운영하면서 매출액 대비 일정 비율의 운영수수료와 브랜드 사용료, 컨설팅수수료 등을 받는다.

관동의대 명지병원은 오는 8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문을 여는 "국제건강검진센터"의 시설 및 장비, 인력, 운영 등을 수주했다. 9월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안 아일랜드에서 개최되는 제20차 APEC 직전인 오는 8월 1일 정식으로 문을 열며, "명지" 브랜드를 알리고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김세철 원장은 "검진센터 설립을 출발점으로 심장전문병원 설립과 대학병원 위탁운영 등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선진화된 의술뿐만 아니라 환자 중심의 병원 경영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춘 통합의료시스템을 이식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병원들은 건설사, 종합무역상사, IT솔루션업체 등과 함께 MOU를 체결해 컨소시엄을 통한 병원 패키지 수출 모델 개발에 한창이다.

정부, 올해 병원 5곳에 19억원 지원

정부도 병원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을 가세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의료한류를 통해 2015년까지 카자흐스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전략국가 9곳에 병원을 진출시킨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동 △독립국가연합(CIS) △중국권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저개발국 등 5개 권역으로 분류했다. 중동 권역에는 병원 위탁운영이나 의료시스템 수출에 나서며, 중국과 베트남에는 합작법인 형태 수출을 추진한다.

해외 환자는 투자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지만, 직접 병원을 진출하고 컨설팅을 맡게 되면 3배 이상의 수익을 기록할 수 있다는 이점에서다.

우선 복지부는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해 9곳을 1차 선정한 상태다. 이후 5곳을 최종 선정하고, 현지 채용 인력의 인건비와 홍보비 등 총 19억원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보건산업진흥원에는 병원 해외진출팀을 별도로 꾸려 계속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병원의 해외진출 지원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국내병원이 해외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도 성공한 의료기술과 경험 및 인지도 등의 핵심역량을 보유한 다음 해야 한다"며, "아울러 충분한 재정 확보와 해외진출국에 맞는 맞춤 전략이 제대로 수립되어야 해외진출에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가장 필요한 조건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꼽았다. 정부가 해외진출국간의 활발한 교류 및 협력을 위해 발벗고 나서야 하며, 국내 의료면허 인정을 통한 의료행위가 허용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해외진출국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조사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진출국의 의료수요, 의료수가, 의료제도, 병원설립에 대한 대관, 인허가 사항, 현지 시장상황 등은 병원 개별 차원에서 접근하고 조사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가격 조사를 통합 합리적인 진료가격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해외진출국의 진료가격, 시술 등에 관한 지속적인 가격 모니터링의 필요성 등 필요한 것이 수없이 많다.

조급한 마음버리고 현지 신뢰 쌓아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병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병원 전반적인 경쟁력이라 생각되면 누군가 끌고 갈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서울과학종합대학원 한근태 교수는 "병원행정관리자(팀장급) 역량강화" 연수교육을 통해 중간관리자가 향후 소속 병원의 발전 방향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교수는 "최근 병원들은 해외에 진출하는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이들이 병원을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병원행정관리자는 소속 병원이 향후 5∼10년 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지 원장과 상담하고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10년 후 세계적인 병원이 됐다면 원장이 아닌, 관리자가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구성원들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서야만 발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원장 마인드도 중요하다. 국제경쟁력이 필요하다면 이를 추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지시를 통해 당장의 결과를 바라는 것은 오산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몽골 주력 에이전시인 키마월드 김용대 대표는 "꾸준히 추진해 나아야 비로소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쌓이고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오기 시작하기 마련"이라며 "현지와 현지인들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 있어야 하지만, 이를 간과하고 남들이 한다고 조급하게 따라하는 분위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환자 유치 분위기에서 냄비처럼 들끓다가 주춤해진 것도 이를 반영한다.

한 대학병원 국제협력팀장은 "병원 혼자 하기는 어렵고 전반적인 분위기 조성과 원장, 구성원들의 합심으로 국제경쟁력을 쌓는 방향부터 나아가야 한다"며 "한류 열풍에 이어 의료한류의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는 만큼 일시적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로드맵을 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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